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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에 저항하는 프랑스 로마인들

로마인 인권단체 ‘롬유럽’의 지도자인 움베르토 게라는 경제 위기 속에서 정치인들이 오래된 편견을 다시 부추기고 있다고 말한다.

로마인(‘집시’)들은 프랑스에서 수백 년을 살았지만, 같은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로마인들의 처지는 최근 몇 년간 더 나빠졌다.

1990년대 프랑스로 이주해 온 루마니아인들에 로마인들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루마니아인들의 망명 신청은 기각됐다. 다른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로마인들도 결국 판자촌에서 사는 신세가 됐다.

이때부터 언론과 정치인들은 ‘로마인’이라는 단어를 판자촌 거주민을 지칭할 때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출신 배경과 무관하게 말이다.

판자촌 주민의 다수는 로마인이고, 그들은 체계적인 차별 정책과 반복되는 강제 추방에 시달려 왔다.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프랑스 로마인들. ⓒ사진 출처 롬유럽

또, 로마인 수십만 명은 프랑스 시민권이 있는데도 인종차별과 박해를 당한다. 그래도 시민권이 있는 사람들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시민권이 없는 로마인들은 프랑스 국가에 의해 계속 추방당한다.

로마인 인종차별은 널리 퍼진 편견에서 힘을 얻는다. 프랑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프랑스인 85퍼센트는 로마인이 자기 자녀를 착취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정체성

프랑스 국가 정체성이라는 관념도 로마인 차별에 한몫한다. 예를 들어, 진정한 프랑스인이라면 소수 언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를 써야 하고, 떠돌아다니기보다 정착 생활을 해야 한다는 식이다.

경제 위기는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다른 인종차별도 그렇지만, 특히 로마인 인종차별이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비비안 레딩도 지난해에 이렇게 말했다. “아마 프랑스에 선거철이 다가오나 보다. 사람들은 예산이나 부채 같은 중요한 문제를 다루기 싫을 때 로마인 얘기를 꺼낸다.”

레딩의 이 발언은 주류 정당(좌우파 모두)의 신경을 건드렸다. 주류 정당들은 레딩을 격하게 비난했다.

집권당이 파시스트 국민전선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한다. 예컨대, 새 국무총리 마뉘엘 발스는 내무장관이었을 때, 로마인들이 마피아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프랑스 사회에 통합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발스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고소를 당했다. 그는 6월에 법정에 서게 될 수 있다.

그런데 프랑스 좌파는 극심한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어서 [인종차별에 맞서] 서로 연대하기가 힘들다. 예를 들자면, 집권당인 사회당을 좌파라고 볼 수 있는가를 놓고 논쟁이 있다. 또, 공산당 소속 시장들이 로마인들을 강제 추방하기도 했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정치인들에 기대서는 로마인 인종차별에 맞서 싸울 수 없다. 이 문제에서는 좌파들도 대체로 신뢰하기 힘들다. 2010년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의 정책에는 좌파가 모두 들고 일어나 싸웠지만, 사회당 정부의 같은 정책에는 그런 대응이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로마인 학생 강제추방에 항의한 학생 시위는 진보적 대중운동을 잠깐 보여 줬지만, 아직 장기적 변화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지난 몇 년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새로운 운동이 성장해 왔다. 로마인 운동도 그 일부였다.

1944년 5월 16일 비르케나우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로마인들이 항쟁을 벌인 일이 있다. 현재 우리[로마인 운동]는 이를 기념하는 ‘집시 항쟁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인종차별을 당하는 사람들은 이슬람 혐오와 흑인 인종차별 등에 맞서는 “당사자” 운동을 벌여 왔다.

이제 이 운동들은 서로 알아가는 단계에 있다. 이 운동들은 서로 협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

로마인 단체들은 이 운동들에 동참하고 있고, 여러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결집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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