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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투쟁:
폐업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

3월 31일 삼성전자서비스 아산, 이천센터가 폐업했다. 해운대센터에 이어 세 번째다.

아산과 이천센터 사장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경영 악화와 건강 문제를 이유로 대며 원청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서비스를 독점하는 센터가 경영이 어렵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폐업으로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났고, 시민들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센터에 가서 수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작 ‘고객 만족’과 ‘또 하나의 가족’을 부르짖던 삼성은 이런 일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폐업의 목적이 노동자 탄압에 있기 때문이다. 저들은 각 지역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 센터들을 하나씩 폐업해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하면 해고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이려 한다.

이런 악랄한 탄압이 바로 삼성이 75년간 무노조 경영을 유지한 비결이었다.

“삼성을 바꿔 삶을 바꾸자” 3월 28일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3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폐업철회! 단협쟁취! 민주노조사수! 삼성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조승진

그러나 정말로 놀라운 일은 노동자들이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폐업 이후에 6개 센터 노동자들이 새로 노조에 가입했다. 노동자들이 그간 쌓아 온 분노와 이번에는 반드시 투쟁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는 투지가 삼성의 탄압에도 노동자들을 결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폐업 센터의 노동자들도 폐업 철회와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굳건하게 싸우고 있다. 노동자들은 매일 집회를 열고, 농성도 하고, 지역에서 서명을 받으며 투쟁을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연대도 확대되고 있다. 해운대에서는 폐업 철회 서명에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고, 아산에서는 지역 대책위가 만들어졌다.

노조는 사측이 폐업을 철회하지 않고, 건당수수료 폐지 등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전면파업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다른 센터의 노동자들도 폐업 센터의 노동자들에게 투쟁기금과 물품을 보내며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폐업이 철회될 때까지 함께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A/S가 제품 판매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삼성도 무한정 센터들을 폐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폐업이 기업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저들은 언제고 또 폐업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이미 삼성은 일부 센터들과 3개월짜리 계약을 맺어 그럴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폐업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하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조승진

점거

그런 점에서 또다시 사측이 폐업 카드로 노동자들을 위협할 때 이에 맞서 어떻게 싸우는 것이 효과적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세계적인 노동자 운동의 경험은 작업장 점거가 사측의 폐업에 맞서 싸우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거듭 입증해 왔다.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점거하면 기계, 설비, 자재, 전산 데이터 등을 확보하고 통제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노동자들을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회유‍·‍협박하거나 이간질 하기도 어렵다.

반면, 노동자들은 24시간 함께 모여 토론하고, 투쟁 계획을 결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더 민주적으로 투쟁할 수 있다. 또한 작업장 점거는 노숙농성보다 더 안정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연대를 확대하고 사회 쟁점화하는 데에도 더 유리하다. 노동자들이 폐업에 항의하며 작업장을 점거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이슈가 되고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끈다. 따라서 다른 노동자들과 단체들의 연대를 조직하기도 더 쉽다. 언론도 더 주목하게 된다.

기업주가 작업장을 매각하거나 설비를 빼내려고 하면 노동자들을 몰아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은 점점 더 폭력에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 자체가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기 때문에 정부와 사용자는 수세적인 처지에 몰리게 된다.

그런데 점거 전술은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통제해 직접 운영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폐업의 대안으로 노동자들이 기업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는 방안도 종종 제안된다. 이번 삼성전자서비스 폐업에 대해서도 노동자와 시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센터를 인수하자는 주장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것은 실현하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노동자나 시민들이 기업을 인수해 운영한다 하더라도 수익이 남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자본주의 기업의 생리 때문에 곧 모순에 빠진다. 즉,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착취해야만 살아남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들이 수익이 나지 않는 작업장을 폐쇄해야 하거나, 임금 삭감‍·‍ 해고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결국 ‘타락’하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에서 고립된 ‘노동자들이 통제하는 작업장’이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작업장 점거는 정부와 사용자의 공격과 우파 언론의 비난 등을 수반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전투성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폐업이 예상될 때 점거가 왜 유용한 전술인지를 충분히 토론하고 이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많은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점거가 폐업에 맞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라는 점 때문에 이를 하나의 가능성으로 두고 토론하고 고민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