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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학생총회에 2백여 명이 모여 박근혜 즉각 퇴진 결의를 다지다

총회 후 청량리역에 도착해 정리 집회를 하는 한국외대 학생들. ⓒ박이랑

11월 24일 목요일 저녁 6시 30분,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외대) 서울캠퍼스 잔디광장에서 박근혜 퇴진을 위한 전체학생총회가 열렸다. 영하 6도의 추운 날씨에도 학생 2백여 명은 박근혜 즉각 퇴진을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이번 전체학생총회는 박근혜 퇴진을 위한 한국외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초동 발의하고 학생 연서명을 받아서 발의됐다. 외대에서 학생들 10분의 1이상의 연서명으로 총회가 발의된 것은 지난 수년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틀 만에 전체학생총회 발의 요건인 7백69명을 훌쩍 넘겼고 사흘 동안 무려 1천47명이 서명을 했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학생들의 열망을 잘 받아 안은 덕분에 지체 없이 총회가 소집됐다. 이후에도 비대위는 학생총회 개최 홍보에 적극 함께했다.

공동행동은 총회 발의 이후 총회를 열의 있게 준비했다. 점심, 저녁에 유인물을 배포하고 총회에 모이자고 적극 홍보했다. 홍보를 하다가 만난 학생들은 “진짜 퇴진해야죠!” 하며 호응을 많이 보냈다. 총회 당일까지 공동행동은 홍보전을 벌였고 한국외대 중앙동아리 '새물결'이 공연을 하며 여기에 힘을 보탰다.

이번 총회가 열리기 며칠 전 야 3당은 탄핵 절차를 밟기로 합의했고, 박근혜도 '차라리 탄핵하라'고 내뱉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회에 참가한 외대 학생들이 탄핵도, 특검도 아닌 “박근혜 즉각 퇴진”을 내걸고 결의를 다진 것은 매우 의미 있다.

엄청난 추위 속에서도 2백여 명이 총회에 참가했다. 공동행동이 발의한 “박근혜 퇴진 운동 참가 결의의 건”뿐 아니라 비대위가 추가한 3대 학자요구안(총장 선출권, 성적 평가 방식, 학생 대표자 징계)도 총회에서 논의됐다.

나는 총회 소집 요구자 대표로 “거리에서 1백만 촛불이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쳤다. 그러나 박근혜는 물러설 기미가 없고 오히려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오늘 총회 자리에서 외대 학생들이 원하는 것, 탄핵도, 특검도, 2선 후퇴도 아닌 ‘즉각 퇴진’을 결의하고 끝까지 운동에 적극 참가할 것을 다짐하자!”고 발언했다.

박근혜를 폭로하며 운동 참가를 호소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중앙사회과학동아리 이퀄리버티에서 활동하는 이창윤 학생은 “검찰이 박근혜를 최순실의 공범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검찰 조사 받겠다는 말도 뒤집었다. 우리는 사태를 해결할 힘이 우리에게 있다고 깨달았다. 무너져 내리는 것은 박근혜-최순실이다. 끝까지 함께하자!”고 했다.

노동자연대 외대모임의 박혜신 학생은 “박근혜는 자신의 피의자 규정이 인격 살인이라면서 청와대에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기업들은 피해자인 척하는데 검은 돈의 규모만 봐도 누가 진짜 살인자인지 알 수 있다. 준 놈이나 받은 놈이나 똑같다”며 “탄핵은 박근혜에게 시간을 벌어 줄 것이다. 즉각 퇴진을 위해 외대인도 함께하자”고 주장했다.

청량리역을 향해 행진 중인 한국외대 학생들. ⓒ박이랑

총회 이후 이어진 행진에도 활력이 넘쳤다. 외대 정문부터 청량리역 광장까지 행진하는 동안 길을 가던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함께 구호를 외치는 등 호응을 보냈다. 참가한 학생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치며 걷다보니 평소보다 빨리 도착한 것 같다며 즐거워 했다. 행진이 진행되면서 대열도 불어났다.

청량리역 광장에서 정리 집회를 열었다.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들뿐 아니라 총회 참가 학생들도 발언했다.

