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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고려대:
지리교육과 학과장은 여성주의 소모임 〈난.파〉 탄압 중단하라

고려대 지리교육과 여성주의 소모임 〈난교파티〉(이하 〈난.파〉)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난.파〉는 1:1의 이성애적 관계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관계들을 인정하는 성해방으로 나아가자는 취지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지난해 말 한 대학원생 A가 소모임의 이름이 ‘지리교육과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난.파〉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 지리교육과 학과장도 개입하면서 〈난.파〉의 성원이었던 지리교육과 신임 학생회장(3월 10일 자진사퇴)의 회장 직무가 정지됐다.

또한 고려대 여성주의 교지 《석순》의 성명에 따르면, 학과장은 〈난.파〉 회원 일부의 학부모를 호출해 학생들을 ‘단속’하라고 주문했다고 하며, 소모임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난.파〉 회원들을 고려대의 양성평등센터에 제소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3월 3일, 지리교육과 학과장은 〈난.파〉 회원들의 ‘야외지리조사’ 수업의 수강을 불허했다. 소모임 이름에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대학원생 A와 ‘공간 분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수업은 지리교육과 학생들이 졸업하려면 반드시 들어야 하는 수업 중 하나다.

‘명예 실추’? 진보적 활동에 대한 간섭이야말로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

여성주의(페미니즘)는, 자본주의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을 철폐하고 성 해방을 이루겠다는 목표 하에 발전한 진보 사상이다. 페미니즘은 언제나 복수였고 여러 페미니즘들 사이에 그리고 페미니즘과 마르크스주의 사이에 차별의 원인과 해방의 전략을 두고 논쟁이 있을지언정, 여성 차별 철폐를 지향한다는 중요한 공통의 목표가 있다.

〈난.파〉 회원들은, 지리교육과에서 평등을 지향하는 진보적 토론을 하고, 여성 차별을 조금씩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소모임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난.파〉라는 이름이 ‘대중적’이지 않을 수는 있어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난.파〉라는 이름을 문제 삼는 학과장의 태도는 성적 보수주의에 입각한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하고자 했던 활동의 진보적 의도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 그러나 지리교육과 학과장 및 일부 성원들은, 〈난.파〉라는 이름이 ‘지리교육과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며, 소모임 활동을 시작하지도 못한 〈난.파〉 학생들에게 사과를 강요하고 수업권을 박탈했다.

설사 소모임 이름에 이견이 있더라도 민주적 토론을 제기했어야 한다. 이들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소모임 회원들의 생활과 자치, 학습권을 침해할 권리는 없다. 그런 침해야말로 ‘지리교육과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난.파〉 회원들에 대한 공격은, 진보적 사상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들을 배제할 수 있다고 보는 행위라는 점에서 ‘사상과 결사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배치된다.

이는 오늘날 사회적 화두로 돼 있는 문제와도 연관 있다. 해를 넘겨 이어지는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참가한 1천5백만 명의 염원이 무엇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고통과 불평등이 없고, 정의와 진실, 평등과 평화가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런 염원과 열망을 자신의 공간에서 실천하겠다 마음 먹은 사람들을 탄압하고 배제하는 것이야말로 비민주적인 처사다.

〈난.파〉 회원들에 대한 탄압과 배제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지리교육과 학과장은 〈난.파〉 회원들의 수업 수강 불허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간의 공격과 매도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도 약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