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아빠 소리 하지마! 사람들이 듣잖아》, 노기연:
노동자 삶의 진솔한 이야기
〈노동자 연대〉 구독
봄은 완연한데
꽃은 피었는데
이불 속에서도
양지녘에서도
몸은 으스스 춥기만 하다
‘김 소’ 의 「실업자」중에서
버섯은 그늘 속에서 산다. 더군다나 버섯은 자신의 몸통보다 더 큰 모자를 쓰고 또 그늘을 만든다. 세상에는 참 많은 버섯들이 살고 있다.
쏟아지는 햇볕을 마음대로 누리지 못하고 차단된 건물 속에서 고되게 일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일이라도 하고 싶지만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스스로 고개를 내려 그늘을 만드는 사람들.
누군가 햇빛은 공평하게 쏟아진다고 했다. 그러나 그 빛을 받을 만큼 사람들은 여유롭지 못하다.
IMF는 버섯처럼 사는 사람들에게 그들을 자라게 해주는 기본적인 토양조차 빼앗아갔다. 국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목 아래 시행된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라는 칼날을 들이밀었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다.
언제나 이 체제에서 고통을 받는 건 다수의 노동자
심청이를 ‘정리해고’ 시킨 심봉사
심청이는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죽음을 택한다. 이것에 대해 조금만 주의 깊게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의구심이 들 것이다.
문제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면,
이 글을 쓴 이의 생각처럼 둘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는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좀 씁쓸한 기분이 든다.
“저희를 그냥 사람으로 대접했으면”
그
그는 주민세나 의료 보험비도 못 내어 주민등록 등본까지 말소되었고, 그로 인해 취직도 할 수 없었다.
마침 서류가 필요하지 않은 곳을 소개받게 되어 가보았으나 그 곳은 벌써 기계가 몽땅 은행 차압을 당한 상태인 회사였다.
뿐만 아니라 직원 100여 명이 두 달 정도 봉급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는 거기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TV와 신문에서 나온 얘기만 듣고 그와, 그와 함께 온 사람들을 거지 취급 했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비누 하나 치약 하나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그는 열흘만에 일을 그만두었다.
그 후로 그는
그리고 그는 우연히
이 이야기는 한 노숙자의 체험담이다. 우리는 그가 자신의 삶을 우리에게 내 보이기 위해 펜을 들면서 얼마나 많은 한숨을 내쉬었을지 상상해 볼 수 있다.
글의 마지막 줄 그의 메시지는 지금 펜을 들고 있는 나에게도 자꾸만 한숨을 쉬게 만든다.
“아빠 소리 하지마! 사람들이 듣잖아”
한 선배가 나에게 문제를 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을 때였기 때문에 내가 내용을 알 리 없었다. 물론 여러 가지 추측을 해 보았지만 번번이 정답이 아니었다.
뭐, 내가 상상력이 부족해서 못 맞춘 것 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제목에는 다음과 같이 착찹학고, 복잡한 상황이 얽혀져 있었다.
글쓴이의 남편은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반대 점거 파업 뒤 수배자가 되어 도망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상주인데도 병원 영안실 근처에 나타날 수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는 세 살 된 큰 아이 정현이와 19개월된 둘째 정은이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시댁 현관에 나타난다.
정현이는 아빠를 보더니
정은이가 태어나면서부터 그는 현장일로 바빴기에 둘째는 아빠를 잘 모르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아빠인지도 모르는 둘째에게 아빠 존재 알리기 집중교육을 시킨다.
그녀는
그녀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애잔한 감동
위와 같은 세 가지 이야기 말고도 여러 가지 소중한 이야기가 이 책에는 담겨져 있다. 특히 단편소설 「세발 자전거」는 나에게 쓰라림과 함께 애잔한 감동을 준 작품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직접 읽어보고 내가 느꼈던 것들을 당신도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사회의 모순을 헤쳐나가기 위해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