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경에 동성애 차별 선동 배너가 한국외국어대학교 구내에 걸렸다. 학생들의 눈에 잘 띄지 않고 보잘것없었지만, 내용은 경악스러웠다. 기독당에서 건 이 배너에는 ‘동성애 합법화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 ‘군대에서의 동성애 합법화 반대’ 등의 내용이 강조돼 있었다.
동성애 차별을 공공연히 떠드는 배너가 버젓이 교내에 걸려 있는 게 여간 불쾌한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학교를 오가는 성소수자들은 어떠했겠는가! 이 배너를 보자마자 중학생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다닌 여자중학교는 해마다 ‘동성애 표적수사’를 했다. ‘반에 동성애를 하는 학생이 있나요?’, ‘익명 처리를 할 테니 동성애를 하는 학생 이름을 적어주세요’라는 내용의 조사를 한 것이다. 우리 반 학생들은 성소수자 친구를 방어하려고 다같이 ‘x’ 표시로 답변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학내에 걸린 배너를 보니, 그 시절 ‘표적수사’ 대상이었던 친구가 기억나 더 끔찍했다.
노동자연대 외대모임은 진보 성향의 동아리들과 좌파 모임들한테 동성애 차별 선동 현수막에 반대하는 배너를 걸자고 즉각 제안했다. 연락을 한 지 10여 분 만에 학내 단체 7 곳이 모였다. 우리는 공동으로 “우리는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한다 ·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라고 쓴 배너를 걸었다.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고, 성소수자를 환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빠르게 표현한 것이다.
△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한국외대 내 진보·좌파 모임들이 함께 건 배너 ⓒ사진 박혜신
이 사회에서 동성애는 ‘비정상’으로 취급된다. 나의 사랑, 우리의 사랑을 자유로이 입 밖으로 꺼낼 수 없고, 이들을 둘러싼 온갖 차별은 사회에 아로새겨져 있다. 우익 정치인들은 공공연하게 동성애 혐오를 조장한다. 이 자들은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을 차별 금지 사유로 예시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극렬히 반대한다.
그러나 동성애는 비정상도, 병도 아니다. 오히려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기에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성애의 일부였다. 자본주의 지배자들은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가족 제도’를 유지하고자 한다. 이런 지배계급에게 동성애자는 ‘정상 가족’ 유지에 도움이 안 되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지배계급은 동성애를 억압해 왔다. 이런 차별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이데올로기로도 활용돼 왔다. 이 때문에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동성애 차별과 천대에 반대한다. 사랑은 어떠한 잣대로도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최근에 서강대, 서울대 등에서 동성애 혐오자들이 동성애 커뮤니티의 게시물을 몰래 훼손하는 야비한 짓을 했다. 그러나 그에 맞선 대응들이 광범한 지지 속에서 벌어져 통쾌함을 안겨 줬다. 좌파들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차별에 단호히 맞서 차별받고 억압받는 사람들 편에 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