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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테러리스트는 조지 W 부시임을 보여 주다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마이클 무어, 한겨레신문사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지 W 부시의 재선 가능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역시 최악의 걸림돌은 이라크 전쟁이다. 이라크를 점령한 지 1년 이상 지난 지금, 부시는 이라크인들의 저항과 전 세계 반전 여론에 의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마이클 무어의 책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는 ‘테러와의 전쟁’에 관한 부시의 거짓말과 조작을 폭로하고, 진정한 테러리스트는 조지 W 부시라고 고발한다.
부시 일당의 사기극 가운데 으뜸은 역시 이라크 침략이다.
9·11 테러 겨우 몇 시간 뒤,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는 “이라크는 오사마 빈 라덴 및 알카에다와 연결돼 있다.”고 선언했다.
부시는 2002년 내내 모든 연설에서 “사담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 그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확신한다.”고 했다.
하지만 2002년 미국의 고위 외교관 조지프 윌슨은 중앙정보국(CIA) 지시를 받고 이라크를 조사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라크 점령 후 제1 해병 원정대 지휘관인 제임스 콘웨이 중장은 “우리는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를 발견하지 못해 많이 놀랐습니다. 저를 믿으세요. 수색이 불철저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모든 탄약창을 다 가보았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실제 최첨단 무기를 사용해서 민간인을 학살한 것은 부시 일당이다. 그들이 운영하는 미영 합동조사단조차 이라크 점령 1년 동안 8천여 명의 민간인이 폭격으로 학살됐다고 한다.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미국 내에서도 이용했다. 무어는 9·11 테러 직후 제정한 애국자법이 누구든 말과 행동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억압적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빈곤 퇴치 온타리오 동맹의 활동가 존 클라크는 어느 날 이민국 관리에 의해 구금됐다. 그 관리는 클라크에게 반세계화 저항운동과 오사마 빈 라덴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구금 기간 내내 추궁받았다.
사형 폐지 촉구 포스터를 부착했다는 이유로 대학생 브라운은 비밀기관에서 조사를 받았다. 녹색당 활동가 더그 스터버는 프라하행 비행기를 타러 가다가 구금돼 심문을 받았다. 법무부 문서에는 녹색당이 테러리스트로 취급돼 주요 활동가들의 사진까지 부착돼 있었다.
CBS는 〈히틀러: 악의 대두〉를 만든 프로듀서를 해고했다. 미국의 분위기를 히틀러가 집권할 때의 독일 분위기에 비유했다는 이유였다.
부시 일당은 신발폭탄, 폭약을 실은 모형비행기, 탄저병 위협 등 미국인들에게 테러 공포를 부추겼다. 심지어 알카에다가 미국 서부에 산불을 낼지도 모른다고 숲에 가는 것을 금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미국인이 테러로 죽을 가능성은 10만 분의 1도 안 된다. 미국인은 독감이나 폐렴(4천5백 분의 1), 자살(9천2백 분의 1), 살인(1만 4천 분의 1), 차 사고(6천5백 분의 1)로 죽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진정으로 미국의 평범한 사람들을 테러하는 것은 부시와 다국적기업들이다. 이들은 9·11 이후 노령연금을 훔쳐갔고 보편적 의료를 받을 권리를 부정하고 수 틀리면 사람들의 직업을 빼앗아갔다.
무어는 “지난 2년 동안 미국 어린이 6명 가운데 1명이 빈곤에 시달리는 것이야말로 진짜 테러”라고 지적한다.
최영준


우리가 맞서 싸우는 자들을 알기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

[편집자] 이 영화평의 필자 애덤 털(Adam Turl)은 미국 사회주의자이다.

