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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의 진정한 이유
지난 39호 신문에 실린 독자편지에서 이재빈 동지는 로스쿨 제도가 단순히 “고시 낭인(浪人)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는 식의 협소한 이해를 반박하려 한 듯 하다.
그러나 현재 로스쿨 제도 도입 논의의 주요 동기를 마찬가지로 단순하게 “신자유주의 공격과 그에 따른 대중의 급진화”로 환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로스쿨 제도 도입의 배경은 ‘시장’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른바 “세계화”가 촉진한 세계 시장과 무역의 발전으로 무역 분쟁이나 새로운 종류의 분쟁 영역이 증가하면서 사법 제도 및 서비스의 혁신 필요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기업들은 외국 기업과의 분쟁이나 소송에서 자국의 토착 사법제도와 서비스가 더 효율적이고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를 원한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에 대한 ‘시장’의 지지는 이러한 기대에 기초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이러한 요구가 사법 ‘개혁’과 로스쿨 도입의 주요 동기 가운데 하나였다. 1990년대 초 일본 경단련(한국의 전경련에 해당) 간부들은 ‘법률분쟁의 80퍼센트가 국제무대 등 법정 밖에서 발생하고 해결되는데, 일본 사법은 법정 안에서 이뤄지는 20퍼센트의 분쟁 해결에만 쓸모가 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로스쿨 도입 논란이 김영삼 정부 시절 세계화추진위원회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 사이의 알력과 갈등 때문에 변화가 매우 더디게 진행되어 온 것이다.
물론 로스쿨 제도의 도입이 사법제도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나 불만과 관련되어 있다는 이재빈 동지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시장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이재빈 동지의 기대는 과도한 감이 있다. 이재빈 동지는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다면, “평범한 사람들이 법률가가 되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 로스쿨의 연간 학비는 사립의 경우 2백만 엔(약 2천만 원), 국립의 경우 80만 엔(약 8백만 원)이다. 독일의 경우 종전 교육 비용의 무려 3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사립대 로스쿨의 연간 학비가 3만 달러(약 3천4백만 원)이고, 기숙사비와 책값, 용돈까지 합치면 연간 6만 달러(6천8백만 원)에 이른다.
기존의 사법시험 준비에도 적잖은 돈이 들어가지만 로스쿨 제도 하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이 법률가가 되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것”이란 기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설사 평범한 사람들이 법률가가 된다 하더라도 일단 그들의 계급 지위가 변하게 되면 사회적 태도와 가치관에도 보수성이 깃들기 마련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 서민들에게 제공되는 법률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에도 단서를 달 필요가 있다.
인구 1백만 명당 법조인 수가 우리나라의 20배 정도인 미국의 경우, 극소수 엘리트 변호사와 나머지 변호사 사이의 격차가 엄청나다. 수임료가 싼 변호사나 법원이 지정한 관선 변호사들은 진지하게 소송과 변론에 임하기보다 소위 “유죄인정거래”(구형을 인정하거나 부분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방식 ― 피고인에게 부여된 각종 권리를 포기하게 된다)에 열을 올린다. ‘박리다매’ 전략인 셈이다. 피고인이 대부분 가난한 유색인들인 미국 형사 사건의 90퍼센트가 이러한 “유죄인정거래”로 끝난다.
노무현 정부 ‘개혁’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장의 필요와 대중의 개혁 요구를 ‘결합’시키기 위해 포퓰리즘적 미사여구를 동원하지만 결국 기득권 세력에 대한 도전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개혁은 껍데기만 남는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로스쿨 정원 규모를 현행 사시 합격자 수준(1천2백 명)으로 제한하는 안이 사개위 다수 의견으로 채택됐다. 또다시 “무늬만 개혁”(경희대 법대 서보혁 교수)이 된 셈이다.
