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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수 선언’을 지지하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에 참여한 교수·교사·학부모 수가 5만 명을 넘어섰다. 선언과 성명을 발표한 횟수도 43번에 이른다.(〈한겨레〉 10월 6일 보도)

2009년 대학 교수 릴레이 시국선언을 연상케 하는 릴레이 선언이 지역과 전공을 뛰어넘어 확대됐다. 한국의 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역행을 막기 위해 양심적 목소리를 한 데 모아 높인 것이다.

서울대를 시작으로 부산대·덕성여대 등에서도 잇달아 교수 성명이 발표됐다. 지난 9월 16일에는 고려대 교수님 1백60명도 ‘교수 선언’을 발표했다.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은 ‘고려대 교수 선언’을 지지하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데올로기적 통제가 목표다

고려대 교수 선언은 “오늘날 세계적 추세는 보편화된 검인정제에서 자유발행제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국정화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 … 반민주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정 체제는 교육부가 발행한 단 한 종의 교과서만을 허용하는 것이고, 검정 체제는 사설 출판사들이 제작한 교과서를 교육부가 골라서 허가하는 것이다.

국정 체제는 일제 군국주의와 유신체제의 산물이다. 유신 선포 당시 박정희 정권은 일제(당시 국정 체제) 해방 이후 검정 체제로 발행하던 11종의 중·고교 국사 교과서를 1종의 국정 교과서로 통일시켜 버렸다. 유신체제 이후 국정(1종 도서)으로 편찬해 왔던 국어, 도덕, 국사 과목은 권위주의적 국가의 이념을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심어 주는 국책 교과목으로 간주됐다. 다시 검정 체제를 회복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고려대 교수 선언’이 지적하듯이 우파들은 “제도적으로 수정 보완이 가능한 검정 교과서를 일방적으로 매도”한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까지 버젓이 출현”(교학사의 《한국사》)했고 정부·여당이 이를 옹호했다.

도대체 왜 정부·여당과 우파들은 국정화 추진에 열을 올릴까? 박근혜 정부 들어 전 국무총리 정홍원과 새누리당 김무성, 교육부장관 황우여, 현 국무총리 황교안 등은 국정 교과서 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잇달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9월 들어서 박근혜 정부는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는 9월 말에 있을 새 교육과정 고시를 위한 기초 작업이다. 또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일방적이고 획일화된 시각을 미래 세대에게 주입하겠다”는 것으로 국가주의 통제를 더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검정 체제가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검정제도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과 교육부의 교과서 집필 기준을 따라야 검정에 통과할 수 있으므로 국가 검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현행 검정제조차 성에 차지 않아 국정제로 만들려는 정부의 시도는 다양한 사고를 가로막는 더 큰 장애물이 돼 진보적 사관에 대한 토론을 더한층 가로막을 것이다.

대학생들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자

최근 고려대 정안기 교수가 ‘동아시아 경제사’ 수업에서 ‘한·미·일 삼각 동맹에 이전의 역사가 방해물이 되어선 안 된다’라며 독립운동가를 비난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욕보이며 친일파를 옹호했다.

이에 대해 경제학과 학생회는 옳게도 ‘동아시아 경제사’ 교수 교체, 다른 교수의 ‘동아시아 경제사’ 수업 개설과 정안기 교수 재임용 금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교수 교체나 수업 개설이 불가능하다며 거부하고 있다.

정안기 교수의 망언은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삼각 동맹을 강화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방향과 같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교과서는 정안기 교수의 망언과 같이 친일·독재의 역사를 미화할 것이다.

국가가 사상의 자유, 토론의 자유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고려대 교수 선언’이 지적하듯이 “국정화를 통한 단일한 역사인식이란 정부의 입김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지금, 정부의 국정화 시도는 높은 반대 여론과 움직임에 밀려 삐걱대고 있는데, 반대 성명과 같은 목소리가 확대되면 국정화 추진을 저지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획일적 역사 교육으로 이데올로기를 통제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 시도에 학생들도 함께 반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