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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경비 노동자, 본관을 점거해 승리하다!

이화여대 경비 노동자들이 유리한 정세 속에서 단호한 투쟁을 벌여 노동 조건 후퇴를 막아냈다. 학생들도 신속한 연대에 나서 승리에 일조했다.

2월 28일부터 본관 점거 농성에 들어간 서경지부 이대분회 소속 경비 노동자들이 사측의 양보를 얻어냈다. 본관 2층 복도를 점거한지 단 4일 만이다. 교섭 결과를 들은 노동자들은 밝은 얼굴로 박수를 치며 결과를 환영했다.

이화여대 비정규직 경비 노동자들은 노동 조건 후퇴를 막기 위해 싸웠다. 재하청 업체가 교체되면서 그동안 일한 근속이 보장되지 않아 퇴직금, 연차 등이 깎이고, 65세 이상 노동자들은 고용보험이 상실돼 국가에서 실업급여를 못 받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1차 하청업체인 에스원이나 원청인 이화여대 당국이 인력 보장 요구에 확답을 주지 않아, 인력 감축의 우려도 있었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시간만 끌던 학교 당국과 에스원은 노동자들이 점거에 들어가자 단 4일 만에 항복했다. 새롭게 에스원과 재하청 계약을 맺은 타워PMC가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약속한 것이다.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연 경비 노동자들과 연대하러 온 학생들 ⓒ양효영

우선 인력 문제에서 기존보다 진전된 합의를 체결했다. 사측이 일방적으로 정원을 감축할 수 없고, 노조가 정원 확대를 요구할 때 사측이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또 그동안 학교 당국과 용역업체는 퇴직자 자리를 메우지 않는 방식으로 경비 인력을 축소해 왔는데, 이번 합의에는 퇴직자 결원을 7일 이내에 충원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연차수당과 퇴직금도 근속연수를 반영해 ‘특별 위로금’ 명목으로 추가 지급하고, 65세 이상 조합원에게 실업급여도 지급하기로 했다. 3년 전 이화여대 청소 노동자들이 같은 요구를 했을 때는 학교 당국과 사측 모두 노동자의 요구를 무시했다. 그런데 이번엔 사측의 책임을 묻는 진전을 이룬 것이다.

업체 교체 시 이런 보장을 받게 된 것은 서경지부 소속 분회에서도 이화여대가 처음이라고 한다.

재하청

다만 인력과 퇴직금 등을 보장하겠다는 합의서에는 재하청 업체 대표이사가 서명했지만, 구체적 지급 액수를 적은 확약서에는 대표이사가 아닌 보안총괄팀장이 서명했다. 시간이 지나면 책임을 회피하는 꼼수를 부린 건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또한 재하청 구조는 계속 남기 때문에, 재하청 업체가 변경되면 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투쟁도 중요하다.

이번 투쟁은 무엇보다 이화여대 당국이 ‘정유라 비리’ 문제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졌고, 노동자들은 이런 상황과 단호한 점거를 결합시켜 단 며칠 만에 양보를 이끌어 냈다.

3월 2일 개강과 함께 노동자들은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학교 당국을 압박했다. 이날 집회에서 서경지부 박명석 지부장은 ‘정유라 비리로 땅에 떨어진 이화여대 명예를 회복하려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며 학교 당국을 규탄했다.

학교 당국으로서도 노동자들의 본관 점거는 지난 여름 학생들의 점거 농성으로 혼쭐난 악몽이 다시 떠올랐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에 대한 학생들의 지지와 연대도 신속하게 확산됐다. 점거 농성 첫날, 노동자연대 이대모임이 발의해 점거 농성을 지지하는 학내 단체 성명을 조직했다. 긴급하게 조직했음에도 학생회, 동아리, 자치단위 스무 곳 이상이 연서명에 동참했다. 본관 농성 중인 경비 노동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음료수, 주전부리를 가져다 주는 학생들도 많았다.

유리한 정세, 단호한 투쟁, 신속한 학생들의 연대로 승리한 이번 사례가 다른 대학으로도 확대되길 바란다.

점거 투쟁을 벌인 경비 노동자들은 이화여대 학생들과 '세월호 참사 주범 박근혜 즉각 탄핵 촉구 대학생 서명 운동'에도 함께했다. ⓒ사진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