우리가 사법 개혁에 기대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거나 기권하자는 뜻은 아니다. 특히 배심제나 참심제, 더 나아가 법관 선출 제도 등의 도입은 시민의 사법 참여를 확대하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다만, 우리가 개혁을 옹호하고 투쟁할 때조차 구체적 분석과 현실적 주장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김용민
베트남 아셈 민간포럼 - “하노이는 민중 운동의 일부가 아니다”
하노이에서 열린 아셈 민간포럼의 비판은 정확하다. 세계사회포럼의 교훈이 여기 있다.
올해 초 뭄바이에서 베트남 정부 대표는 대규모 반제국주의 회의에서 연단에 섰다. 분명히 베트남 민중은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인상적인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베트남 정부는 신자유주의와 자유시장을 지지한다. 베트남 정부는 자유로운 노동조합과 파업을 금지하고 있고 사회운동들, NGO들, 또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권위주의적 조처들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베트남의 민간부문은 사실상 불법 상황이거나(예컨대, 자유로운 노동조합들) 엄격하게 통제받고 있다.
베트남 정부와 국가는 민중 운동의 일부가 아니다.
우리는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 자본주의에서 자유 시장 자본주의로 변화하고 있는 억압적인 스탈린주의 국가이다.
이 때문에 보통 정부의 통제를 받는 베트남의 조직들은 모두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한다.
또, 아셈 민간포럼이 성공하려면 주최국 사회운동들과 NGO들이 대거 투입돼야 한다.
베트남에서 열린 회의가 시간 낭비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세계사회포럼과 관련해서는 쿠바 국가도 비슷하다.
연대의 인사를 보내며,
타이 노동자민주주의 자이 자일스 웅파콘
서울여대의 신부수업?
서울여대에는 “기독 여성지도자 양성”을 교육목표로 내세운 “바롬교육”이라는 교양 필수 과목이 존재한다. “바롬교육”은 세 과정으로 나누어져 1학년 때 3주 간 합숙과 2학년 때 한 학기 동안의 그룹 활동, 3학년 때 2주 간의 합숙으로 진행된다.
바롬교육은 교육내용에도 여러 모순점들이 있지만 합숙 기간 동안 지켜야 하는 생활 규칙에도 큰 문제점들이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합숙 기간 내 하루라도 10시 반까지 귀관하지 않을 시 퇴사조치, 건물 내 절대 금연, 합숙 기간 내 음주 시 퇴사조치 등 생활의 자유와 학생 각자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다.
또 합숙 첫날 바롬관 입사 예배로 시작해 매일 아침 일찍부터 교회음악을 방송하고 강의와 과제가 모두 기독교정신을 최종목표로 하는 등 종교적 세뇌 교육 역시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
특히 바롬교육 Ⅲ는 ‘실습주택’(학생들은 ‘신부수업’이라고 부른다)이라는 소제목을 붙여, 합숙 2주 동안 학교에서 정한 식단대로 하루에 세 끼 모두 주어진 재료와 요리책을 사용해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집 안 청소를 늘 깨끗이 해야 한다. 그래서 개인의 학교수업과 과제, 바롬교육 수업과 과제, 그 외 개인 활동들로 바쁜 학생들의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그리고 바롬관 안에서 모든 활동은 담당 조교와 강사들이 점수를 매기는 학점제여서 학생들은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받는다.
또 바롬관에 입사할 때에는, 이미 비싼 등록금으로 모든 수업료를 지불했음에도 약 20만원(3주), 15만원(2주)의 생활비를 내야 해서 학생들은 경제적으로도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서울여대 학생들은 많은 불만을 갖고 있지만, 이수하지 못하면 졸업할 수 없고 학점제이기 때문에 불만을 표시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정해 준 기간에 개인의 학외 할동을 중단하고 바롬관에 입사하고 있다.
서울여대 이광자 총장은 매년 학교의 교육목표를 발표할 때 ‘바롬교육의 강화’를 빼놓지 않는다. 학생들은 답답한 가슴만 움켜잡고 숨죽이고 있다.
