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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라틴 아메리카와 좌파

다함께 기자 김용욱이 세계사회포럼에서 크리스 하먼을 만나 그에게서 라틴 아메리카의 운동과 좌파 정치에 대해 들었다.
크리스 하먼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자 계간지 《인터내셔날 소셜리즘》의 편집자다. 국내에는 《민중의 세계사》(책갈피), 《세계를 뒤흔든 1968》(책갈피), 《신자유주의 경제학 비판》(책갈피), 《저항의 세계화》(북막스) 등 여러 권이 번역돼 있다.  
그는 8월에 다함께가 주최하는 ‘전쟁과 변혁의 시대’에서 연설하기 위해 한국에 올 예정이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좌파 정권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지난 5년 동안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세 번의 봉기가 발생해서 신자유주의 정부를 전복시켰고, 베네수엘라에서는 차베스를 타도하려는 우익 쿠데타를 저지한 봉기가 일어났으며, 브라질에서는 카르도주의 신자유주의 정부에 대한 반발로 중도좌파 정부가 당선됐습니다.

각각의 사례는 수많은 사람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의 사조인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봉기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멋진 대응이었습니다.

나는 이것이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라틴 아메리카에서 지난 번 투쟁 물결은 군사적 수단에 의해 패배했기 때문입니다. 1970년 우루과이, 1973년 칠레, 그 뒤 아르헨티나, 그리고 1980년대 중앙아메리카가 그랬습니다.

이러한 패배 때문에 좌파 전체가 분열했고, 사기 저하했고, 일부는 매우 종파적이 됐습니다. 최근의 봉기들은 새로운 투쟁의 물결을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정부 간에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아르헨티나·볼리비아·에콰도르 정부는 기본적으로 선거가 아니라 거대한 운동이 전임 정부를 전복시킨 결과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브라질과 우루과이 정부는 그 나라의 선거 과정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본주의에 맞설 준비가 돼 있지는 않지만,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들은 세계 체제의 요구에 신속하게 굴복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굴복은 완전한 굴복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와의 협상용 카드로 지난 2년 반 동안 외채 이자의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브라질 정부는 단지 외국 자본의 압력에만 반응하지 않습니다. 룰라 정부는 기본적으로 브라질의 대규모 산업과 수출 농업 부문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칸쿤 WTO 각료회담에서 미국과 충돌했던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브라질 정부는 국내적으로 소위 개혁, 특히 농업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농업 개혁은 과거에 양보했던 것을 회수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브라질 정부의 특징은 다른 라틴 아메리카 정부에도 적용됩니다. 하지만 이들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전임 정부를 타도하는 데 참가했던 대형 자율주의 단체와 노동조합 중 일부가 지금 키르히너 정부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최근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노동자당(PT)이 대규모 산업 중심지에서 표를 잃었지만 소규모 산업중심지에서는 오히려 표를 회복했습니다. 이것은 투쟁의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 PT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PT가 상황을 나아지게 하리라고 기대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브라질 룰라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며, 급진좌파들은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PT는 원래 1970년대 말∼1980년대 초반 군사독재를 종식시킨 대규모 파업 물결 속에서 탄생한 정당입니다. PT는 이전 노동조합보다 훨씬 전투적인 새로운 노동조합인 CUT에 기초해서 영향력을 획득했습니다.

그러나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룰라는 점점 우파 정당들과 타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룰라는 자기 정부에 기존 우파 정당들을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2년 반 전 룰라의 당선 가능성이 현실화되자, 그는 서둘러 IMF와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국제 금융자본가들과 타협했습니다.

이러한 협정의 결과로, 룰라 정부는 공공 부문 노동자들의 연금을 삭감했고, 지난해 말 은행 노동자들의 처절한 파업 투쟁 때는 사용자들을 지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룰라는 대학 개혁과 노조 관료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노동조합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룰라 정부는 다른 나라의 사회민주주의·개량주의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시에, 룰라는 여전히 PT의 지지를 원합니다. 그리고 부르주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PT는 여전히 노동자 정당입니다.

