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복지를 담당하는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복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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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생활고에 시달리다 안타깝게도 자살한 송파구 세 모녀 사건 이후,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라’는 정부의 지시에 일단 거리로 나섰지만 밀려오는 것은 한숨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생색내기 일회용 행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사각지대를 발굴해도, 부양의무제 등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 혜택을 받기 어렵다. 또 예산을 절감하려고 하다 보니 수급자 발굴보다 부정 수급자를 적발해 탈락시키는 일을 우선시하는 것이 현 정책의 방향이다. 그래서 기초수급자 비율이 2002년 전체 인구 대비 3.2퍼센트(1백55만 명)에서 2013년 2.6퍼센트(1백35만 명)로 줄었다.
게다가 일선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노동조건이 무척 좋지 않다. 송파구 세 모녀가 살던 석촌동 주민센터에서는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2명이 복지 대상자 1천53명을 맡고 있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복지 재정은 54퍼센트, 복지 사업 수는 45.5퍼센트, 전체 복지 대상자 수는 3배 증가했지만, 복지 담당 공무원은 11.7퍼센트밖에 늘지 않았다. 사회복지 공무원 1인당 복지 대상자 수는 2백11.8명에서 4백92.1명으로 2.3배나 증가했다.
“깔때기 인생”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자신들을 “깔때기 인생”이라고 말한다. 중앙 정부의 온갖 복지 업무가 깔때기처럼 자신들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기초수급자, 차상위, 한부모, 장애인, 노인 등 손가락 발가락 다 합쳐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가지 수의 업무를 해야 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처럼, 죽어라 일하는 것은 노동자들이고 생색은 박근혜 정부가 낸다.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마음의 병도 많이 호소한다. “세 모녀 사건으로 자살한다고 전화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 사람이 자살할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죽기라도 한다면 그 정신적 충격이란 다 어찌 할까요. 집에 가서도 불안합니다.” “복지 쪽은 하루 종일 어두운 쪽을 상담하고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말들을 들으며 그걸 풀지 못하고 하루하루 일을 해요. 그러다가 본인도 모르게 회의감 들고 우울해지고… 복지사들에게 복지는 없는 것이지요. 우리도 사람이고, 우리도 복지가 필요한 국민입니다.”
앞으로 복지는 더 중요해지고 비중도 커질 것이다. 그러나 인원 확충 없는 복지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만 사회복지 공무원 4명이 자살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뽑아 저임금으로 많은 일을 시키려 한다.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노동조건 개선은 사회 전체의 복지 향상과 직결돼 있다. OECD 평균 사회복지 공무원 수는 인구 1천 명당 12명인데, 한국은 0.4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진정한 양질의 복지를 제공하려 한다면, 공무원 수를 늘리고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공무원 노동자들이 직렬에 상관없이 단결해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반대, 인원 확충 등을 요구하며 싸울 때 이것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