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심상정 대선 후보 인하대 강연회:
“노동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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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인하대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강연회가 열렸다. ‘박근혜 퇴진 인하대 시국회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인하인 모임’, ‘정의당 청년 미래부’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적폐 청산, 더 나은 사회 어떻게 만들까?’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강연회에 주최측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와서, 1백30석 규모 강의실을 꽉 채우고 바닥에 앉거나 뒤에 서서 듣는 사람들도 많았다. 박근혜 탄핵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와 적폐 청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느껴졌다.
심상정 후보는 대학을 찾은 소감과 대학생들을 만난 기쁨을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인하대에 와서 한진 해운에 투자했다가 1백30억 원 손실이 났다는 현수막을 봤다. 많은 대학들에서 공공성이 훼손되고, 구성원들의 민주적인 참여가 생략되고, 재벌이 개입하는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돈’의 위력을 어떻게 제어하느냐 하는 과제는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과제와 직결된다. 민주주의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적폐 청산을 할 수 없다.”
“대학생들이 이번 광장 촛불의 주역이었다. 88만 원 세대에서 77만 원으로 강등시키고, 사회로 나가기도 전에 빚쟁이로 만드는 이 사회를 뒤집어야 한다. ‘헬조선’이 지속되는, 삶이 변하지 않는 개혁은 가짜다. 개인들이 일상적으로는 나약해도, 모여서 비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촛불 혁명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심상정 후보는 박근혜 퇴진 촛불의 의의를 밝히며, 자신이 출마하는 의의를 ‘노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촛불은 불의한 정권에 대한 분노만이 아니었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도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고단한 삶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촛불 운동이 보여 준 시대적 사명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존엄을 지키고,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노동을 비용으로만 취급했다. 자본의 탐욕 때문에 인권 유린이 만연하다. 소수 기득권 층이 다수 국민을 불행하게 하고 있다. 여야 불문하고 우리 나라 정당 중 최대 파벌은 ‘재벌파’다. 진보 정당은 바로 이 부분에서 차별성이 명확하다. 친 재벌 정부들이 설파해 온 이데올로기에 맞서 ‘노동’ 권리를 얘기해야 한다.”
노동 문제들을 얘기하며 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 사유를 제한해서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런데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은 2년 동안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게 했고 민주노동당은 점거농성을 하며 반대했다. 지금 민주당 후보들은 그 당시 논쟁에 대한 돌아보기 없이 비정규직 문제를 얘기해선 안 된다. 노동시간 단축해서 일자리 창출 해야 한다. 많은 후보들이 현재 법정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이라고 틀린 얘기를 하는데, 노동자들이 투쟁하며 쟁취한 것이 주 40시간이다. 나는 35시간으로 더 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최측이 진행한 ‘가장 중요한 적폐 청산 과제’ 설문조사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심 후보는 “헌재 판결문에 세월호가 포함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국민들 가슴 속에 박근혜 탄핵 사유 첫번째는 세월호다. 반드시 진실 규명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차별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강연에 참가한 사람들도 많았다. 성별 임금 격차,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문제에 대해서 심 후보는 이렇게 지적했다.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 ‘가족 없는 노동’을 강요하는 시스템의 문제다. 남성도 육아에 참여하고 싶어하지만 육아 휴직을 쓸 때 직장에서 눈치보이고, 승진에 지장 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질문 받는 시간에는 손 들고 발언권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시간상 더 많은 이들의 발언을 듣지 못해서 아쉬웠다. 철학을 전공하는 한 학생의 발언에서는 깊은 고민이 느껴졌다. “광장에서 연대감을 느꼈고, 고립되지 않았다는 위로를 받았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좌절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불안하다. 철학 공부해서 뭐 먹고 살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심 후보도 지적했던 것처럼 촛불 운동은 박근혜를 끌어내렸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남겨두고 있다. 광장의 촛불이 학교, 직장 등 곳곳에서 ‘조직화’되고, 저항을 건설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삶이 나아질 수 있는 진정한 변화는 앞으로 계속될 투쟁에 달려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심 후보의 몇몇 발언은 조금 우려스러웠다.
가령 심 후보는 “국회 내에서 야 3당뿐 아니라 바른정당까지 동의하는 개혁 법안에 대해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통과시켜야 한다”거나 “대선 이후에 연립정부 구성은 불가피하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개혁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촛불이 단죄한 구 새누리당 세력의 일부인 바른정당의 동의까지 구해야 할까? 또한 진보 세력이 그들과 손잡고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쥐어짜야 하는 입장으로 내몰리지 않을까?
심상정 후보가 기성 ‘정치권’ 내에서의 계산을 중심에 두기보다는, ‘위쪽, 오른쪽’이 아니라 ‘아래쪽, 왼쪽’에서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유지하며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
인하대에서 시국 강연회는 이어질 계획이다. ‘박근혜 퇴진 인하대 시국회의’와 ‘세월호를 기억하는 인하인 모임’은 3월 29일 저녁 6시 30분에 세월호 유가족과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활동가를 초청해,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과 박근혜 퇴진 운동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차기 강연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