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9월 22일에 발표한 성명을 수정한 것이다.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가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반면에 세종캠퍼스는 D+ 등급을 받았다. 이번 평가 결과에 따라 내년에 입학하는 세종캠퍼스 학생들은 국가장학금 2유형 대상에서 제외된다. .
대학 운영에 아무 책임도 없는 평범한 학생들이 당장 학자금 대출을 받지 못해 고통 받게 생겼다. 하루아침에 재정지원 제한 대학을 다니는 학생으로 전락한 수치심과 모욕감은 물론이고 말이다.
세종캠퍼스 총학생회가 알아낸 평가 기준도 납득하기 어렵다. 세종·안암 캠퍼스는 학칙·학사일정·학사관리를 공유하는데, 안암캠퍼스는 높은 점수를 받고 세종캠퍼스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이는 지방캠퍼스에 대한 차별이다.
또, 세종캠퍼스는 독립채산제[회계가 독립된 형태]로 운영되지만 최종 업무 결정 권한은 안암캠퍼스에 있기 때문에 행정과 재정에서 안암캠퍼스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따라서 학교 당국이 세종캠퍼스 학생들이 받을 불이익에 대해 마땅히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
최근 염재호 총장은 세종캠퍼스 총학생회와의 면담에서 3백억 원 가량의 예산을 건물 신축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 예산 계획은 2018년부터 적용되는데다가 그마저도 대학 기업화를 강화할 산학협력에 의존해서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국가장학금 2유형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2016년 신 · 편입생에게만 적용된다. 학교 당국은 구체적인 장학금 예산 확충 계획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런데 재단은 지금 당장 학생들을 위해 지원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 지난 2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생 대표들은 2014년도 본 예 · 결산안에서 수입은 축소하고 지출은 뻥튀기 해 발생한 차액 3백60여억 원을 발견했다. 이 돈이면 재학생 1인 당 등록금 1백32만 원 정도를 인하할 수 있다(대학알리미, 2014년 안암캠퍼스 재학생 2만7천1백93명 기준). 이렇게 생긴 차액은 재단 이월적립금으로 쌓이게 되는데 그 액수가 이미 약 3천억 원(2013년 기준)을 넘었다. 학교 예산 수입의 대부분은 학생들의 등록금이므로 이런 돈들은 학생들에게 환원돼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다. 정부는 대학 재정 지원을 앞세워 대학 시장화와 줄 세우기를 강요해 대학구조조정을 하려 한다. 그 결과, 학생 · 교직원 · 교수들은 평가에 시달리며 경쟁 심화에 내몰리고 있다.
교육부는 양적 지표만이 아니라 질적 내용도 평가했다지만 교육의 질을 따지는 지표 중 하나인 전임교원 확보율은 비정규직 교수를 채용해도 늘릴 수 있으며, 그마저도 전체 대학의 평균만 확보해도 만점을 줬다. 취업률, 재학생 충원률 등을 기준으로 한 일률적 평가는 지방대와 영세한 대학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대학에 형편이 좋지 않은 노동계급의 자녀인 학생들이 더 많이 다닌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학생들이 대학에 많이 다니는 게 낭비라며 대학 수를 줄이려는 것이다. 이는 노동계급의 자녀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교육 불평등은 계급 불평등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교육 공공성을 파괴하고, 대학 구성원들에겐 고통만 줄 대학 구조조정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지금도 턱없이 부족한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대폭 늘려서 교육의 질을 높이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비싼 등록금, 콩나물처럼 빽빽한 대형 강의, 불안정한 청년 취업 등의 문제는 정도 차이가 있을지언정 안암캠퍼스와 세종캠퍼스 학생들의 공통 문제다. 안암캠퍼스 학생들도 세종캠퍼스 학생들이 받을 차별과 불이익에 반대해야 한다. 연대와 단결의 목소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