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원하는 시간에 짧게 일하고 육아나 가사, 또는 다른 일을 겸할 수 있는 질 좋은 일자리라고 홍보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경제적 충족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시간선택제는 빛 좋은 개살구입니다.
저는 주 29시간 근무하는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입니다. 계약직 공무원은 온종일 일하는 정규직 공무원보다 시간 여유가 많습니다. 그러나 제 동료들은 근무시간이 짧아서 좋아하기는커녕 근무시간을 늘려서라도 임금을 더 받기를 원합니다. 겨우 1백만 원 조금 넘는 월급으로는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된 안정된 일자리고 복지 혜택도 적지 않아 예상외로 경쟁률이 높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지원자의 다수가 30~40대 여성인 것만 봐도, 높은 경쟁률은 육아 부담이 여성 개인에게 온전히 맡겨져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지,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좋은 일자리여서 앞다퉈 지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제 계약직인 제가 하는 주차 단속 업무는 2009년까지만 해도 정규직 공무원이 하던 업무였습니다. 다른 업무보다 단순하고 대단한 지식이나 자격이 없어도 되는 일이라며 구청은 이 업무를 시간제로 전환했습니다. 지출을 줄여 효율을 얻겠다는 속셈도 있었을 것입니다.
정부가 도입하는 주 20시간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정년보장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영원한 비정규직입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껍데기만 정규직인 일자리를 만든 것이죠.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공무원연금 가입 대상자가 아니라는 점도 차별입니다. 정부가 만든 차별은 노동자들 사이의 단결을 해칩니다. 저 같은 계약직도 공무원연금 가입 대상자가 아니다 보니 전일제 공무원 노동자들과의 공통된 이해관계보다 차이점이 더 크게 보이기도 합니다.
계약직인 제 동료는 공무원연금 적자로 재정 문제가 심각하다는 언론 보도에 동조하며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을 공감하기도 합니다. 우리도 공무원연금 가입 대상자였다면 완전 다른 입장을 취했겠죠.
진정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차별과 편견을 부추기는 정부의 정책은 폐기돼야 합니다.
공무원노조는 기존 정규직 조합원들의 몫을 잘 챙기기 위해서라도 전체 노동자들의 삶이 향상되는 방향에 중심을 두고 고민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