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기아차 사측과 김종석 집행부, 소하 사내하청분회 집행부가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4백65명 신규채용에 합의했다(올해 2백 명, 내년에 2백65명).
법원이 지난해 9월 25일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지만, 정몽구는 끝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측은 정규직 전환이 아닌 일부 근속만 인정하는 신규채용을 고집했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취하하겠다는 별도 합의서까지 받아 냈다.
사측은 사내하청을 축소하겠다고 했지만, 불법파견을 지속할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합의서에는 직접생산 공정에서 2017년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겠다는 “목표”만 있을 뿐, 나머지 공정들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없다. 더구나 사내하청을 ‘진성 도급’으로 포장하기 위한 공정 재배치도 명시돼 있다.
이번 합의는 명백히 사측의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잘못된 합의다.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최근 정몽구 집 앞에서 집회와 노숙 농성 등을 진행하며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시작했다. 금속노조 소속 비정규직 노조들과 함께 6월 말 공동 투쟁도 준비하고 있다.
김종석 집행부와 소하 분회 집행부의 신규채용 합의는 이런 투쟁에 훼방을 놓는 것이고, 정규직 전환을 바라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등에 비수를 꽂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합의는 노동운동 내에서 비판을 받아 온 현대차 이경훈 집행부의 8·18 신규채용 합의와 똑같다. 김종석 집행부는 이경훈 집행부를 뒤쫓다가 통상임금 투쟁도 제대로 조직하지 않더니, 불법파견 투쟁에서도 이경훈 집행부의 전철을 밟고 있다.
노동자연대 현대·기아차모임은 8·18 합의가 현대차뿐 아니라 더 많은 사내하청 투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8·18 합의 이후 적잖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절망 속에 정규직 전환의 꿈을 포기했고,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과 반목도 커졌다. 이 속에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투쟁도 점점 더 어려움을 겪게 됐다.
무엇보다 김종석 집행부와 소하 분회 집행부는 분회 조합원의 80퍼센트가 넘는 화성·광주 분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일방적으로 합의를 체결했다. 소하 분회 조합원들도 이번 합의를 동의한 것이 아니다. 이는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부당한 처사다.
김종석 집행부는 지난해 10월에도 신규채용을 합의해 주려다가, 분회 조합원들의 반발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그런데 기어코 정당한 반대를 무릅쓰고 직권 조인을 강행한 것이다.
김종석 집행부는 당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훼손하는 이번 합의를 폐기해야 한다.
화성 사내하청분회는 합의 직후, “야합 수준의 이번 합의는 무효”라고 선언하고 14일(목) 지부 항의 방문, 19일(화) 중식 집회 등 투쟁 계획을 내놨다.
이 같은 항의가 성공적으로 조직되고 더 확대될 수 있도록 정규직 노동자들이 적극 연대해야 한다.
2015. 5. 13. 노동자연대 기아차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