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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세월호 침몰은 예고된 참사다

평범한 사람들 모두가 그러하듯이 세월호 상황을 보면서 울컥 끓어오르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글을 쓴다.

박근혜 대통령은 3월 20일 청와대에서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를 끝장 토론이라는 이름으로 7시간 넘게 생중계로 진행했다.

대통령이 한 말 중 핵심적 표현은 지상을 뒤흔들었다. ‘모든 규제는 암덩어리다.’ 박근혜라는 의사가 사람을 죽이는 돌연변이 세포덩어리를 어떻게 도려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사람까지 죽였다. 그가 살리고자 한 게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한 건 수많은 사람들의 생사가 불분명한 진도 앞바다에서 벌어졌다.

대통령의 끝장 토론 직후 3월 어느날 한 생명운동가가 쓴 글이 문득 떠올라 인용해 본다.

규제가 암덩어리이고 쳐부수어야 할 원수”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이 마치 규제와의 전쟁이라도 치룰 기세이다. 모든 정부부처가 나서서 규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마주하고 있고 기업들은 제철을 만난 양 신나서 자신들의 이익을 맘껏 채우기 위한 규제철폐를 목청껏 외치고 있다. 심지어 국민생존과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안전과 환경관련 규제조차 암덩어리로 규정하고 폐기처분하고자 혈안이 되어 있다. …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모든 규제를 풀어도 안전과 환경규제만은 오히려 강화하여야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이 단순한 명제를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가 나서서 부정하려 하고 있다. 그 부정의 결과는 정책결정자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들과 미래에 태어날 후세들이 고스란히 뒤집어 쓰게 될 것이다.”(강조는 인용자)

기업이 가장 애쓰는 것이 비용 절감이면서 비용 증대다. 슬프게도 아이러니한 말이다. 수익을 갉아먹는 비용은 줄이고 주주(소유주)들의 배당 가능액을 높이는 비용은 증대시킨다. 세월호 회사 청해진해운은 수익을 갉아먹는 선원 교육 비용는 54만 원으로 줄이고 법인세 절감을 위한 접대 비용은 6천만 원으로 늘렸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라는 게 밝혀졌다. 그들의 책임을 두둔할 마음은 없다. 다만 이런 말은 하고 싶다. 인생을 걸고 맡은 일에 책임지고 일할 수 있는 정규직 보장을 파괴한 것은 누구인가? 안전에 대한 투자는 돈이 안되는 공공 영역이다. 비용 절감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공공 영역의 일자리와 노동자들의 생계를 파괴한 당사자는 누구인가? 규제가 암덩어리라며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삶의 영역을 깡그리 돈벌이 영역으로 밀어 넣은 당사자는 누구인가?

이 나라 행정부 최고 수장이자 국군 통수권자는 대통령이라는 것은 어르신들도 “국민학교” 교과서에서 배웠을 것이다. 그럼 누가 이 사태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 놓아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