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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은 전쟁범죄다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정부와 파병 지지자들이 보여 온 태도는 거짓과 억지, 무책임과 뻔뻔스러움의 연속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결정을 합리화하려다 보니 계속 무리수를 두고 있고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다시 국민들을 기만하면서 파병연장까지 추진하고 있다.
모호한 ‘국가이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우리 젊은이들을 이라크에 보냈지만, 그 후과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는 ‘국가적 손실’은 너무나 크다.
월드컵 개최로 그나마 고양되던 국가 이미지가 다시 ‘3류 국가’로 강등됐다. 한국은 여전히 어쩔 수 없는 ‘미국의 속국’이라는 국제 사회의 손가락질과 비웃음이 들린다.
뿐 아니라 이라크 파병이 몰고 온 우리 국민들과 국가가 직면하게 된 위험은 감당하기 쉽지 않다. 우리가 알카에다와 같은 국제테러집단들의 주요한 표적이 되고 아랍인들을 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얼마 전까지 상상이나 했던가.
경제를 추스르기도 바쁘고 남북관계도 개선해야 하고,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과 정부가 짊어진 짐이 한둘이 아닌데, 테러로부터의 안전을 국가의 주요한 정책 목표에 추가하게 생겼으니 국가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가의 자원과 힘을 쓸데없는 데 허비하게 생겼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우리가 광화문에 1백만 명만 모여서 이라크 파병 반대를 외쳤으면 이라크 파병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위해 보였던 그 열기만 있었어도, 미국이 감히 우리에게 이라크 파병을 강요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라크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쿠르드 자치 지역은 정치적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는 화약고 같은 곳이다. 주둔지를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았다. 이라크인들은 쿠르드족을 같은 국민이나 민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평화재건이라는 명분으로 도로와 다리를 건설해 준다면, 이라크인들은 한국이 쿠르드 독립을 지원한다고 여길 것이다. 이라크인들은 물론 아랍 전체를 적으로 만드는 어리석은 행위다.
부시가 재선되자마자 한 일은 팔루자 학살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라크에 친미 정권을 세우려는 미국의 전후 계획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저항세력들의 무장공격은 확산일로에 있고 이라크 국민들의 반미 감정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친미적 성향의 쿠르드족을 지렛대로 이용해, 이라크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형의 국가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세르비아계의 ‘스르프스카(Srpska) 공화국’ 처럼, 독립에 가까운 쿠르드족 자치공화국 건설을 허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군은 정치적 분쟁과 내전의 한복판에 빠져들 것이다.
우리가 얻은 국익이 무엇인가. 부시의 대북정책이 완화되고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었나. 용산기지 이전 비용을 미국이 조금이라도 분담하기로 약속이라도 했나. 우리가 얻은 국익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국가 이미지 추락과 국가적 손실뿐이다.
이 거짓되고 더러운 전쟁에서 손을 털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다. 이라크 침략은 전쟁범죄이고 학살일 뿐이다.

이철기(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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