그리고 이 점은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룰라가 연설했을 때, 청중 가운데 4분의 3이 룰라에게 박수를 보냈고, 4분의 1은 가만 있었고 아주 극소수만이 야유를 보냈습니다.

차베스가 연설할 때, 어떤 사람들은 “Chavez si, Lula nao(챠베스는 좋고 룰라는 싫다)”라고 외쳤지만 이 구호를 외친 사람은 전체 청중 가운데 절반에 불과했고, 이 구호에 적의를 드러낸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구호에는 모두가 함께 호응했습니다. 룰라 지지를 외친 사람 중에는 “100% 룰라”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아주 많은 사람들은 “75% 룰라” 혹은 “50% 룰라”였습니다.

혁명가들이 룰라 정부를 대할 때 첫째, 이 정부가 자본주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고, 자본주의가 자기 계획을 완수하는 것을 사실상 돕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리는 여전히 매우 많은 노동자들이 룰라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고, 자신들이 일정 정도 항의하면 룰라가 변할 것이고, 문제는 룰라가 잘못된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식으로 행동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나는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그를 ‘배신자’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아직 자명한 사실이 아닙니다. 물론 그는 배신자입니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 룰라를 배신자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지지자들을 획득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나는 사회주의노동자단결당(PSTU) 같은 조직이, PT 당 안에 있거나 룰라를 신뢰하고 있는 사람들을 투쟁에 연루시키고 그 속에서 룰라 정부의 진정한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보다 종파적 활동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실제로 PSTU는 자기 회원들을 주요 노동조합 연맹체인 CUT로부터 탈퇴시킨 후 새로운 노동조합 연맹체인 ‘투쟁 속에서’(Con Lutas)를 결성했습니다. 나는 이것이 치명적인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룰라를 지지하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면서 실천을 통해 그들을 PT로부터 견인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PSTU는 어떤 성격의 당입니까?

PSTU는 2천∼4천 명의 당원을 가진 정당입니다. PSTU는 모레노가 건설한 트로츠키주의 경향으로부터 탄생했고, 매우 전투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종파적입니다. 제가 보기에 그들은 노동자들의 개량주의 정서를 거의 이해하지 못합니다.

모레노 전통에 속한 사람들은 개량주의 사상을 가진 노동자들이 대단히 전투적으로 싸울 수 있고, 혁명가들이 이런 투쟁 과정에서 그 노동자들을 설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정통 트로츠키주의’라고 부르지만, 그들은 공동전선을 통해 혁명가들이 개량주의자들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에 관한 트로츠키의 글을 전혀 읽지 않은 듯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라크 전쟁에 맞서 싸우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혁명가와 비혁명가를 모두 아우르는 강령이 필요합니다. 영국에서 우리가 이라크 전쟁 반대를 조직할 때, 우리는 SWP 당원, 무슬림 단체에 속한 사람들과 노동당에 속한 사람들 모두를 조직했습니다.

브라질 좌파 정당인 ‘사회주의와 자유의 당’(P-SoL)의 정치에 관해 소개해 주십시오.

PT가 창당됐을 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가입했습니다. 어떤 이는 트로츠키주의자였고, 어떤 이는 노동자였으며, 어떤 이는 강단 마르크스주의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PT 안에서 조직된 경향으로 존재했습니다.

포르투 알레그레에 기반하고 있는 조직된 경향 중 하나가 사회주의좌파운동(MES)입니다. 또 다른 경향은 사회주의적 민주주의(DS)인데 이들은 제4인터내셔널과 기타 조그만 단체들에 연결돼 있습니다.