이라크 “주권”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첩자 이야드 알라위에게 이양된 것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과 점령을 정당화해 온 많은 거짓말에 또 하나의 사기극을 보탠 것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화씨 9/11〉에 대한 반응을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거짓말에 신물이 나 있고 뭔가 해결책을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들의 절반 이상이 이라크 전쟁은 그럴 만한 가치가 없었으며 미국은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뉴욕 시에서 오클라호마 시까지 〈화씨 9/11〉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도 당연하다. 개봉관의 3분의 1이 여름철 블록버스터를 상영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권력자들을 조롱하는 문제에 관한 한 무어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대통령 취임 뒤 조지 W 부시는 뻔질나게 골프장에 가는데, 하루는 몰려든 기자들 앞에 잠깐 멈춰 서서 우리는 “테러리스트 살인자들을 저지해야 합니다.” 하고 강조하더니 숨돌릴 틈도 없이 곧장 “자, 이 드라이브샷을 좀 보세요.” 하고 외친다.

조롱

그러나 이 영화는 부시를 조롱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라크 전쟁과 점령의 피해자들을 부각시킴으로써 전쟁과 점령을 고발한다.
이 영화에서 무어의 목소리는 그가 만든 다른 영화들보다 더 낮다. 그 대신, 이 영화는 병사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이라크인들 자신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춘다.
한 이라크인 어머니는 왜 크리스마스 이브 한밤중에 아들을 잃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미시간 주 플린트 출신 미군 병사의 어머니인 라일라 립스콤은 전에는 반전 시위대를 미워했지만 아들이 죽은 뒤 전쟁을 반대하게 됐다고 얘기한다. 그녀는 “좋은 취업 기회”라며 아들에게 군 입대를 권유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말한다.
무어는 충격과 공포로 다치고 망가진 이라크인들의 피투성이 얼굴을 보여 준다. 부서진 건물의 잔해를 청소하던 한 남자는 자기 이웃의 시체 일부를 발견한다. 그 이웃은 채 스무 살도 안 된 여성이었다.
무어는 또 전쟁의 인종 차별 양상도 보여 준다. 미군 병사들은 한 이라크인의 시체를 가리켜 “알리바바”라고 부르며 장난치고 모욕한다.
자연히 우파들은 이 영화에 격분했다. 보수 단체인 ‘시티즌즈 유나이티드’(Citizens United)는 이 영화 광고들이 선거자금법을 위반했다며 고소했다.
그리고 무어가 편견이 있다는 비난도 곧잘 들린다. 〈폭스 뉴스〉의 3류 기자들이 무어의 편견을 개탄하는 것을 보면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려고 줄을 서는 이유는 〈폭스〉 따위가 떠들어대는 “편견 없고 균형잡힌” 거짓말들이 아니라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한 미군 상병은 이라크로 돌아가서 “다른 가난한 사람들”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는다면 자신은 이를 거부할 것이라고 말한다.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편견이 없을 수는 없다. 그리고 마이클 무어는 매우 옳게도 애써 편견 없는 척하지 않는다.
전쟁의 공포와 그 이면의 기업 이익은 역겨운 사회를 밝히 보여 준다. 그것을 어떤 기업인은 이렇게 적절히 요약한다. “전쟁은 사람들에게는 나쁘지만 기업에는 좋은 것이다.”

편견

물론 이 영화에 몇 가지 문제점은 있다.
무어는 애국자법을 폭로하지만, 아랍인과 무슬림 수천 명의 대량 구속은 지적하지 않는다. 부시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돈 거래 폭로는 특정 상황에서는 반(反)아랍 인종 차별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해답이 제시되지 않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분노에 가득 차 극장을 나서는 사람들이 이제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무어는 자신의 목표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를 쫓아내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무브온[정치 참여 시민단체]과 여러 단체들은 극장 밖 거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존 케리를 위한 유권자 등록과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케리가 이라크 전쟁에 찬성했고 점령을 지지한다는 것, 다시 말해 그가 부시와 공범이라는 사실은 잠시 제쳐두자.
〈화씨 9/11〉은 부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서도 민주당이 우리에게 그럴듯한 대안이 아니라는 점도 보여 준다. 예컨대, 이 영화에는 부시를 대통령으로 승인한 대법원 판결을 앨 고어가 받아들이는 장면이 나온다. 하원 흑인의원단이 한 명씩 차례로 흑인 유권자들의 선거권 박탈을 비난하고 나서자 고어는 그들에게 침묵하라고 지시한다. 민주당 상원의원 어느 한 사람도 그 흑인 하원의원들이 목소리를 대변하려 하지 않았다.
그밖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무어가 분명하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전쟁을 반대한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커다란 과제가 남아 있다. 그것은 결코 부시나 이런저런 정책들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무어는 그런 과제를 누가 떠맡을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존 케리는 아니다. 전쟁에 의문을 제기하는 병사들, 빈곤으로 내몰리는 노동계급 대중, 점령을 끝장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라크 저항세력 등등이 바로 그들이다.


