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행동 5월 18일 기자회견 기조를 비판하며―공무원연금 개악은 침묵한 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만 외치는 연금행동:
여야 합의 이행 촉구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용인하는 것이자, 공적연금 강화 방안도 결코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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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가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의 5월 18일 기자회견 기조를 비판하며 기자회견 직전에 발표한 성명이다.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악 합의안 처리 시도가 무산된 이후 대응을 두고 정치권 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일시적인 불협화음을 해결하려고 지난 15일 심야 긴급회동을 열어 단일 방침을 확정했다. 공무원연금 개악안은 그대로 처리하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명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그 난리를 치고도 불과 두 시간 만에 합의에 이른 것은 애당초 새누리당도 국민연금을 개선할 생각 따위는 없었음을 보여 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여당은 오히려 공적연금을 약화시킬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또, 기초연금 공약도 먹튀한 바 있다. 이런 자들이 공적연금을 강화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다.
이번에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악안은 이런 방향에 걸맞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인사혁신처는 ‘사실상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수준으로 낮춘 것’이라 평가했다. 개악 수준이 미흡하다며 불만을 터뜨리던 조중동도 말을 아끼고 있다.
한편, 새정치연합 역시 공적연금 강화에 전혀 진지하지 않다. 이미 새정치연합은 지난 5월 6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처음에는 여야대표 합의문에서, 그 다음에는 국회 규칙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를 빼자는 요구를 받아들여 후퇴를 거듭했다.
최근 정부·여당이 의견 조율을 마치고 공세로 전환하자 ‘기초연금을 포함해 소득대체율을 50퍼센트로 하자’ 하며 또다시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적연금 강화 방안은 수십 가지가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이들은 ‘공적연금 강화’를 명분으로 노조 지도자들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인 뒤 쓰레기통에 처박힐 ‘약속’으로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받아들이도록 종용했다. 그리고는 ‘사회적 합의’라고 치장해 개악안을 통과시키려 한다. ‘노동자들은 동의한 적 없다’는 항의에 “그건 노동조합 대표들에게 가서 따지라”(새정치연합 김성주)며 뻔뻔스럽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런 점만 봐도 공무원노조 이충재 위원장이 노동자들의 투쟁 호소를 외면하고 시종일관 새정치연합에 기대어 협상에만 매달리다가 끝내 노동자들을 배신한 일은 용서받을 수 없다. 현재 이충재 위원장은 공무원노조 내부에서 직권조인에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거센 항의에 직면해 있다. 공무원노조 중집은 여야 합의안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이충재 위원장에게 책임을 묻고 사퇴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은 공무원연금 개악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 약속을 파기한 정부만 규탄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여야 합의안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것과 같다. 오늘(18일) 연금행동은 이런 기조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노동자연대는 연금행동 소속 단체로서 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기자회견에 불참할 것이다.
연금행동이 사실상 여야 합의안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앞서 지적했듯이 여야 합의의 핵심은 공무원연금 개악이고 공적연금 강화 약속은 미끼일 뿐이다.
게다가 연금행동은 지난 3월 출범 당시 여러 논란 끝에 기본과제로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포함했다. 그럼에도 연금행동의 오늘 기자회견문에는 청와대와 여야가 추진하는 공무원연금 개악에 대한 단 한마디 비판도 없다. 여야 합의안 비판은 전혀 없이 청와대의 여야 합의안 파기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연금행동의 기본과제인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활동을 방기하는 것이자, 5월 28일 여야 합의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려는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
심지어 노동자연대가 연금행동 집행위 회의에서 ‘여야 합의안 원천 폐기’를 주장하자, 연금행동 집행위원장은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철저히 묵살했다. 하지만 연금행동 소속 단체인 공무원노조, 전교조, 민주노총은 모두 여야 합의안에 반대하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오늘 연금행동 기자회견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도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 데도 연금행동이 사실상 여야 합의안 이행을 촉구하는 기조로 기자회견을 강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더불어, 연금행동 집행위에서 민주노총 담당자가 오늘 기자회견 추진에 적극 나섰던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이충재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오늘 연금행동 기자회견에 참가해 발언할 예정이다. 이충재 위원장이 오늘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 이행을 촉구한다면, 오늘 기자회견은 그의 직권조인을 정당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것은 연금행동이 공무원노조 내부에서 거센 사퇴 요구에 직면한 이충재 위원장을 지지해 주는 꼴이자, 공무원노조 대다수 본부장들과 조합원들에게 등을 돌리는 것이다.
연금행동은 공무원연금 개악에는 침묵한 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 이행만 외침으로써 사실상 여야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입장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공적연금 강화의 첫걸음으로서 5월 28일 예정된 공무원연금 개악안 통과를 저지하는 데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연금행동은 정부·여당이 공무원연금 개악에 미친 듯이 달려드는 지금,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연대기구로서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