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징계 시도 중단과 시흥캠퍼스 철회를 위한 학생회·학생 단체 기자회견:
전국 46개 학생회, 학생 단체가 서울대 점거를 지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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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오후 1시 30분 서울대학교 본부(행정관) 앞에서 ‘서울대 징계 시도 중단과 시흥캠퍼스 철회를 위한 학생회·학생 단체 연대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서울대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추진 철회를 요구하며 1백6일째 본부를 점거하고 있다.
방학 중일 뿐 아니라 매우 추운 날씨였음에도 전국에서 학생 50명가량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악랄하게도 학교 당국은 점거 학생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데, 그 규모가 29명으로 최대 규모이다. 영하의 날씨인데도 극히 일부 공간만 남겨두고 전기와 물, 난방도 차단했다.
학교 당국의 이런 탄압을 규탄하고 학생들을 엄호·지지하기 위한 이날 기자회견은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46 개 학생회·학생 단체가 공동주최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에도 지지 의사를 밝히는 단체들의 연락이 계속 됐다.
“학교 당국이 얼마나 비이상적이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 찾아와 연대를 보내겠습니까!”
서울대학교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은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인 시흥캠퍼스 추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학교 본부는 [의무적] 기숙형 대학(RC)을 안 하겠다고 했지만, [의무] RC를 안 하고 어떻게 그 캠퍼스를 채웁니까? 한편 선택형 RC는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선택이 아니라 반강제 이동입니다. 캠퍼스 분리로 인한 교통 문제 등이 남아 있습니다.
“학교는 시흥캠퍼스가 자급자족형 캠퍼스라고 합니다. 기업에서 돈을 끌어와 캠퍼스 운영비에 댄다는 것입니다. 이게 걱정입니다. 얼마 전에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교 당국은 ‘법인화 이후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해 예산이 삭감 됐으니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이처럼 재정이 불안정해지면 학생 등록금은 인상될 수 있습니다. 2011년 법인화 이후 학생들이 걱정한 것이 2017년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최근 점거 투쟁으로 승리한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도 기자회견에는 참가했다.
2016년 하반기 고려대학교 본관 점거 당시 점거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연은정 학생은 서울대 점거를 지지하는 고려대 학생들의 연서명을 모아 와서 큰 박수를 받았다.
“대여섯 시간 만에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연서명에 동참했습니다. 고려대 학생들은 점거 투쟁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고, 서울대 학생들도 1백 일이 넘는 시간 동안 굳건히 점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지지가 모였습니다.
그는 이어서 고려대 점거 승리의 경험을 들며 서울대 점거 투쟁의 대의명분을 옹호했다.
“고려대 학생들이 철회시킨 미래대학 사업은, 교육이 아닌 기업의 미래에 투자하기 위해 만들려고 한 연구소나 다름 없었습니다. 고려대 당국은 이런 박근혜의 교육개악에 발 맞추느라 몰래 추진했습니다. 서울대랑 똑같지 않습니까! 우리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저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를 위축시켜 점거를 해제시키는 것이지만, 우리는 쫄지 말고 점거를 확고히 이어갑시다.”
이화여자대학교 동아리연합회 조진영 집행국장도 발언했다.
“서울대 본부 점거 투쟁은 이화여대 학생들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돈벌이를 위한 부동산 사업, 시흥캠퍼스 날치기 통과와 학생 기만 등으로 학생들에게 부끄러움을 전가하는 게 익숙합니다. 서울대 학생들도 승리할 수 있습니다. 점거가 길어지면 힘들 수 있지만 우리는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걸고 끝까지 싸웁시다!”
한신대학교에서 비민주적 총장 선출에 반대하는 투쟁을 하다가 고소를 당한 ‘한신민주화를 위한 학생모임’ 김건수 학생은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본관은 학생들의 점거로 인해 드디어 주인을 찾았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을 징계할 자격이 없고, 오히려 징계를 받아야 할 것은 총장과 이사회입니다. 본관은 학생들의 것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현재 시국의 원칙이고, 사람들이 광장에서 외치는 가치입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 본부점거본부 윤민정 본부점거본부장은 “교육자의 외피마저 벗어 던진 것에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결의를 다졌다.
“연대와 힘이 중요한 때입니다. 우리는 그 힘으로 실시협약을 철회하고, 대학 기업화 물결을 막아낼 것입니다.
“사상 초유의 탄압에 맞서 사상 초유의 투쟁을 벌여 나가겠습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대표와 홍익대학교 총학생회장, 카이스트 부총학생회장도 먼 걸음 마다 않고 참여해서 연대 구축의 결의를 다지는 기자회견문을 함께 낭독했다.
“교수 감금”이라며 황당하게 왜곡하는 보수 언론과 학교 당국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대 학생들의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학생들은 당일 2시에 열리는 학교 당국의 학사위원회(총장, 단과대 학장 참여)에 ‘징계 철회’를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고 요구하러 회의 장소로 행진해 갔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관료적 태도로 학생들을 대했다. 이 과정에서 두 시간 가량 교수-학생 간 실랑이가 있었는데, 조중동 등 보수 언론들은 이를 가리켜 “교수 감금”이라며 사실 왜곡을 하고 있다.
이에 맞서, 서울대 학생들의 투쟁을 지지·엄호하는 연대를 유지하고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대 학생들은 전국적으로 서울대 점거 투쟁에 지지를 호소하는 연서명을 받고 있다. 오는 25일 수요일 오후 1시에는 시민·사회·노동단체 기자회견이 있다. 서울대 학생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