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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방선거:
파시스트의 성장이라는 먹구름 속에도 희망은 있다

3월 30일에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 결선 투표 결과는 23일에 치러진 1차 투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전선(이하 FN)이 크게 성공을 거둬, 모두 11곳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을 차지했고, 지방의원도 1천2백 명을 넘게 배출했다. 이는 FN이 지방선거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1995년보다도 나은 성적이다. 당시 FN은 4곳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했었다.

FN은 대도시보다는 중소 도시에서 성공했고, 특히 실업률이 높고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에서 성공했다.

집권당인 사회당(이하 PS)은 참패했다. 1백50여 곳에서 우파인 대중운동연합(이하 UMP)에 패배해 지방자치단체장을 빼앗겼다. 심지어 프랑스의 2대 도시 마르세유에서는 1차 투표 때 FN에게도 밀려 3위를 했다.

PS의 참패는 예견돼 있었고, 그 주된 이유는 PS의 배신이다. PS의 대표 프랑수아 올랑드는 강력한 반긴축 정서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할 수 있었지만, 진보적 사회 개혁 약속은 제대로 지킨 것이 없고, 기업주들에게 혜택을 주고 복지비를 삭감하는 등 긴축 정책을 유지했다.

그런데 PS 정부는 더욱 우경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 패배 후 내각을 개편하면서 PS 내 우파로 평가되는 내무장관 마뉘엘 발스를 총리로 임명했다. 발스는 “이민자들이 프랑스에 동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지난해에 로마인들을 대거 강제 추방했고, 35시간 노동제를 폐지하고 노동시간을 늘리자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지난해 프랑스 학생들이 로마인 강제추방에 반대하며 동맹휴업을 벌이고 강력한 시위를 벌였을 때 퇴진을 요구받던 자이기도 하다.

이에 PS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녹색당 소속의 장관들은 “발스가 이끄는 새 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PS 소속 국회의원의 3분의 1은 정부가 대선 때 약속한 반긴축 기조로 돌아가야 한다고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그동안 국회에서 PS 정부의 편을 들어 줬던 좌파전선 소속의 국회의원들도 발스를 총리로 임명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편, 결선 투표에서는 1차 투표 때보다 기권율이 더 높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프랑스는 한국과 달리 투표율이 아니라 기권율을 기록한다). 기권율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다. 생드니나 몽트레유처럼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기권율이 60퍼센트에 육박하기도 했다.(즉, 투표율이 40퍼센트 정도밖에 안 됐다.)

이처럼 기권율이 높은 것은 주류 정당에 대한 프랑스 대중의 환멸과 염증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준다. 갖은 부패 추문과 스캔들이 폭로된 UMP도 대중이 염증을 느끼는 대상이었다.

이렇게 기권율이 높았던 것(특히 노동자 거주 지역에서 기권율이 높았던 것)이 FN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크게 일조했다.

FN이 성장하는 데는 프랑스의 주류 정당들과 정부가 인종차별을 강화해 온 것도 한몫했다. 특히 2000년대 초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무슬림 혐오가 강해졌다. 대표 사례가 공공장소에서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된 것이다. 이에 좌파들이 대부분 침묵하거나 동조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그러는 가운데 인종차별이 전반적으로 강해졌다.

게다가 세계경제 위기가 심해지자 연이은 정부들은 위기의 책임을 이민자에게 떠넘기려고 인종차별을 더욱 부추겼다. 2013년에는 프랑스 거주 로마인 약 2만 명이 추방당했다. 2012년의 갑절 수준이다.

이렇게 주류 정치권이 강화해 온 인종차별 정서는 FN이 성장하는 좋은 토양이 됐다. 예를 들어, 2012년 대선에서 우파의 결집을 바라며 UMP의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가 인종차별적 정책을 내놓았을 때 FN의 후보 마린 르펜은 득의양양하게 이렇게 응수했다. “내가 원조다.”

파시스트 정당인 FN이 2012년 대선, 2013년 브리뇰 보궐선거, 이번 지방선거에서 내리 성공하는 상황은 광범하고 단결된 반파시즘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함을 뜻한다. 5월에 있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FN이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은 만큼 좌파와 노동운동의 대응이 절실하다.

반파시즘 투쟁의 불씨를 더 키워야 한다 2013년 10월 로마인 학생 추방에 항의하며 파리 시내를 행진하는 프랑스 학생들

다행히 희망의 불씨가 보인다. FN이 결선 투표에 진출했던 생브리외에서 학생들이 동맹휴업을 벌이는 등, 결선 투표를 앞두고 여러 곳에서 FN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들은 규모는 작았지만 파시즘에 대한 반감이 조직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 3월 22일 파시즘·인종차별 반대 국제 공동 행동의 날의 일환으로 프랑스에서도 파리 등 세 곳에서 반파시즘 시위가 있었다. 프랑스 좌파들은 이런 가능성을 더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좌파적 대안을 내놓으며 긴축에 맞선 저항을 조직해야 한다. 그래야 PS의 배신으로 생긴 공백을 좌파가 메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반자본주의신당(NPA)과 좌파당이 4월 12일에 반긴축 시위를 조직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파와 파시즘에 맞선 단결된 운동을 건설할 뿐 아니라, 올랑드의 PS 정부가 추진하는 긴축에도 맞선 실질적 저항을 조직해 낸다면 프랑스 정치의 우경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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