공동행동에서 활동한 김소영 학생은 “저는 세월호 희생자 3백4명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삶이, 지난 수십 년간의 투쟁은 사라지고 단돈 10억 엔으로 끝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이 너무 억울합니다. 이런 박근혜 정부를 퇴진시킬 때까지 대학생들이 끝까지 함께합시다!” 하고 호소했다.

특히 이날 박근혜의 악질 정책에 맞서 싸워 온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외국어대학교지부 노동자들도 함께 참가했다. 최근 치러진 노동조합 선거에서는 전 총장 박철의 악질적 노동 탄압에 맞서 싸워 온 해고자가 포함된 투쟁적인 지도부가 선출됐다. 신임 지도부 노동자들은 전체학생총회뿐 아니라 행진에도 동참했다. 정리 집회에서 정재원 사무국장은 “외대 졸업생으로서 오랜만에 이런 모습을 보니 기쁘다. 박근혜가 다른 건 몰라도 95퍼센트의 단결은 이뤄 낸 것 같다. 박근혜가 하야할 때까지 함께하자”고 연대 발언을 했다. 학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비대위 김형환 부위원장은 “이런 분위기를 이어 나가 박근혜가 즉각 퇴진할 때까지 금요일, 토요일, 그 이후에도 더 많이 모이자”고 호소했다. 이번 총회를 디딤돌 삼아 앞으로도 박근혜 퇴진 운동에 더 많은 학생들이 적극 참가하자.

박근혜는 아직도 제자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 박근혜 퇴진 운동 참가 결의문-

박근혜는 아직도 제자리다. 언론의 폭로도, 의회의 압박도, 100만의 촛불도 그에게는 어떤 위협도 되지 않는 듯하다. 박근혜는 국민의 분노를 직면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국민의 분노를 회피하고 정권을 유지할 타개책만을 찾고 있다. 기자들의 질문 하나 받지 않는 두 번의 면피성 기자회견을 발표하고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타협안들을 내놓던 그는 심지어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부정하며 조사에 불응할 것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자격에 대한 어떤 의문도 지니지 않은 듯, 박근혜는 아직도 관저에 틀어박혀 대통령의 자리를 붙들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는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대통령이라는 직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적인 자리이다. 대통령의 업무와 관련된 모든 사항은 공적 시스템 안에서 철저히 검증되고 규제되어야 하며, 사적 생활 또한 존중될 수 있을지언정 공적인 차원과 절대 분리될 수 없다. 이는 다시 말해 대통령의 사적 관계가 임의로 그의 공적 공간에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근혜는 이러한 기본적 원칙을 그 뿌리부터 흔들어왔다. 그는 대통령 연설문의 수정과 정책의 결정, 공직 인사의 임명 등에 전혀 검증되지 않은 최순실이라는 개인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최순실을 위해 공권력을 사적으로 유용하기까지 하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이 지금까지 펼쳐 온 모든 정책들 중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국민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간 정책이 과연 얼마나 있었던가? 당사자 할머님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졸속적 ‘위안부‘ 합의, 노동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후퇴시킨 노동개악, 국민들을 ’빨갱이‘로 몰아가면서 독단적으로 추진했던 국정교과서, 외교부마저 반대했던 개성공단 완전 폐쇄까지. 그 어떤 정책도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주진 못했다. 오히려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국민을 지켜야 할 공권력의 부재를, 그리고 공권력이 국민의 반대편에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박근혜의 4년간, 우리의 삶은, 우리네 삶의 평화는 철저히 무너졌다.

박근혜는 아직도 제자리다. 그는 이전처럼 우리의 촛불이 바람에 날려 하나 둘씩 꺼질 것을 기다리며 관저에 숨어있다. 하지만 우리의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미 민중의 들불은 시작되었고 박근혜 정권이 퇴진할 때까지 그 불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 또한 저 크나큰 들불의 일부가 되어 함께 번져나갈 것이다. 우리는 박근혜가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그 날까지 결코 멈춰 서지 않을 것임을 오늘, 이 자리에서 결의하는 바이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박근혜 정권은 주권자의 뜻에 따라 즉각 퇴진하라!

하나,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을 신속히 구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라!

하나, 위의 두 사항이 시행될 때까지 우리 한국외대 학생들은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6년 11월 24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임시전체학생총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