저항의 세계화를 위하여

《9월이여, 오라》 아룬다티 로이, 녹색평론사

“우리는 우리 자신이 미군 점령에 반대하는 범세계적인 저항 그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 군인은 전투를 거부해야 하고, 예비군은 복무하기를 거부해야 하고, 노동자는 무기를 배나 항공기에 선적하기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미국의 뒤치다꺼리를 위해 인도나 파키스탄 병사들을 이라크에 파병시키려는 미국의 계획을 인도나 파키스탄 같은 국가에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의미합니다.”
인도의 작가이자 반세계화 운동의 열렬한 투사인 아룬다티 로이는, 지난 1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의 연설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지금 한국의 민중은, 마치 그녀의 호소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각 부문에서 강력한 반전·파병철회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역 사병의 신분으로 병역거부를 선언했던 강철민 이병은 지금 마산교도소에 수감돼서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계속하고 있으며, 지난 5월 15일에는 문경의 현직 교사 최진 씨가 “교사의 양심으로” 병역을 거부했다. 항공노조 노동자들은 이라크 파병 병력의 수송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으며, 곧이어 운송하역노조도 자신들의 손으로 파병 관련 물자를 배에 싣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몇 주 간 한국의 양심적인 시민들은 장마와 태풍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파병철회를 염원하는 촛불을 꿋꿋이 밝히고 있으며, 한때 노무현을 지지했던 많은 유권자들 또한 “당신의 정부는 더 이상 나의 정부가 아니다”라면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이제 한국사회에서 이라크전쟁을 반대하고 파병을 저지하는 민중의 투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와 그로 인한 고통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노동자계급과 풀뿌리 민중은, 이 땅의 지배자들이 이토록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살육전쟁에 우리의 젊은이들을 보내겠다고 우기는 추악한 사태의 본질 ― 전쟁과 세계화, 자본주의의 관계 ― 을 분명히 깨달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김선일 씨의 참혹한 죽음 이후로 다시 고조되고 있는 반전, 파병반대 투쟁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고 나아가 자본의 질서 자체를 거부하는 전면적인 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 앞에서 최근 녹색평론사가 펴낸 아룬다티 로이의 정치평론집 《9월이여, 오라》는 우리 모두에게 매우 긴요한 투쟁의 무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뭄바이 세계사회포럼 기조연설문을 포함해, 모두 8편의 정치평론과 연설문을 싣고 있다. “세계화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야만적인 약탈의 과정이 아닌가? 그것은 원거리에서 조종되고, 디지털로 작동되는 식민주의의 변종이 아닌가?” 아룬다티 로이의 글과 연설은 스스로 ‘저항의 정치’라고 부르는 투쟁의 전선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지금 전쟁중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는 로이의 호소는 정당하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전례가 없는 가장 강력하고 뻔뻔스러운 ‘테러리스트’ ― 세계화된 자본주의 체제와의 전쟁 상황 속에 있는 것이다. 이 전쟁에서의 승리는 국제적인 민중의 연대, 즉 ‘저항의 세계화’ 없이는 결코 이룰 수 없다는 것은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변홍철 (녹색평론 편집장, ‘땅과자유’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