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농성장 침탈 규탄 집회:
“노란 리본에 찍힌 발자국을 잊지 말자. 더 질기게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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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들은 6월 25일 밤부터 특조위 강제 종료 중단, 세월호 온전한 인양,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며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그런데 농성 단 이틀 만인 6월 26일 오후 2시 30분쯤 경찰은 유가족들이 잠시 농성장을 비운 틈에 농성장을 기습 침탈했다.
경찰은 처음에는 나무에 매단 노란 리본을 철거하라며 트집을 잡더니 이내 병력을 동원해 노란 리본을 뗐다. 그러고는 폭염을 피하려고 설치한 천막과 햇빛 가림막을 빼앗아 갔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뙤약볕을 그대로 맞으라는 것이었다.
경찰은 심지어 항의하던 유가족들을 폭력을 쓰며 연행했다. 예은 아빠 유경근 씨, 웅기 엄마 윤옥희 씨, 지성 아빠 문종택 씨, 제훈 아빠 김기현 씨가 중랑서와 도봉서로 연행된 상태다.
경찰 폭력으로 일부 유가족이 다쳤다. 순범 엄마 최지영 씨는 경찰이 햇빛 가림막을 빼앗으려는 것에 저항하다 노끈이 다리에 묶여서 다리를 다쳤다. 재능 엄마 강춘향 씨는 경찰이 천막을 빼앗으려는 것에 항의하다 안경이 부러지고 눈 주변이 찢겨 세 바늘을 꿰맸다.
416연대와 유가족들은 경찰 폭력을 규탄하며 바로 농성장으로 와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천인공노할 경찰 폭력에 놀라고 분노한 학생과 시민들이 한달음에 달려 왔다.
저녁 7시에 시작된 집회에 2백여 명이 모였다. 박근혜 정부의 만행에 분노해 바로 뛰쳐나온 학생과 시민들을 보며 유가족들은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힘을 얻은 모습이었다.
집회에서 재욱 엄마 홍영미 씨는 “잡초처럼 꿋꿋하게 1백 번 짓밟히더라도 한 번 이기는 그 날을 위해 싸우자”며 결의를 다졌다. 순범 엄마 최지영 씨도 “리본에 찍힌 발자국을 잊지 말자. 저들이 가릴 수록 우리는 더 질기게 강하게 싸우자”고 호소했다.
6월 28일 특조위 강제 종료 행정 절차를 논의하는 국무회의를 앞두고,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유가족들이 항의하는 것이 정부에게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또한 유가족들이 농성을 시작한 날인 6월 25일, 세월호 8백 일을 맞아 열린 특별법 개정 촉구 범국민문화제에 1만 명 가량이 참가했고, 정부의 특조위 강제 종료 시도를 규탄하며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의 발언은 큰 환호를 받았다. 정부는 기대감이 생길 수 있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 했을 것이다.
416연대 이태호 상임운영위원도 “공권력을 이용해 국민을 상대로 (침탈) ‘작전’을 짜는 게 민주주의 국가냐”며 규탄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나영 활동가는 “박근혜가 4대악 운운하지만 진정한 악은 박근혜 정부 … 감추려는 자가 범인이다” 하고 규탄했다. 경기도에서 온 시민과 한 기독교인도 규탄 발언을 했다.
416대학생연대 소속 대학생들은 율동 공연을 했다. 일부 대학생들은 농성 첫날부터 유가족들과 함께 농성장에서 노숙을 했다. 농성장 침탈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 중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연행된 유가족들을 면회하고 농성장을 방문했고, 더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농성장을 찾았다. 경찰 침탈에 대한 공분이 빠르게 퍼져가는 분위기에서 더민주당 의원 송영길이 참석하기도 했다.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경찰이 폭력적으로 뗀 노란 리본을 다시 나무에 달았다.
박근혜 정부는 유가족들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특조위를 강제 종료시키려 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농성과 기자회견, 집회는 계속된다. 6월 27일(월) 12시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세월호 특조위 강제 해산 박근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저녁 7시에는 ‘세월호 특조위 강제 해산 저지 국민촛불’이 열릴 예정이다.
416연대와 유가족들은 28일 국무회의 이후에도 항의 행동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6월 임시국회에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6월 28일 오후 1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다. 많이 참가해 힘을 모으자.
경찰은 연행자를 즉각 석방하고 농성장 침탈 행위를 중단하라. 박근혜 정부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특조위 강제 종료 시도를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