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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책’ 대표 이진영 무죄 석방·국가보안법 폐지 기자회견:
“이진영 석방과 국가보안법 탄압에 맞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광장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함께해야 한다”

1월 25일 수요일 광화문에서는 영하 11도의 강추위 속에서도 ‘노동자의 책’ 대표 이진영 씨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노동자의 책 국가보안법 탄압 저지 공동행동’ 단체들과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국제 엠네스티 한국지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60여 단체에서 40여 명이나 참가해 황교안 내각의 탄압을 규탄하고 이진영 씨의 석방을 요구했다.

‘노동자의 책 국가보안법 탄압 저지 공동행동’이 1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문과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며 요구하고 있다.

박석운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시중에 나도는 고전들을 유통 배포하고 인터넷에 올렸다고 해서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이고 황당무계한 사상 표현의 자유 탄압입니다.

“또 한편으로 6개월 가까이 조사하다가 갑자기 구속한 것은 황교안 총리가 천만 촛불을 향해 꼼수를 부리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하고 말했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회장 이호중 교수는 지배권력이 지난 70년 동안 남한 사회에서 정치, 경제, 역사, 예술, 학문 모든 영역을 지배하고 군림하는 데 국가보안법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최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정치적 진보인사들에 대한 사찰 등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이념적 기반도 국가보안법”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진영 씨 즉각 석방을 촉구합니다. 이진영 씨 압수수색 목록 중에는 민주노총 철도노조 유인물도 포함돼 있습니다. 저들이 얘기하는 ‘불법파업’을 선동하고, 박근혜 정권 타도하자는 것이, 그것이 근거가 된다면 저도 민주노총 대표자로서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해야 할 것입니다. 이진영 씨 구속은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것이고 민주노총을 공안 탄압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

박성수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수석부본부장도 이진영 씨 석방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발언을 했다.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이자 퇴진행동 공동 상황실장인 최영준 동지는 “이진영 씨 구속은 명백한 마녀사냥입니다. 그리고 출판·사상·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기도 합니다. 북한을 대안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데도 ‘종북’이라는 혐의를 두고,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음에도 구속시켰습니다. 반면, 정부는 최순실이 귀국할 때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줬습니다. 삼성 이재용은 뇌물죄가 명백히 있음에도 구속시키지 않았습니다. 이진영 씨 구속은 박근혜 정권뿐 아니라 지배자들이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꼼수이자 수작입니다.

“이진영 씨 구속은 천만 촛불에 대한 반격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이진영 씨 구속에 맞서서 함께 싸워야 하고, 무엇보다도 광장에서 이진영 씨 석방과 황교안 체제에 맞서는 투쟁을 벌어야 합니다. 퇴진행동도 이진영 석방과 국가보안법 탄압에 맞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광장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함께해야 할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이 완전히 물러나길 바라는 모든 사람은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반격에 나선 박근혜·황교안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진영 씨를 즉각 석방하라.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 무죄 석방·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검찰이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하는 책들이 진열돼 있다. 어느 도서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책들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진영 씨의 아내 최도은 씨의 발언도 있었다. 최도은 씨의 허락을 얻어 기자회견 발언 녹취를 싣는다.

너무 많이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은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곤 생각 안 했습니다.

저희 남편에 대해서 좀 말씀 드리면, 저희 남편은 책벌레 입니다.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진 않지만 집에 퇴근해 오면 하루 종일 … 정말 지쳐 쓰러지기 전까지 책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어봤습니다. “왜 이렇게 책에 집중하는 거야? 당신은 가정이 없는 거냐?”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1980년대, 90년대 … 이 소중한 책들을 다 없어지는데, 그거 없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그래서 한 장 한 장 잘라서 한 장 한 장 스캔 했습니다. 그러기를 지금까지 7년 여, 이런 상황이 발생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변호사 선생님도 말씀하셨습니다. ‘형사소송법은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감옥에 가두는 게 아니라 수사를 마치고 그 죄의 여부를 묻는 것이다’라고 말씀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구속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국가보안법 혐의로 구속된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의 아내 최도은 씨.

그러나 이 정부는, 박근혜가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정말 옴짝달싹을 못 하자 대체자로 권력을 쥔 황교안은 저희 남편을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국가 안보에 위해 되는 사람이라고 집어넣었습니다.

