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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는 불안정성과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니콜라 불라드는 급진 반자본주의 NGO인 ‘남반구초점’의 주도적인 활동가이다.

이 인터뷰는 지난 1월 브라질 세계사회포럼에서 열린 ‘홍콩 WTO 각료회담 준비 전략회의’ 워크숍 장소에서 이뤄졌다.

WTO는 어떤 기구이고, 무엇이 문제입니까?

WTO는 15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다자간 국제 기구로서, 기본적으로는 세계무역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 무역법을 제정합니다. 이 법은 사실상 신자유주의 모델에 근거하고 있고, 무역 자유화를 확대하고 시장을 개방하는 것입니다.

요컨대, WTO의 커다란 문제 가운데 하나는 WTO 협약이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제도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협약들은 정부가 비준하기 때문에 국내법보다 더 강력한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

나는 WTO의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WTO는 비준국에게 특정 무역 체제와 경제 모델을 강요해 이 나라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WTO 폐지냐 개혁이냐를 둘러싸고 논쟁이 있습니다. 이 논쟁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러한 논쟁들은 단지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죠. WTO를 개혁할 수 없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과 WTO를 훌륭한 제도로 만들 때까지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 일종의 ‘긴장’이 존재합니다.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역 법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폐지를 바라는 사람들도 국제 무역을 위한 법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의 국가간 권력 관계와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지배적인 상황을 볼 때 WTO 내에서 모든 국가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무역 법규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나는 강대국들이 주도하고,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며 개발도상국들의 특별한 필요와 자율성을 무시하는 기구보다는 WTO가 없는 편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WTO가 발족하고 세계 무역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이라크 전쟁 등 분쟁과 전쟁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둘 간에는 어떤 관계가 존재합니까?

나는 일단 둘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경제 무역이 크게 증가했다지만, 통계를 자세히 보면 그 중 대부분이 유럽과 미국과 OECD 국가들 사이의 무역입니다. 따라서 무역 증가는 대부분 부유한 국가에 한정돼 있고, 남반구는 사실상 배제돼 있습니다.

국제 무역 증가에서 두번째 특징은 거의 60퍼센트 이상이 초국적 기업들의 내부 거래라는 사실입니다.

도요타는 엔진을 한 국가에서 생산해 다른 국가에서 조립하는 식으로 한 대의 자동차를 만듭니다.

이러한 다국적 기업 사이의 무역 증가는 무역의 실질적인 증가가 아니라 그들의 생산품들이 여러 생산 단계를 따라 전 세계를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WTO가 무역 증가의 동력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국제 무역이 크게 증가했지만 WTO는 설립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최근에 불안정성과 전쟁이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무역 증가가 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습니다. 구조조정 프로그램, 신자유주의 정책 등이 불안정성을 낳았고, 이러한 금융과 무역 자유화는 국가간 불평등을 심화시켰으며, 금융 불안과 많은 실업자를 만들어냈습니다.

나는 나라간 부의 격차가 늘어나고 분배 상황이 악화되고,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고,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소외되면 국내적 충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의 측면에서 보면, 이라크 전쟁은 특별한 경우입니다. 명백히 이라크 전쟁은 WTO가 아니라 미국이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이 매우 실질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아랍 국가들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려 합니다. 또, 어떻게 이라크의 거대한 석유 자원을 통제할 수 있을지와 어떻게 중동 국가의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유지할 수 있을지의 문제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나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중동 국가 경제의 실질적인 구조조정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중동의 국가들이 IMF와 WTO의 자유화 정책에 저항해 왔기 때문이죠.

중동을 경제적·정치적으로 미국 체제에 통합시키려는 의도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경제 계획과 이라크 민주화라는 정치 계획이 만나고 있고, 미국은 이것을 군사적 수단으로 성취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점에서 시장을 확대할 필요와 신자유주의적 모델에 따라 세계 경제를 통합하려는 이데올로기적 동기, 그리고 이라크 침략이라는 사실 사이에 연관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12월에 홍콩에서 WTO 각료회담이 열립니다. 이것은 칸쿤에서 우리 운동이 승리한 뒤 최초의 각료 회담이기도 합니다. 국제 활동가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모든 활동가들이 홍콩 동원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칸쿤 승리 이후 일정한 후퇴가 있었습니다. ‘7월 합의’(July Framework)라고 불리는 새로운 합의가 체결됐고, 이 때문에 WTO가 일정 정도 정상 상태로 돌아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나는 이 때문에 많은 활동가들이 실의에 빠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들은 WTO에 여전히 예전의 모순이 남아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7월 합의’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고, 우리가 대중에게 제안해 왔던 모든 캠페인과 쟁점 들은 여전히 유효하니까요. 사유화 문제, 농민들이 식량을 생산하지 못하는 문제, 대량 실업, 극도로 유연해진 세계 시장 등 모든 문제들이 아직 그대로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운동이 단지 단기적인 승리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국제 무역 법규의 힘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 폐지하기 위해 캠페인을 지속해야 합니다. 나는 활동가들이 홍콩 동원을 운동을 되살리기 위한 기회로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는 12월 동원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국내에서 캠페인을 건설해 자국 정부에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무역 법규를 받아들일 수 없고, 사유화와 농업 자유화 확대를 바라지 않으며, 소위 ‘뉴 이슈’[싱가포르 이슈]가 논의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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