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며칠 전 가슴 아픈 기사를 읽었습니다. 중앙대학교 학생 한 분이 자신을 두산대학 1세대라 칭하며 자퇴한 사건을 보도한 기사입니다. 그 학생은 김창인 씨로, “불의가 판치는 대학을 거부”한 사람입니다. 그가 쓴 대자보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당시 수험생이었던 나는 중앙대 학생이 되고 싶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 기업의 말처럼 나는 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었다.” 제가 가슴이 아팠던 이유는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 기업의 선전 문구를 들며 비판하던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꾸며진 말들과 허황된 표현으로 그들의 옳지 못한 행동들을 가리려 하고 있습니까? 삼성은 한 동안 우리의 “가족” 행세를 했었고 지금은 “인간을 위한” 일들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러한 ‘멋진’ 말들, 곧 기업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저는 디자인을 전공한 대학생으로 최근 우연히 두산의 광고회사 오리콤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대기업의 계열회사에서 일하게 되어 잔뜩 쫄아든 저는 별별 불안한 생각을 다 하며 까다로운 사람들을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저희 팀원들은 제가 일하며 겪어본 사람들 중 가장 성실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으로 숱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세월호 사건에 분개하고, 한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걱정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만든 광고가 ‘사람이 미래다’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두산에서만이 아니라 많은 광고와 디자인 업계에 종사하는 일부 사람들은 마치 거짓부렁하는 자들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업에 속한 창조계의 노동자들에게 비난을 돌려야 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판단은 해야 하겠죠).
문제는, 경쟁 논리에 따라 돈만을 위해 비인간적인 짓들을 일삼는 기업입니다. 기업의 행동들은 이렇게 노동자들의 결과물을 우습고 파렴치한 것으로 깎아내립니다. 광고업계에는 진심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악하고 파렴치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기업이고 자본주의의 논리입니다. 따듯한 응원은 역겨운 헛소리가 되고, 진리의 상아탑이던 대학은 서비스센터로 몰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본질을 더럽히는 이런 자본주의의 경쟁논리는 그만 멈춰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