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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시국선언에 7백여 명 참가하다

11월 3일(목) 오후 1시, 고려대 정문에서 총학생회 이름으로 ‘비선실세 국정농단 박근혜 정권 퇴진 고려대학생 시국선언’이 진행됐다.

아마도 많은 학생들은 이번 시국선언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일부 학생들이 우파적인 제기를 하며 정당한 시국선언을 연기시키고 총학생회장단 탄핵안을 발의한 것 때문에 1주일 가량 고려대의 시국선언이 미뤄져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국선언이 늦어진 것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이번 시국선언문은 최초에 준비된 시국선언문에서 내용 상 후퇴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민주주의를 파괴했음을 규탄하면서도 박근혜 정부의 여러 약점들을 함께 언급했다. 이번 시국선언문은 여전히 백남기 농민 사망 문제와 세월호 참사, 청년 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을 폭로했다. 시국선언을 발목 잡은 사람들의 제기가 지지받지 못한 것이다.

11월 4일 고려대 시국선언 ⓒ연은정

총학생회는 애초 시국선언에 2백 명 가량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 넘어 7백여 명이 시국선언에 참가했다. 시국선언이 시작하기 전부터 옹기종기 모여 있던 학생들은 시국선언이 시작되자 더 많이 모여 들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학생들도 1백여 명 남짓 됐다.

이렇게 많이 모인 데는 최근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해 박근혜 정권이 거짓말을 했던 것들이 추가 폭로되거나, 불통으로 일관하며 ‘꼼수’ 개각을 강행한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세 단과대 학생회장들도 시국선언에 참가해 힘찬 연대 발언을 했다. 시국선언에서 이서호 이과대 학생회장은 국가 기관이 공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들에게 진실을 밝혀지 못하는 상황을 비판했다. 채희주 문과대 학생회장은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 사망, 청년들의 삶을 언급하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박근혜는 퇴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시국선언에서 박희석 정경대 학생회장의 발언은 많은 학생들의 공감을 샀다.

“올해 컵라면 값이 아까워서, 정말 돈이 없어서 일을 하다가 죽어간 한 노동자가 있는 나라에서, 좋은 말을 사겠다는 이유로 삼성에서 30억 원을 받은,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단 한번의 오프라인 회의도 없이 4차례 서면 회의만으로 1백46억 원을 지원해주겠다고 결론을 내린, 비리 재단이 엮여 있는 최순실에 의한 비리가 탄생하였습니다. 누군가는 돈이 없어서 죽어갈 때 누군가는 외국에서 한 끼에 80만 원짜리 식사를 하고 의무도 아닌 10만 원의 팁을 냈습니다.

“우리 대학생들은 취업길이 너무 막막하고, 앞으로의 미래가 너무 막막해서 하루하루 버둥대면서 사는데 누군가는 보장된 삶을 살고, 망할 놈이라는 상스러운 단어가 들어간 리포트를 내고도 학점이 담보되는, 미래가 보장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들이 짓밟았던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보여 줍시다. 자신들이 주인인양 떠들어댔지만 진정한 주인은 우리였음을, 우리의 한 걸음이 생각보다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지 우리의 행동으로 보여 줍시다. 앞으로 있을 수많은 집회들과 11월 12일 민중총궐기까지 박근혜 퇴진을 위해 함께 목소리 냅시다.”

이번 시국선언은 많은 학생들이 참가해 성황리에 진행됐다. 다만 총학생회 단독으로 진행했는데 다양한 학내 단체와 개인들의 연명을 받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쉽다.

11월 3일 학생의 날을 맞아 학내 집회가 열렸다. ⓒ연은정

시국선언이 끝나고 5시에 학내 집회가 진행됐다. 이번 학내 집회는 11월 3일 학생의 날을 맞아 전국 각지 대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시국선언의 열기를 이어받아 열린 학내 집회에는, 수업 시간임에도 2백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고려대는 이번 학내 집회에서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가 발의한 박근혜 퇴진 서명도 받았다.

총학생회장은 "지금 우리는 박근혜 퇴진을 외칠 때가 됐습니다. 우리 모두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정치를 합시다” 라며 박근혜 퇴진을 위해 함께 하자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힘찬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나도 자유발언에 지원해 최순실 게이트를 폭로하고 지난 4년 간 누적된 분노가 폭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우리들의 분노를 잠재우려고 박근혜 정부는 급히 청와대 수석들의 사표를 받았고 문고리 3인방을 압수수색하는 쇼까지 진행했지만 우리는 더이상 박근혜 정권을 믿을 수 없습니다.

“사람 몇 명 갈아 치운다고 이 불통 정권이 과연 쇄신 되겠습니까? 정치권에서는 "제 2의 최순실 내각"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막가파 불통 정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4년간 박근혜 정부는 기업은 살리고, 안전은 팔아먹고 노동자와 청년들을 쥐어짜온 당사자입니다. 백남기 농민은 죽이고 우병우와 최순실을 살렸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찬 바닥에서 노숙 농성을 할 때 최순실 일가는 호의호식 하게 만든 것도 박근혜 정권입니다.

“이제 우리는 최순실과 그 관계자들에게 더이상 시간을 벌 틈을 줘선 안 됩니다. 학생들은 거리로 나서고, 노동자들은 하루라도 일손을 놓고 거리로 나와야 합니다. 얼마 전 최경희 총장을 날렸던 이화여대 학생들은 ‘사퇴가 사과다’ 하고 외쳤습니다. 우리도 박근혜 정부에게 똑같이 외쳐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사퇴가 사과’입니다! 우리 이 정권 날리고 우리 손으로 민주주의를 되찾읍시다. 민중총궐기에도 함께 합시다.”

집회가 끝난 후 고려대 학생들은 7시 청계광장 촛불집회에도 참가했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더 많은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야 한다. 오는 11월 5일 집회와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도 더 많은 고려대 학생들이 거리로 나서자.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의 박근혜 퇴진 서명에도 적극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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