2년 전 룰라 정부가 연금 개혁을 추진했을 때, 이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습니다. 엘레나 엘로이사라는 한 상원의원과 세 명의 의원들이 이 개혁에 반대표를 던졌고, 이 때문에 PT로부터 축출됐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룰라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두 모을 수 있는 정치강령에 기초해서 새로운 선거 정당을 결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에 모인 사람들은 주로 트로츠키주의 배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엘레나는 DS 출신이고(DS의 나머지 회원들은 PT 안에 남아 있습니다), 루치아나 젠로는 MES 출신입니다. 또 다른 의원인 바바도 트로츠키주의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혁명적 개량주의자’라고 부르는 독립사회주의자들, 마르크스주의 지식인들이 단결할 수 있는 대안 정당을 건설하려 했습니다.

P-SoL이 직면한 진정한 시험은 PT에 환멸을 품은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와 아직 PT와 결별하지 않았지만 이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계속 개방적일 수 있는지 입니다.

PT의 한 저명 인사가 지난 주말에 세계사회포럼에서 자신을 포함해 1백여 명이 PT를 탈당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P-SoL 전당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는 아직 P-SoL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지금 가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P-SoL이 발전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이런 다른 집단에게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P-SoL 강령은, 올바르게도 자본주의에 반대한다고 선언하면서도, 개량과 혁명 중 어떤 방식으로 자본주의에 맞설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현재 단계에서 이러한 입장은 옳습니다. 브라질은 지금 혁명적 상황에 있지 않습니다. 지금 브라질에서는 룰라와는 다른 방식으로 싸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그러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혁명가들은 그 당 안에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혁명가들은 자기 사상을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그러나 매번 혁명이냐 개량이냐 하는 논쟁으로 당의 모든 일상과 모임을 마비시켜서는 안 됩니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에 대한 지지가 대단했습니다. 그 정권은 어떤 정권입니까? 차베스의 ‘볼리바르 혁명’의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차베스는 6년 전에 권력을 잡았고, 특히 헌정 개혁과 토지 관련 개혁 등 작은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개혁을 추진하면서 베네수엘라 상층 계급과 상층 중간계급의 격렬한 적대에 부딪쳤습니다.

베네수엘라는 계급 분열이 심각한 사회입니다. 수도 카라카스의 부촌은 빈민가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힐튼 호텔에서 불과 2백 미터 떨어진 곳에 판자촌이 있습니다. 그 정도로 심각합니다.

따라서 부자들은 빈민을 두려워하면서 살고 있고, 그들을 경멸합니다. 전통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입은 베네수엘라 부르주아지와 상층 중간계급의 수중으로 들어갔습니다. 차베스가 이것을 위협하자 그들은 두 번이나 차베스를 전복하려 했습니다.

그들이 차베스를 전복하려 했을 때, 차베스 전복에 반대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대중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 뒤로 차베스는 점점 급진적인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실제로 그의 정부는 상층 중간계급과 지배계급을 가만 놔두었습니다.

그는 석유 수입 중 일부를 취해 정부 재정을 늘렸고, 이것을 사용해 보건소, 빈민을 위한 학교 등을 포함하는 ‘미시오네스(misiones: 복지 시설)를 설립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중간계급에게 혜택을 주는 기존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앞서 말한 것들은 빈민을 돕는 일종의 작은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진짜 국가는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육군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차베스는 육군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삼았지만 육군에는 지금 침묵을 지키고 있는 반동적 장교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물론 작은 개혁에 찬성하는 장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중간계급 출신이거나 혹은 중간계급의 일부가 됐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작은 개혁에는 괘념치 않지만 베네수엘라 사회 전체를 포괄하는 혁명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차베스가 빈민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지만, 혁명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차베스 정부에서 잠시 장관직을 지냈던 한 활동가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베스는 말을 진짜 잘 한다. 하지만 그의 정부는 아주 나쁘다.”

2000년 이후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에서는 일련의 봉기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개량주의 정부들이 들어섰습니다. 대륙 혁명은 계속 나아갈까요?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합니까?

