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사람들의 생각을 좌지우지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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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대중매체는 노동자나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사장들과 정부 편을 든다.
3월 26일 5차 민중총궐기 집회의 경우, 지상파와 종편의 뉴스는 대부분 이를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TV조선이 민중총궐기를 보도했지만 초점을 “선거법 위반 여부 주시”에 맞췄다.
주요 언론들은 ‘노동 개혁’ 반대 투쟁을 “‘귀족’ 노동자들의 철밥통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하고, 좌파를 “종북”이라고 공격하기도 한다.
대중매체가 이런 입장을 취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중매체를 소유하려면 상당한 자본이 필요하고, 그 운영 비용은 주로 기업의 광고에서 나온다. 공영방송이라 할지라도 자본주의 국가가 소유하고 사장 임명에 국가가 개입한다. 그러므로 대중매체의 친(親)자본주의 편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하다.
칼 마르크스는 그런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떤 시대에나 지배계급의 사상이 지배적인 사상이다. 즉, 사회를 지배하는 물질적 세력인 지배계급이 그 사회를 지배하는 정신적 세력이기도 하다. 물질적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계급이 정신적 생산수단도 통제한다. 따라서, 대체로 말해서, 정신적 생산수단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사상은 그것[물질적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계급]에 종속된다.”(《독일 이데올로기》)
그렇다면 사람들은 대중매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할까?
분명히 대중매체는 매우 영향력이 있고, 진실을 감추고, 사람들의 마음을 조작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마치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은 귀족 노동자들이고, 좌파는 종북세력이며, 이주 노동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일자리를 빼앗는 사람들이라는 주장이 상식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대중매체가 그런 생각을 퍼뜨려도 그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대중매체의 주장을 다 믿는 것은 아니다. 실제 “기레기(기자 + 쓰레기)”나 “땡박 뉴스”라는 말이 흔히 쓰이는 것은 사람들이 언론을 불신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번 총선도 그렇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정부의 언론 장악은 더 심해졌지만, 총선에서 정부·여당은 패배했다. 서울 송파에서 새누리당 김을동은 “친북·종북”을 막겠다고 외쳤지만, ‘운동권 출신’ 더민주당 남인순에게 패배했다. 통합진보당 출신 김종훈이 출마한 울산 동구에서도 “종북” 프레임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새누리당 후보 안효대조차 “노동5법 반대한다”고 외치고 다녔다.
속죄양
대중매체 종사자들 자신도 사람들을 완전히 설득시킬 수 없다는 점을 안다. 따라서 사람들이 모종의 속죄양(귀족노조, 좌파 등)을 비난하도록 몰아가는 것이 대중매체로서는 최선인 경우도 많다.
이런 대중매체의 주장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과 크게 어긋날 때 대중매체의 영향력은 약해진다. 사람들의 일상적 경험과 직결된 쟁점이 터졌을 때가 바로 그런 때이다.
특히 사람들이 집단적 투쟁을 벌일 때에는 대중매체의 거짓말을 꿰뚫어 볼 가능성이 커진다. 뉴스에서 자신의 행동과 주장이 왜곡되는 것을 직접 보게 되기 때문이다.
2008년 촛불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조선일보〉의 시위 보도가 쓰레기 같은 거짓말임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집회가 끝날 때마다 사람들은 조선일보 건물 입구를 쓰레기로 덮어 버렸다.
대중 투쟁과 더불어 다른 요인도 필요하다. 투쟁하는 사람들이 기존 대중매체의 세계관을 거부했을 때, 새로운 세계관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독자적 매체와 조직이 필요하다. 〈노동자 연대〉가 하려고 하는 것도 그런 것이다.
〈노동자 연대〉와 같은 매체는 자본주의 일상적 시기에 결코 부르주아 매체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투쟁을 통해 기존 대중매체의 주장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존 몰리뉴가 쓴 ‘대중매체는 전능한가?’를 현 상황에 맞게 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