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제국주의 점령을 안정시키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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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는 “이라크인들은 [내년 1월]선거를 통해서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팔루자 학살도 선거를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해서였다고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이라크인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라크인들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먼저 점령을 끝낼 것이다. 미국은 지난 주 바레인에서 열린 이라크 지원 국제회의에서 대강의 철군 날짜도 밝히지 않았다.
11월 중순 수니파인 무슬림학자협회를 중심으로 47개 단체들이 선거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것은 최근 언론에서 주목받은 17개 정당의 선거 연기 주장과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연기를 주장하는 자들은 꼭두각시 정부 총리 후보였던 아드난 파차치처럼 미군 점령을 지지한 자들이다. 이들이 연기를 요구하는 것은 선거에서 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원래 선거 보이콧은 팔루자 대학살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학살 이후 이른바 “수니파 삼각지대”에서는 반점령 정서가 더 극렬해졌다. 이것은 자연히 선거에 대한 극도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알 자지라〉와 가진 인터뷰에서 무슬림성직자연합의 압둘 살람 알 쿠바이시는 “외국 점령군이 있는 한 공정한 선거란 있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사실, 이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정서이다. 팔루자 공격으로 죽은 사람의 수는 알라위 정부에 따르면 2천 명, 적신월사에 따르면 6천 명 이상이다.
중동 전문 기자 패트릭 콕번은 이렇게 말했다. “한 도시를 박살내고, 대다수 주민을 난민으로 만든 다음, 그들 보고 점령군이 진행하는 투표에 참여하러 나오라고? 내가 들어본 가장 황당한 소리다.”
하지만 많은 시아파들이 선거에 참가할 것이다. 시아파의 가장 중요한 두 지도자인 알시스타니와 알사드르가 선거 참가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아파 지도자들이 선거 보이콧에 합류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이들이 선거 보이콧에 합류했다면 팔루자 학살과 미군 점령의 정당성에 결정타를 날렸을 것이다.
더구나 시스타니가 작성하고 있는 시아파 후보 리스트에는 심지어 알라위 같은 미국 부역자도 포함될 예정이다.
시아파 지도자들은 수십 년간 꿈도 꿀 수 없었던 시아파 주도 정부를 건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타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이 점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타니와 사드르가 선거에 참가하는 것은 미국 정책에 동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직접 팔루자 방어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알사드르는 팔루자 공격을 비난했고, 지지자들에게 절대로 공격에 참가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사드르의 두 부관은 팔루자 공격에 격렬하게 반대했다는 이유로 체포당했다. 시스타니도 이러한 비판에 합류했다.
현재 그들은 선거를 점령을 끝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바그다드의 대규모 시아파 거주지인 사드르 시에는 “독재 반대, 외국 점령 반대, 올바른 선거를 통해서만 이라크인들이 이라크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라는 배너가 걸려 있다.
심지어 미국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거짓말을 제공했던 아마드 찰라비마저도 “우리는 나자프 같은 대학살을 막아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놓으며 선거 후보로 나서려 하고 있다.
이것은 역겨운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시아파 대중의 반점령 정서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 준다. 많은 시아파 사람들은 지도자들이 부추긴 기대 때문에 선거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시아파 상인은 AP와 인터뷰하면서 “투표일은 내 생애 가장 기쁜 날이 될 것이다. 선거를 통해 점령을 끝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선거를 통해 평화적으로 점령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을 순진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시아파가 선거에 참여한다고 해서 상황이 미국에게 유리하게 풀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기대가 실망으로 드러나는 순간 미국은 더 커다란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이미 소수의 시아파들은 선거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시스타니 지지자들 일부도 무장 저항에 참가하고 있고, 시스타니도 이것을 허용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이라크인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하고 있다. 최근 〈유엔개발보고서〉에 따르면 60퍼센트의 농촌 인구와 20퍼센트의 도시 인구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다.
침략 이후 영양 실조에 걸린 아동의 비율은 두 배로 뛰었고, 40만 명은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바그다드의 전력 공급은 전쟁 이전보다 60퍼센트 이상 낮다. 팔루자 공습 이전 갤럽 여론조사에서 94퍼센트의 바그다드인이 전쟁 이후 살기 더 힘들어졌다고 답했다.
이러한 고통은 점령이 종결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애당초 모든 국제법과 UN조차 무시하고 침략을 강행한 미국이 선거 이후 협상을 통해 철군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선거에 기대를 걸고 있는 많은 시아파도 점령은 2004년 4월처럼 수니파와 시아파가 단결해서 단호하게 싸울 때만 끝낼 수 있다는 결론을 다시 한번 확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