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추방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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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방 중단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해 3백80일 간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한 농성단 대표 안와르 동지가 농성 투쟁의 성과와 교훈에 대해 얘기한다.
이 농성은 우리가 스스로 결정해서 시작했다. 우리 자신의 힘도 너무 약하고, 아무 도움도 없이 우리가 농성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단속을 피해 숨어 있는다고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분명했다.
이 농성 투쟁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 문제를 자신의 목소리로 요구한 것이다. 우리는 농성 시작할 때, 다음날 다 잡혀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싸우겠다고 결의하고 들어왔다.
그 동안 한국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외국 사람이고, 이 사람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고만 알았지 우리가 얼마나 탄압받고 있는지 정말 몰랐다.
이 농성을 통해 언론도 우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인권단체, 시민단체, 사회단체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줬다. 한국의 노동자들도 우리를 찾아와 얘기하면서 우리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하반기 대의원대회 때 우리 요구를 포함시켰고, 내년 3월에는 노동허가제 입법안을 낼 계획도 갖고 있다. 당장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지는 못했지만, 이런 것들은 매우 중요한 성과다.
이 농성 투쟁에서 연대가 정말 우리의 희망이었다. 우리는 [불법 처지라서] 움직이는 것조차 위험이 따랐다. 그 때마다 많은 연대 단체들이 우리를 보호해 주기 위해 함께해 줬다.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집회할 때도 외환카드 동지들이 없었으면 그 날 우리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출입국관리소는 우리를 다 잡아가려고 공격했고, 외환카드 동지들이 목숨 걸고 싸워 줬다.
많은 한국인들이 우리의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여기면서 투쟁 기금을 모아 주었다. 우리에게는 농성 시작할 때 10만원씩 참가비를 모은 것이 전부였다. 농성 투쟁에 든 1억 원 가까운 돈을 많은 동지들이 모아 줬다.
지역의 많은 이주노동자들도 단속을 피해 숨어 지내면서도 이 투쟁에 정말 관심이 많았다.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1천만 원이 넘는 돈을 모아 줬고, 농성 기간 내내 우리 활동가들에게 지지금도 주곤 했다.
그러나 농성을 하면서 힘들고 가슴 아픈 일들도 있었다. 제일 힘든 건 많은 동지들이 자살했을 때다. 멀리까지 와서 힘들게 일하는데, 정부가 일을 못하게 하고 추방해서 사람들이 자살하게 만드는 건 정말 너무 화가 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같이 싸우던 동지들이 잡혀가는 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샤말 타파, 깨비, 헉, 굽타, 자히드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우리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농성한다고 우리를 테러리스트라고 공격한다. 우리가 테러리스트라는 말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정부는 인간 사냥식 단속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커지자 이제는 우리를 테러리스트로 몰고 있다.
처음 농성을 함께 시작한 동지들과 분열돼 농성장이 두 개로 나뉜 일도 아쉽다. 그리고 고용허가제에 대한 입장 문제 때문에 외노협 등과 공동 투쟁이 자꾸 무산된 것도 아쉬운 일이다.
외노협은 고용허가제 개정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고용허가제 폐지 운동은 함께하기 어렵지만 단속·추방 반대 운동은 함께해 나갈 것이다. 다행히도 이번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행사를 민주노총, 외노협, 이주인권연대 등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이 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들이 많이 오면 힘을 많이 받는다. 동지들의 연대가 우리가 계속 싸울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지금 우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 어디 가지도 못하고 일자리도 없고,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
낮에 길에서도 잡아가고, 밤에는 집에서 자고 있는데 문을 부수고 들어와 잡아가기도 한다. 우리를 때리고 가스총도 쏜다. 이주노동자들을 정말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단속하다가 다치는 사람 생기면 길에 버리고 간다. 그래서 장애인이 늘고 있다. 의정부 한 유리 공장에서는 출입국 직원들이 공장에 들어와 단속하다가 도망치는 이주노동자에게 유리를 던져서 다리를 심하게 다쳐 이제는 걸을 수 없게 됐다.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실패할까 봐 단속을 더 심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2002년부터 고용허가제를 반대해 노동허가제를 주장하면서 많은 투쟁을 해왔다.
고용허가제는 우리를 매우 힘들게 하고 있다. E-9비자 받고 사업장 들어갔는데 사장이 월급도 제대로 안 주고 일만 계속 시키고 아무 말도 못하게 한다. 뭔가를 요구하면 자르겠다고 협박한다.
지금 불법 체류자가 18만 명이다. 비자가 만료돼서 늘어난 것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 직장을 그만두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남아서 싸우려고 한다. 지역에서 조금 움직이기만 해도 단속반이 나타나고 그러면 다시 조직이 흩어져서 너무 힘들지만, 그렇다고 이 제도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분명한 건, 단속으로 우리를 다 내 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다!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집회
● 일시 : 12월 19일 (일) 오후 2시
● 장소 :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 주최 : 민주노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