강영혜
지구온난화 위협에서 탈출?
지난 9월 30일 러시아 정부가 두마(하원 의회)에 교토의정서 비준안을 제출키로 결정했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7.4퍼센트를 차지하는 러시아가 비준한다면 미국의 탈퇴로 조약 발효가 무산됐던 교토의정서가 발효된다.
이를 두고 “우리는 이제 정말로 지구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문제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클라우스 퇴퍼 유엔 환경 계획 사무총장)고 말할 수 있을까?
교토의정서에는 허점들이 너무 많다. 우선 전체 배출량의 25퍼센트를 자치하는 미국이 참가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7년 6월 상원의 만장일치로 ‘버드-헤이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 내용은 교토 협약을 비롯해 어떤 기후 변화 협정도 비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데, 중국 등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002년 요하네스버그 지구정상회의에서 중국·한국·멕시코 등 ‘개발도상국’도 비준에 동의했고, 최근 러시아가 비준하기로 했음에도 미국은 묵묵부답이다.
또한 그 자체내에도 많은 허점들이 존재한다. 그린피스의 매튜 스펜서는 허점들 때문에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0년까지 15퍼센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배출권 거래권이다.
영국 왕립위원회는 런던시가 배출권 거래의 중심지가 되기를 바라면서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와 에너지 시장의 자유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비준 결정 이유 중 하나는 유럽연합이 러시아의 WTO 가입을 지지한 것에 대한 보답이다. 영국 왕립위원회의 주장과 러시아의 비준 결정은 교토의정서가 이윤이 먼저라는 WTO와 신자유주의 논리에 전혀 배치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지금도 구할 수 있는, 고효율 연료들이 사용된다면 이산화탄소의 총 배출량이 60퍼센트 줄어들 것이다.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은 이미 충분히 발전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기술을 사용하면 기업 이윤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윤이 먼저’라는 체제의 논리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지구온난화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
김세원
비정규직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지금 우리 운동 내에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이 있다. 파병 철군, 국가보안법 폐지, 비정규직 문제. 모두 중요한 문제이지만,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하반기에 핵심적인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자들이 가장 직접 느끼는 신자유주의의 결과다.
국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법을 개악하려고 한다면, 거대한 대중행동이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파병 철군에 대한 목소리가 쑥 들어간 상황에서 반전 행동을 꾸준히 조직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반신자유주의 운동과 아래로부터의 노동자계급의 운동을 주장하는 다함께에서, 비정규직문제에 대해 선전으로라도 다루지 않은 것은 대단히 아쉽다.
손학수
편집팀의 답변
〈다함께〉는 그 동안 비정규직 문제를 여러 차례 주요 기사로 다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도 꾸준히 실어 왔습니다. 따라서 〈다함께〉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선전으로라도 다루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시청률 경쟁이 낳은 비극
얼마 전에 〈달려라 하니〉라는 만화영화의 홍두깨 역의 목소리로 유명한 성우 장정진 씨가 KBS의 오락 프로그램 녹화 도중 떡 빨리 먹기 게임을 하다가 기도가 막혀 중태에 빠졌다.
출연자를 무리하게 혹사시켜 억지웃음을 유발하는 방송의 현주소와 안전불감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예견된 대형사고였다.
이 사건이 터지자 해당 프로그램의 홈페이지 게시판은 소식을 듣고 분노한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비난으로 가득했다.
현 미디어 오락프로는 상업성과 자본주의 논리에 빠져 출연자인 연예인들을 마치 먹이처럼 노리면서 그들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이용하고 소모하며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 따윈 안중에도 없이 그런 저질프로를 기획한 방송 제작자들은 오직 시청률 경쟁만 신경쓸 뿐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KBS는 홈페이지에 사과(?)하는 글만 올렸을 뿐, 책임자 징계는 물론 장정진 씨에 대한 보상 문제에 대해선 아직 일언반구도 없다.
김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