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월요일마다 학생들한테 듣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지난주 토요일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다녀오셨어요?”

지난주에는 사정이 있어 참가하지 못했다고 하니, “선생님 안 가셨어요? 나는 갔는데” 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늘어놓는다. 엄마하고 함께 든 촛불 사진을 보여 주고, 자신이 “박근혜는” 하고 선창하니 주변에서 “하야하라” 하고 외쳤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아이들도 “이번 주에는 꼭 갈 거예요” 하고 다짐을 밝힌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우리 학교에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11월 14일 학교에 대자보가 붙은 것이다.

작성자가 ‘3학년 소시민 일동’이라고 된 이 대자보는 ‘배가 침몰하는 7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우리 학생들이 집필진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교과서로 왜 공부해야 하는지, 국민들의 개인 정보를 영장 없이 수사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행될 수 있는 법인지 … ’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또 얘기한다. 지금까지 미숙한 고등학생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목소리가 외면당했지만, 최순실 게이트(박근혜 게이트)처럼 권력을 남용하는 나쁜 어른들에게 굴하지 않겠다고. 소리 내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어린 새싹들이 나아갈 정직한 미래를 위해 용기 내어 씩씩하게 말한다고.

아이들의 행동은 어른인 내게, 교사인 내게 부끄러움을 줬다. 다른 교사들도 “학생이 선생보다 낫네” 하고 말한다.

이 대자보는 붙은 지 30분도 안 돼 관리자가 떼어냈다. 그러나 대자보를 쓴 학생들과 함께 관리자와 면담을 해, 대자보를 다시 붙이기로 했다.

아이들은 말한다. 자신들이 대자보를 쓴 것은 “대견하다, 놀랍다, 고맙다 등의 칭찬을 듣고 싶어서가 아니다. 우리의 행동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행동이다”라고.

그래도 나는 고맙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부끄러움을 알게 해 줘서, 우리 학교 안에서 작은 변화를 일으켜 줘서 고맙다고.

11월 30일 전교조는 ‘박근혜 정권 퇴진! 국정교과서 폐기! 법외노조 철회!’로 연가 투쟁을 한다.

정부는 11월 28일 한국사 국정 교과서를 발표한다고 한다. 학교 아이들은 역사 교사인 내게 ‘국정교과서 나오는 거예요? 선생님, 그 교과서로 수업하지 말아요’ 하며 국정교과서의 등장에 두려움을 표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이 할 일은 자명하다. 더는 굴하지 않겠다는 아이들처럼, 교사들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11월 30일 연가 투쟁에 함께하는 것이다. 더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