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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세계 자본주의의 또 다른 불안 요소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여기저기서 경착륙의 경고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8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가 과잉투자와 신용 거품으로 경착륙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모건스탠리의 전(前)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양적완화를 통해 풀린 저금리 달러 자금이 외국인 직접투자, 수출 대금 등의 형태로 중국에 유입돼 그림자 금융을 형성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잡지 〈포브스〉의 중국어판은 4월 14일 ‘중국 부동산 시장 붕괴가 시작됐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구매자가 없는 신축 건물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30퍼센트나 하락한 항저우(杭州) 시를 다뤘다.

이런 우려들이 실감나게 들리는 이유는 중국의 실물경제마저 추락할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의 7.7퍼센트에서 올해 1분기에는 7.4퍼센트로 하락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둔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총리 리커창의 7.5퍼센트 성장 약속은 실현되기 힘들며 심지어 7퍼센트 성장조차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의 경제 하강은 수출 둔화와 제조업 경기의 침체 때문이다. 중국의 최대 수출지역인 유로존과 미국 시장의 침체 때문에 최근 중국의 수출이 급락했다. 지난 2월 중국의 수출은 7.5퍼센트 증가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18.1퍼센트 하락했다. 3월에도 6.6퍼센트 하락했다. 또한 중국의 수출 급감은 중국 경기의 하락뿐 아니라, 브라질·호주·뉴질랜드 등 중국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나라들의 위기를 낳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 ⓒ레프트21

실현되기 힘든 약속

다른 한편, 중국의 제조업 경기도 하락하고 있다. 산업생산, 고정자산 투자증가율, 부동산개발 투자 등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중국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3월 48에서 4월 48.3으로 여전히 50(경기의 상승과 하락을 나누는 기준점)을 밑돌고 있다. IMF의 조사분석을 보면, 중국의 공장가동률이 2007년 80퍼센트에서 2011년 60퍼센트로 하락했는데, 이는 2008~09년 세계경제 위기 때 미국의 공장가동률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경기 둔화로 한계기업들이 파산하고 있다. 상하이차오리, 하이신철강, 싱룬부동산 같은 기업들의 연쇄 부도 사태는 산업 구조조정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태양광산업은 2007년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전력을 기울여 추진한 내수 신성장산업의 핵심 분야였다. 중국 정부는 솔라 루프(Solar roof) 프로젝트, 골든 썬(Golden Sun) 프로젝트 등을 통해 태양광업체에 투자하고 지원했다. 그 덕분에 중국의 태양광 4대 기업 중 선텍(Suntech)은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올랐고, J A 솔라(2위), 트리나(4위), 잉리(6위) 등이 상위에 오르면서 이들 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했다.

그런데 세계경제 위기로 인한 유가 하락, 태양광 부품의 과잉생산과 생산업체들의 경쟁 심화로 미국의 태양광업체들(2011년 솔린드라 파산, 2012년 유니솔라와 어바운드솔라 파산)과 독일 기업들(2012년 큐셀과 솔텍쳐 법정관리)이 무너졌다. 반면에 중국의 태양광업계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장시(江西)의 태양광업체인 LDK는 생산설비를 2배나 확장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중국의 태양광업체들은 과잉생산으로 인한 수익률 하락 위기를 견디지 못했다. 선텍이 파산했고, 선텍의 창업주이자 한때 태양왕으로 불렸던 스정룽은 자금세탁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또 LDK도 부도가 나 보유자산을 매각 중이다. 태양광산업의 몰락은 2007년 이후 중국 정부가 추진한 경기부양책의 문제점을 잘 보여 준다.

중국 정부도 인정하듯이, 한계기업으로 내몰린 부문은 태양광 부문만이 아니다. 철강·알루미늄·자동차·구리 등 비철금속·석유화학 등 여러 부문에서 기업들은 생산설비 과잉과 수익률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다. 2013년 9월 다보스 포럼에서 리커창도 “중국은 구조적 전환과 업그레이드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작 성장률이 둔화하자, 그는 소폭의 경기부양책(중소기업 세금 감면 확대, 철도 부문 재정 지출 확대, 저소득층 주거 환경 개선 등)을 발표해야 했다.

오르도스의 흥망

1990년대 이후 중국 경제는 내수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생산설비에 투자하고 여기서 생산된 재화들을 세계시장에 판매한 덕분에 급성장했다. 그래서 고정자산 투자율이 GDP의 40퍼센트가 넘었어도 과잉생산 위기를 겪지 않았다.

그런데 세계경제 위기로 선진국 시장이 축소되면서, 중국 경제도 과잉생산의 위기를 겪게 됐다. 2008년에 추진한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 국유상업은행을 통한 대출 완화, 무역수지 흑자 확대를 통한 자금 유입 등이 과잉생산 문제를 잠시 가리긴 했지만, 결국 이것은 자산 거품이라는 더 큰 문제를 키웠다.

앞서 언급한 태양광업체의 흥망성쇠가 제조업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부동산 거품은 자산부문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지방정부가 이 두 문제의 배후에 자리잡고 있었다. 부동산 거품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사례는 네이멍구의 오르도스였다. 인구가 1백50만 명인 오르도스가 그 옆에 1백만 명을 유치할 수 있는 주거와 레저 시설을 갖춘 최고급 도시 캉바스를 건설했다.