반드시 이해해야 할 점은 이것들이 새로운 투쟁 물결이란 것입니다. 그들은 과거로부터의 단절을 나타냅니다. 그들은 새로운 세력을 대변합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이전에 정치에 연루된 적이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봉기에 참가했고, 그 뒤로 계속 정치적으로 능동적입니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조직, 일례로 아르헨티나의 피께떼로스 등이 생겨났습니다.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에서 봉기의 원동력은 많은 부분 스페인어를 말하지 못하고 정치로부터 완전히 배제됐던 원주민들, 즉 부적절하게 ‘인디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동원이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새로운 운동은 정말 완벽하게 새롭습니다. 저는 6년 전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운동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오직 소규모 단체들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베네수엘라 혁명 조직은 붕괴하거나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새로운 운동은 운동에 적극 개입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배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정치적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혼란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자기 삶을 통제하고 싶은 열망과 지도자에 의존하는 경향이 뒤섞여 있습니다.

2년 전에 “룰라! 룰라! 룰라!”를 연호한 사람들이 지금 “차베스! 차베스! 차베스!”를 연호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고, 누군가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베스 정부의 성격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모든 투쟁에 개입하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내심을 가지고 사람들과 우호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혁명가들의 존재가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문제점은 1960∼70년대의 혁명가 세대들 중 많은 이들이 20여 년의 패배를 겪으면서 체제에 흡수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옛 게릴라들이 지금 신자유주의 정부의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우루과이의 한 장관은 30년 전에 게릴라였습니다. 이것은 패배에 대한 한 반응이었습니다.

또 다른 반응은 지독한 종파주의였습니다. 그들은 경직돼 있고, 다른 조직들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됐습니다. 그들은 구호를 외칠 뿐 누가 실제로 그것을 듣고 있는지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사람들과 토론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종파주의는 브라질의 일부 조직들 사이에 존재하며, 새로운 운동으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돼 있는 볼리비아의 오래된 트로츠키주의 조직들에게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두 가지 반응을 보면서 새로운 운동의 일부는 자율주의 사상으로 흡수되는 새로운 사상을 발전시켰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게릴라 조직들은 모두 스탈린주의나 마오주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혁명 조직들이 활동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응으로 사람들은 정당이 독재와 위계질서를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율주의자들은 “국가도 조직도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중요하게 되면, 그들은 국가에 타협하거나 개량주의적 해결책을 받아들이곤 합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좌파 중 일부는 미국 제국주의를 과대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혁명이 더 나아가면 미국이 개입할 것이므로, 혁명을 더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라크에서 위기에 빠져 있는 미국이 군사적으로 라틴 아메리카에 개입할 처지에 있다고 보십니까?

첫째, 북미는 라틴 아메리카에 보통 간접적 방식으로 개입해 왔습니다. 그들은 카리브 해의 도미니카 공화국과 아이티를 침략했고, 20세기 초에 쿠바를 침략했습니다. 그리고 1960년대와 70년대에 라틴 아메리카의 다른 지역에서 보통 그들은 토착 지배계급과 함께 대중 운동을 공격했습니다. 엘살바도르와 니카라과에는 미군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콜롬비아 전쟁에서는 미국의 돈을 받은 암살단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콜롬비아 군과 준군사조직 등 주로 토착 지배계급이 전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칠레 쿠데타를 일으킨 피노체트는 칠레인이었고, 물론 미군이 일정한 기술적 지원을 제공했지만 쿠데타를 감행한 것은 미군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대중 운동은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보통 민족주의적이며, 실제로는 토착 지배계급이 온갖 더러운 짓을 다 저지른 것인데도 문제를 라틴 아메리카 대 미국의 구도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은 보호자처럼 행동합니다. 미국은 만약 자기 지배계급의 이윤이 걸려 있으면 토착 지배계급에게 지원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것이 전반적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핵심적 문제는 국내 세력관계입니다.