저는 지난 20일 하루가 멀다 않고 남편의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이유는 너무 억울해서였습니다. 저희 남편은 사실 공황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그 공황장애는 95년부터 97년까지 순천교도소에서 2년 반을 살면서 독방에서 외롭게 투쟁을 하다가 생긴 병이었습니다. 남편이 나와서 여름에 만났을 때 털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왜 여름인데 털 스웨터를 입고 다니는 거냐”[라고 묻자] “그냥 감기다”. 2000년 여름이었습니다. “이건 감기가 아니다. 정밀 검사를 해봐야 된다”라고 했을 때 남편이 공황장애로 판정을 나서 지금까지 만 16년째 공황장애 약을 먹고 있습니다.

책 읽기 좋아하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던 책을 사랑하는 청년 이진영은, 책을 사랑하면서 이 사회의 비리에 대해서 이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것을 이야기하는 책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서 우리 사회가 정의롭고 평등하고 그리고 사람이 중요한 그런 세상을 만들자고 살아왔습니다.

그런 이진영을 공황장애 환자로 만들고, 그런 책을 누구나 다 읽을 수 있고 누구나 다 사서 볼 수 있고.. 사실은 남편이 책을 팔다가 걸린 건 저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희 집 온 집안 천지가 책 천지입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이 썩을 놈의 책들을 제발 좀 버려”라고. 그래서 남편이 버렸습니다. 중고시장 알라딘, 예스24에다가 65권을 팔았다고, 얼마일까요? 책 한 권 2천 원, 3천 원 주고 판 책 … 60권 … 산수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 남편이 헌책을 판 돈은 채 30만 원도 되지 않을 돈입니다. 그런 사람이 국가 안보를 위해 했다고 집어넣고, 이 땅 국민의 노후연금 수천억을 손실나게 하고 자기 회사 노동자 79명을 죽음으로 내몬 이재용은 생활환경을 고려해 구속하지 않고, 헌 책 육십여 권 팔았다고 인터넷에 80-90년대 그 사회주의 서적 올렸다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읽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올렸다고 국가보안법이라고 하는 나라, 이게 민주주의 맞습니까?

그제는 [이진영 씨가] 발목이 너무 시려서 신발을 신고 앉아 독방에 앉아 있는데 간수가 그걸 보고 어깨를 뒤로 꺾고 수갑을 채우고 징벌을 당했다고 했습니다. 면회를 가서 “이제 나이가 쉰하나인데 이제 좀 적당히 하면 안 되냐”고 제가 말했습니다. 저희 남편이 말했습니다. “이 세상의 어느 하나 싸우지 않으면 바뀌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와 있는 기자 여러분, 그리고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해서 싸우시는 이 나라의 양심세력에게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싸워야 합니다.

저는 민중가요를 부르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지만 제 일상은 그저 평범한 소시민입니다. 어느 날 인터넷을 열어서 불쌍한 사람을 돕자고 소셜 클라우드 펀드인지 뭐인지 하면서 여러분이 다 보신 영화 〈자백〉에도 클라우드 펀딩을 했고, 비정규직 쉼터를 만들자는 것에도 클라우드 펀딩을 했고, 어느 변호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어린 죄수를 위해 싸울 때도 클라우드 펀딩을 했습니다. 나는 그런 걸 보면 늘 내 주머니에 있는 작은 돈이지만 함께 보탰기 때문에 이번에 우리 남편 문제도 그런 보탬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다 아시는 ‘다음’에다가 저희 남편의 사연을 올리고 클라우드 펀딩을 신청했으나 저희 남편의 석방은 클라우드 펀딩을 해 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나는 또 한 번 절벽에 부딪혔습니다. 이번 남편의 사태는 지난 20일, 매일매일 절벽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이 절벽을 깰 수 있는 힘은 저 혼자로는 부족합니다. 지금 제 몸에는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손목에도 파스를 붙이고 마이크를 쥐고 있는 이 손마저도 부들부들 떨리긴 하지만 천만 촛불과 함께 정말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그 출발점으로 이진영을 석방하고, 이재용을 구속하고, 박근혜를 구속하고, 황교안이 물러가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녹취 박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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