지금은 유령 도시로 변한 오르도스와 캉바스의 부동산 거품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오르도스는 2000년대 희토류 가격 인상 붐을 타고 한때 중국의 두바이로 칭송받았다. 세계 미인대회가 열리기도 했고, 오르도스 1인당 GDP는 2만 달러로 중국 평균의 3배가 넘었다.

2007년 세계경제 위기로 오르도스의 부동산 붐이 끝나는 듯했다. 그러자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다시 오르도스의 거품을 부추겼다.

보통 지방정부는 은행 대출을 받거나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다. 그래서 지방정부는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을 통해 땅을 팔거나 은행 돈을 조달해 사업을 벌였다. 특히 2010년 이후 중국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우려해 대출 심사를 강화했고, 이 때문에 은행 창구가 막힌 프로젝트들은 LGFV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그래서 2009년 이후 오르도스에서만 30곳, 전국적으로는 8천여 곳의 지방정부융자플랫폼이 생겨났다.

오르도스가 지방정부 디폴트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연간 재정 수입이 8백억 위안밖에 안 되는 오르도스의 부채가 2천4백억 위안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2013년 6월 중국 심계서(한국의 감사원에 해당)는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가 17조 9천억 위안(2010년 조사치보다 67퍼센트 증가)에 이른다고 밝혔다.

부동산 거품이 지방정부융자플랫폼을 통해 지방정부의 부채, 국유상업은행의 부실채권 급증, 그림자 금융의 파산, 중앙정부의 부채 증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중국공상은행장 이후이만은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가 최소 15조 위안에서 최대 20조 위안에 이른다며, 그중 10조 위안 규모에 달하는 신탁상품의 부도가 향후 2~3년간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올해 중청신탁투자의 자산관리상품(WMP)인 “청즈진카이 1호”가 그림자 금융 중 처음으로 부도 위기에 몰렸는데, 이를 판매하고 매매 수수료 4퍼센트를 챙긴 곳이 바로 공상은행이었다.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채 규모가 작고 특히 부실채권 규모가 대출의 1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거품 붕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중국은행장 샤오강은 “중국에서 은행들은 투자자와 수령자 사이의 중개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은행들은 신탁회사들을 대신해 투자상품들을 판매하거나, 자산관리상품(WMP)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두 가지 방식을 통해서 중개인 구실을 한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사이먼 라비노비치는 이런 메커니즘을 두고 “사실상 폰지 금융이다.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상실할 때에야 비로소 음악이 멈출 것이다” 하고 지적했다.

폰지 금융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1퍼센트 안팎이고 2012년 말 현재 중국 정부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36.7퍼센트 수준(중앙정부 부채만 계산할 경우)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든다. 하지만 이런 통계는 관련 기관들이 채권의 부도 가능성을 실제보다 낮게 판단한 것이라는 점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특정 신탁회사가 부도 나기 전까지 그 신탁회사에 투자된 자금은 건전한 것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정부와 국유상업은행 등의 부채처럼 최종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할 부채까지 더하게 되면, 중국 정부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00년 GDP의 1백5퍼센트에서 2012년 1백87퍼센트로 증가했다(2013년 9월 JP모건 체이스의 추산).

중국에는 파생금융상품이 없기 때문에 2007년 미국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설사 부동산 거품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주택 가격이 대출 비중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금융기관들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소유주의 투자원금을 까먹는 수준까지 폭락한다면, 연쇄 도산과 중국 경제의 총체적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중국 경제의 거품이 붕괴하면 중국 경제 자체가 무너지는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과도한 예측일 수 있다. 중국에서 거품이 붕괴하고 지방정부와 그림자 금융들이 파산하고 그 여파가 국유상업은행으로 확산되더라도 중앙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이런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 경제의 회복력은 크게 수축될 것이고, 이런 경기부양의 부담은 모두 노동자와 농민들이 지게 될 것이다.

베이징대 교수 마이클 페티스는 중국 경제가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균형을 상실해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국제적으로 중국의 거대한 외환보유고는 경상수지의 불균형을 나타내며, 소비를 동반하지 않은 과도한 투자는 과잉생산 위기를 불렀다고 본다. 또, 피터슨 경제연구소의 니콜라스 라디는 중국 정부의 금융 억압 때문에 2000년대 이후 저금리가 지속됐고, 그 결과 자금이 부동산 시장 등으로 흘러들어 자산 거품을 형성시켰다고 본다.

그래서 페티스는 장래 중국 경제가 직면할 불황에 대비해 케인스주의적 대안을, 라디는 금융 자유화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페티스는 2009년 이후 중국 정부가 추진한 경기부양책이 자산 거품을 더욱 부풀렸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세계경제와 연결돼 있는 중국 경제의 균형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못 본다. 라디의 금융억압론은 더 피상적인 분석인데, 실물경제의 수익성 하락이 금융 부문에 미치는 영향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에 나타나는 경기 침체를 내수 확대로 대처하려 하는데, 그중 하나가 성진화(城?化) 계획이다. 이 계획은 인구 1만~2만 명의 현(縣)급 지역을 중심도시(城?)로 발전시켜 경제 발전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국가의 인프라 건설 투자를 촉진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또 다른 거품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중국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최근 중국 경제가 처한 상황은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기보다는 근본에서 자본주의 체제에서 비롯한다. 또한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 체제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중국 경제의 몇몇 부문에서 디폴트 위기가 발생한다면, 그 해결책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