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유지'라는 명목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타이 군사쿠데타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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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시민사회단체가 타이 군부를 규탄하며 5월 29일에 발표한 기자회견문이다.
지난 5월 20일, 타이 군부는 계엄령을 선포한지 이틀만에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였다. 6개월 동안 반정부 시위로 28명이 사망하고 800명이 부상을 당한 가운데, 한국의 인권시민사회단체는 현재 타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와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구금된 모든 이들을 조속히 석방하고 인권탄압을 멈출 것을 타이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프라윳 차-오차 육군참모총장은 ‘평화 유지’를 이유로 쿠데타를 선언하여, 지난 25일 타이 국왕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입법기관을 해산하고, 언론을 통제하고, 시위에 참여해 군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을 무차별 연행하는 것이 어떻게 ‘평화유지’란 말인가? 이는 타이 민중의 자유를 빼앗고 민주주의의 불씨를 잠재우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또한, 총칼로 헌정 중단을 초래한 쿠데타를 승인할 권리가 국왕에게 있다면 이는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없다.
군부는 반군부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인권활동가, 언론인, 지식인에게도 소환장을 보내어 인권옹호자들을 박해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250여명이 소환명령을 받았고 이중 100여명이 구속됐다. 왕실모독죄 위반을 이유로 11년형을 선고받고 3년째 수감 중인 저명한 언론인 소묫씨의 아내와 아들도 지난 25일 연행되었다. 두 모자는 26일에 석방되었으나, 정치활동 금지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구금자들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행방을 알 수 없으며, 체포 사유 또한 불명확하다. 이는 타이정부가 비준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9조의 명백한 위반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안과 혼란이 심화될수록, 민중들에겐 어느 때보다도 진실하고 객관적인 정보에의 접근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군부는 철저히 언론을 장악하였다. TV, 라디오 등의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군 관련 방송을 송출할 것을 명령함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련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SNS마저 감시하고 있다. 군부는 언론을 통제하여 진실을 숨기고, 민중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 정부는 ‘타이내 헌법 중단 사태에 대해 깊이 우려하며, 타이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민주적 정부가 조속히 출범되기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22일 발표하였다. 방산 물자 수출 등으로 타이와 협력관계에 있는 한국 정부는 성명에서 밝힌 우려를 ‘군사 협력’ 중단이라는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우리의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시민사회의 의견수렴을 통해 ▲한국정부의 타이 쿠데타 정권에 대한 지원 중단 등 다양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다.
아울러 타이에서의 명백한 민주주의 후퇴는 바로 한국을 비롯한 전체 아시아 시민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매년 휴가철이 되면 많은 한국인들이 타이로 여행을 떠난다. 타이의 현지 사정은 외면한 채 오직 즐거운 여행지로만 보는 건 아닌지 아시아 시민으로서도 한번쯤 고민해 볼 일이며, 한국 시민들이 타이의 민주질서 회복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줄 것을 호소한다.
지난 2010년에도 타이에서는 시위대와 군의 충돌로 약 90명이 사망하고 17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규모 유혈사태가 또다시 재현 되는 것은 아닌지 한국의 시민사회는 매우 우려스럽다. 국왕의 승인을 받았다 한들 민중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는 군부의 쿠데타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타이 쿠데타 군부세력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타이 시민들의 투쟁을 적극지지 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타이 군부는 인권옹호자들의 자의적 구금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타이 군부는 왕실 모독죄를 폐지하고 모든 정치범과 양심수를 즉각 석방하 라.
하나, 타이 군부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허용 하라.
하나, 타이 군부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
하나, 주권은 타이 민중의 것이다. 타이 군부는 민정 이양을 조속히 단행하라
2014년 5월 29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국제민주연대/노동자연대/다산인권센터/전국금속노동조합/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ODA워치/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