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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정상화’는 구조조정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은 꼭 쓰러뜨려야 할 ‘킹핀(볼링에서 쓰러뜨리면 스트라이크가 될 확률이 높은 핀)’”이라고 여긴다.

경제 상황이 장기적으로 둔화하는 가운데, 공공부문 지출을 줄이는 긴축을 추진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정상화’는 지난 정부 때 늘어난 공공기관 부채를 줄여 미래의 재정 위험에 대비하고, 공공부문부터 시작해 노동계급 전체에 고통을 전가하려는 계획이다.

심지어 정부는 지방 공기업에까지 ‘정상화’ 계획을 강요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운영하는 서울시도 정부의 ‘복리후생제도 정상화’ 지침을 그대로 산하 공기업에 하달했다. 광범한 대중의 진보 염원을 등에 업고 당선한 박원순 시장이 복지 축소, 단협 개악, 노조 탄압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정부 지침을 그대로 전달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공공기관 부채는 노동자들 탓이 아니다. 가령,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을 수행해 이명박 정부 경영평가에서는 ‘우수’ 등급 이상을 받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바로 그 ‘4대강 사업’으로 생긴 부채를 빌미로 경영평가 점수를 깎으려 하고, 노동자들이 방만해서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 토지주택공사(LH) 노동자는 이렇게 말한다. “LH 부채가 공기업 부채의 3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가 여름에 에어컨 끄고 일하라 해서 에어컨 껐고, 임대주택 지으라 해서 임대주택 지었고, 죽는 시늉하라 해서 죽어라 일했다.”

정부가 ‘방만’하다고 지적한 복리 후생을 다 모아도 중점관리기관 부채의 0.04퍼센트도 안 된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공격하는 복리후생비의 절반 이상이 정부 예산이 아니라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지출되는 돈이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법에 따라 전년도 순이익의 5퍼센트를 적립해서 장학금과 노동자의 생활 원조에 쓰도록 한 돈이므로 정부가 이 돈을 문제 삼을 근거는 전혀 없다.

공공기관 ‘정상화’는 노동자 복리후생 공격일 뿐 아니라, 민영화와 공공서비스 축소, 노동조합 권리 공격이다.

경쟁 체제 도입

‘정상화’ 계획에서 “기업 분할, 자회사 신설 등을 통해 공공기관 간 경쟁 체제 도입”을 주요 목표로 삼은 것만 봐도 박근혜가 철도 분할 민영화 모델을 확대할 작정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수서발 KTX 분할에 이어, 올해는 철도 화물 자회사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에서 민간 자본을 적극 끌어들여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도 민영화와 직결될 것이다.

철도에서는 민영화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 강화 목적으로 정기적인 비연고지 강제 전출 공격도 있었다. 이것은 ‘노동조합원에 대한 징계, 전보,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조합 동의권을 박탈하겠다’는 ‘정상화’ 지침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번 달부터 시작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공공기관 ‘정상화’를 밀어붙이려 한다. 이 과정에서 ‘정상화’ 계획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내년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도 지급하지 않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경영평가와 차등 성과급이라는 이간질에 맞서 굳건히 싸우며 저항해야 한다. 3월 22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 ⓒ이윤선

공공부문 노조들은 ‘바닥을 향한 경쟁을 강요하지 말라’며 대체로 ‘정상화’ 관련 협조를 거부하고 교섭권을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로 이관하고 있다.

노동조건은 한 번 후퇴하면 다시 복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조합들은 경영평가에 따른 차등 성과급이라는 이간질에 굳건히 맞서야 한다. ‘정상화’ 계획이 임금과 노동조합 권리 축소뿐 아니라 민영화와 공공서비스 축소 등을 뜻하는 전반적인 구조조정 계획이고, 공공부문 노동자들부터 공격해 민간부분 노동자들까지 공격하려는 것이므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전체 노동계급의 이익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공공부문 노조들은 ‘정상화’ 관련 교섭을 거부할 뿐 아니라, ‘정상화’를 시행하려는 시도에 맞서 지금부터 저항해야 한다. 그래야 하반기에 예정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총궐기와 총파업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긴축이 공공서비스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을 주장하며,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과 파업은 바로 이런 공익을 방어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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