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자본에 맞서 한 달 넘게 파업 중인 화물 노동자들
〈노동자 연대〉 구독
화물연대 충북지부 음성진천지회 풀무원 분회 노동자들이 한 달 넘게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풀무원 제품을 전국으로 운송하는 일을 하는 화물 노동자들이다.
풀무원은 연 매출이 1조 6천억 원에 이르는 대표적인 식품기업이다. ‘바른 먹거리’, ‘생명 존중’, ‘이웃 사랑’을 운운하지만, 뒤에서는 온갖 나쁜 짓거리로 노동자들을 착취해 온 이중적인 노동착취 기업이다. 이 때문에 2004년에 풀무원 두부와 콩나물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도 1백63일간 파업이 벌어진 바 있다. 춘천 공장의 노동자들은 지금도 극심한 노동 강도로 손가락이 휘고, 어깨가 내려앉은 채 일한다.
회사는 화물 노동자들에게 하루 15~19시간 장시간 운행을 강요해 왔다. 그래서 노동자들 사이에 ‘저승사자 밥을 등에 지고 일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오갔다. 인원감축으로 화물 노동자들이 상·하차작업까지 떠맡게 됐지만, 고강도 노동으로 산재를 당해도 보상은커녕 오히려 일을 못한 기간의 대체차량 비용까지 노동자가 물어야 했다. 이 때문에 깁스를 한 채로 마지못해 일하러 나오는 노동자도 있었다.
20년 동안 월대(월 임금)는 오르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추가 운임비도 줄었다. 파손제품은 화물 노동자가 전액 변상해야 했고, 벌금까지 내야 하는 패널티 제도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더했다.
노동조합 결성
끔찍한 현실을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2014년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윤종수 분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화물연대에 가입하면 계약해지 된다는 거 알고 있었지만, 일하면서 몇 번이나 졸다가 죽을 뻔 했습니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 고민하다 가입했습니다.”
노동조합은 2014년 11월에 첫 파업을 벌였다. 회사는 단 하루 만에 두 손을 들고, 차량구입에 따른 부가세 환급, ‘외부단체 가입시 계약해지’ 문구 삭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3자(화물연대, 풀무원식품, 운송사) 간담회 개최 등을 약속했다. 파업이 승리하면서 조합원이 30명에서 1백 여 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회사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올해 1월 노동자들이 약속을 이행하라고 재차 촉구하자, 사측은 오히려 화물연대 로고 제거, 2년 동안 파업 금지 등을 추가로 요구해 왔다. 회사가 화물연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내자 노동자들은 1월 17일 다시 하루 파업을 벌였다. 사측은 운임 인상, 유급 휴일, 노선 조정 등과 관련한 12개 조항의 합의서를 체결했고, 식권과 안전화 지급 등 기타사항에 대해서는 구두합의를 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고작 공장 내 직원들이 신던 헌 안전화를 몇 켤레를 던져 줬을 뿐이다.
나아가 회사는 1월 17일 하루 파업에 따른 손실 비용을 일방적으로 월대에서 공제하고, 화물연대를 탈퇴하면 일감을 더 주겠다고 회유했다.
또, ‘도색유지 서약서’를 강요했다. 풀무원 화물 노동자들은 풀무원 제품 운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5~6천만 원을 더 주고 풀무원 로고(CI)가 도색된 화물차량을 구입해 왔다. ‘도색유지 서약서’는 풀무원 로고(CI) 훼손시(사실상 화물연대 로고 부착을 말함) 벌금과 과징금을 물고, 계약해지를 해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색유지 서약서’는 화물연대 로고조차 화물차량에 부착하지 못하도록 해서 화물연대 활동에 현저한 제약을 가하려는 의도였다.
사측은 풀무원 화물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서약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화물 노동자들이 서약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배차권을 가지고 협박하는 풀무원 사측의 ‘갑질’ 때문이었다.
이와 동시에 사측은 어용단체 ‘사단법인 바른 먹거리 운송조합’을 급조해 노골적으로 화물연대 파괴 행위에 나섰다.
쇠사슬
사측의 탄압에 맞서 화물연대 풀무원분회는 9월 4일 다시 한 번 전면파업(3차파업)에 돌입했다. 이번에 사측은 즉각 파업 노동자 수의 7배가 넘는 3백여 명의 용역을 동원해 물류센터 출입구를 통제하고, 조합원들을 위협했다. 또한 파업에 나선 조합원들 차량을 대신해 더 비싼 일당을 주면서 용차를 운용했다.
비열하게도 사측은 지난달치 차량유류대도 지급하지 않았다. 차량유류대는 운전자들이 차량을 운행하면서 기름을 넣기 위해 카드 결제 등으로 집행한 돈으로, 매월 15일에 전월 유류대가 지급돼 왔다. 유류대는 대개 4~5백만 원이고, 많을 땐 7백만 원이나 된다. 유류대가 입금되지 않으면 곧바로 조합원들 가족의 생계가 타격을 받는다. 이 때문에 조합원 대다수는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사측의 악랄한 탄압과 파업파괴 술책에도 풀무원분회 조합원들의 투지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유류대 미지급 통보를 문자로 받은 다음 날인 9월 16일 새벽, 이현철 조합원은 자신이 몰던 화물차를 물류센터 정문에 정차하고, 그 차량 밑으로 들어가 쇠사슬로 몸을 묶고 저항을 시작했다. 경찰의 침탈로 끌려 나올 때까지 이현철 조합원의 완강한 투쟁은 8일간 이어졌다.
풀무원 분회 파업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는 더 확대되고 있다. 화물연대 충북지부는 9월 16일, 음성 물류센터 앞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풀무원 투쟁을 충북지부 전체 화물 노동자 투쟁으로 확대하겠다고 결정했다. 화물연대 최기호 충북지부장은 “운반비 삭감과 노동강도 강화로 고속 성장한 풀무원이 화물연대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탄압을 자행하는 것을 눈뜨고 볼 수 없었다. 풀무원 자본에 집중하는 충북지부 총파업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김미경 충북지부장은 “사측이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전국 영양사 긴급총회를 열어서라도 전국에 모든 학교급식 영양사에게 풀무원 제품을 절대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릴 것이다” 하고 연대를 표명했다.
민주노총은 9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풀무원 투쟁 승리를 위한 불매운동을 결의했다. 각 지역에서는 대형마트와 슈퍼 등지에서 풀무원 제품 불매를 촉구하는 선전전이 진행되고 있다.
풀무원 불매운동은 국제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팀스터노조와 호주 운수노조와 네델란드·벨기에 등 유럽의 운수노조들도 풀무원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화물연대본부는 10월 9일 전국의 화물연대 지부활동가들을 불러모아 음성 물류센터에서 집중투쟁을 벌였다. 이때 사측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물량 봉쇄에 나설 것을 우려해, 며칠 전부터 용인, 시화, 칠곡 풀무원 물류센터로 물량을 빼돌렸다.
하지만, 화물 노동자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풀무원자본 규탄 노동자대회’를 마친 노동자들은 산개해 용인 물류센터로 집결했다. 도로를 점거하고 새벽 2시까지 물량 봉쇄 투쟁을 격렬하게 벌였다. 경찰의 공격으로 10명의 조합원이 연행되기도 했다.
풀무원 화물 노동자들은 40여일 가까이 파업을 지속하며, 여전히 투지를 갖고 만만치 않게 저항하고 있다. 풀무원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더 큰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