베네수엘라 쿠데타는 미국 정부 일부의 지지를 받은 토착 지배계급들이 일으켰습니다. 미국 정부의 일부는 그들을 지지했지만, 다른 이들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배계급과 미국 사이에 이견이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심 문제는 내부 계급투쟁입니다.

물론 이라크에서 미국의 취약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베네수엘라 지배계급은 여전히 국민 중 30∼40퍼센트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나는 미국이 어느 순간 차베스 전복을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미래에 언젠가 콜롬비아 군대를 이용해서 차베스 타도를 도발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상황이 지금 발생하리라고 믿지 않습니다.

미국은 지금 이라크에 철저하게 발목이 잡혀 있고, 국제 유가도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지금 베네수엘라에서의 전쟁을 원하지 않고 있고, 다시 말해 우리는 혁명적 과정을 전진시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일부 라틴 아메리카 좌파들이 “우리는 절대 혁명적 과정을 전진시키면 안 돼.” 하고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볼리비아의 주요 인사인 에보 모랄레스는 원주민 운동의 핵심 지도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지금 현 볼리비아 정부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볼리비아 혁명은 앞으로 더 나아가서는 안 된다. 그러면 미국이 개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 전혀 개입할 처지에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일부 좌파는 사회 운동과 당 운동을 구분하고 나서, 사회 운동이 당 운동보다 우월하며 당 운동이 사회 운동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부정적인 ‘간섭’의 예로 영국 SWP를 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해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든 사회 운동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해 수준이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하기 마련입니다. 동질적인 사회 운동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파업을 하게 되면, 파업을 하고 강력하게 투쟁하고 싶어하는 사람과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각각 있기 마련입니다.

파업에서 피켓라인은 사용자를 겨냥한 것이 아닙니다. 쓰레기통을 버리고 열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사장들이 아닙니다. 피켓라인은 사장들의 주장에 영향을 받고 일하려고 하는 노동자들을 겨냥한 것입니다.

다른 사회 운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토지 노동자들이 토지를 쟁취하려 할 때, 일부는 싸울 것이고, 일부는 기존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운동 안에 정치적 논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설사 자신이 그것을 정치적 주장으로 여기지 않더라도 정치적 논쟁은 정치적 논쟁입니다.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정치를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 가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언제나 정치적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에는 힘차게 싸우지만 개량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소규모 압력집단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체제를 타도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집단이 참가하는 사회 운동을 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개량을 원하는 사람들이 조직돼 있기 때문에 혁명을 원하는 사람들도 조직돼야 한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NGO들은 대부분 정부로부터 재정의 대부분을 지원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운동을 건설할 때 NGO들은 보통 개량주의나 ‘압력 넣기’를 지지합니다.

지도자들 중 일부가 더 나아가기를 바라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언제나 돈이 어디로부터 오고, 어떻게 너무 나아가지 않으면서 운동을 조직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따라서 그들이 개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혁명가들은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우리 방식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카페 반대편에는 매우 고급스러운 호텔이 있습니다. NGO들은 바로 저런 곳에 묵고 모임을 가집니다. 반면에, 우리는 싸구려 호텔에 묵고 모임을 가집니다. 하지만 고급 호텔에 묵는 사람들의 운동에 대한 개입은 허용되는 반면, 실제로 노동자와 농민의 삶과 함께 하고 싶은 우리들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혁명가들]는 현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수인 척 가장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소수입니다. 따라서 반전 운동을 건설할 때 SWP뿐 아니라 공산당 사람들, 노동당 사람들, 무슬림 단체 사람들이 참가했습니다.

우리는 “반전 운동은 혁명적 강령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반전 운동은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최소 강령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기를 바라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하면서 운동 안에서 논쟁하고 우리 제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치는 안 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보통 의미하는 것은 개량주의 정치만이 유일한 정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는 안 돼”라고 말하는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개량주의를 싫어하지만 결국 개량주의자들의 주장에 조직적으로 도전하는 데 실패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