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보복은 박근혜 정권이 자초한 일
〈노동자 연대〉 구독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올해 1월 초 한국산 화장품에 무더기 수입 불허 결정을 내렸고, 며칠 전에는 한국산 공기청정기와 비데 양변기들에 대규모 불합격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7월 8일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뒤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시작됐다. 그리고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한국과 미국 양국이 오히려 사드 배치를 서두르자,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도 더한층 강화되고 있다.
유형별로 보면 네 가지다. 중국 기업이 한국 투자 계획을 ‘돌연 취소’하고(투비소프트의 1천억 원 규모의 투자 무산과 ING생명 인수전 참가 포기), 한국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강화하며(롯데에 대한 위생·세무 조사, LG화학과 삼성SDI가 생산하는 배터리 장착 자동차와 트럭에 대한 보조금 제외, 화장품 수입 불허 등), 한한령(限韓令)으로 ‘한류’를 제한하고(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방송·드라마·영화 출연 금지 등), 한국 관광을 제한하는(한국 관광객 수를 전년 대비 20퍼센트 축소)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롯데그룹이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 정부는 중국 내 모든 롯데 사업장에 세무조사, 소방·위생점검, 안전점검 등을 실시했다. 중국의 보복 때문에 잠시 주저하던 롯데그룹이 1월 20일 성주 골프장을 제공하기로 최종 결정했는데, 여기에는 ‘국가안보 때문’이라는 점 외에도 신동빈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뇌물 제공과 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황이 크게 고려된 듯하다.
롯데는 중국에 미운털이 박히게 됐다. 국내 면세점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전체 매출 중 70퍼센트가 중국인 관광객 덕분이고, 중국에서 영업하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의 지점이 1백50곳인데, 중국 정부의 다양한 압박과 규제로 롯데는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결정한 직후인 7월 19일 국무총리 황교안은 “(중국이) 쉽게 경제 보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하고 말했고, 경제부총리 유일호는 “(중국 측이) 정치와 경제는 분리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전망했다. 이런 전망들은 반년 만에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제서야 중국의 경제 보복이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대중국(홍콩 포함) 수출 비중은 약 32퍼센트이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2만 3천여 곳이나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응한다며 여러 방안이 제기되지만 그 효과는 하나같이 미지수다.
대중 수출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중국이 세계경제 성장의 40퍼센트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제시되지만, WTO에서 결론이 나기까지는 수년이 걸려 현재의 보복을 막는 효과는 크게 떨어질 것이다.
중국은 모종의 ‘사회주의’ 사회이거나 한국을 포함한 서방 사회보다 더 나은 사회가 아니라 본질에서는 똑같은 국가자본주의 체제다. 그리고 분명 경제 보복 등으로 사드 배치를 막으려는 것은 자국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한 행동이다.
이런 점을 이해하고 중국에 대한 환상을 깃털만큼도 갖지 않더라도,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박근혜 정권이 자초한 일임은 명백하다.
더 나아가 중국 정부는 용의주도하게 비관세장벽을 통해 한국 정부에 압박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