쟝 피에르 쥬네 감독은 자신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아멜리에〉의 매력과 분위기를 이 영화에서 일부 반복하고 있다. 오드리 도투가 다시 주연을 맡긴 하지만 이 영화의 주제는 〈아멜리에〉와 완전히 다르다.

제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오드리 도투가 분한 주인공 마틸드는 연인인 마넥과 이별하게 된다. 마넥은 참호에서 끔찍한 고통을 겪다가 집에 돌아가기 위해 자기 손을 자해한다.

집에 돌아가기는커녕, 그는 군법회의에 회부돼 최전선에 배치된다. 마넥의 전사 소식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마틸드는 소아마비의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독자적인 조사를 벌인다. 전쟁의 고통에 시달리는 귀환병사에게서 직접 마넥이 어떻게 죽었는지 들은 후에도 마틸드는 마넥이 아직 살아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전후 프랑스 사회의 우울과 염세주의를 굳건함과 용기로 극복한다.

프랑스 정부 보조금을 일부 받았지만, 이 영화는 주로 할리우드에서 자본을 받아 제작됐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상투적인 미국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탄생했다.

어떤 사람은 때때로 동화의 냄새를 풍기는 이 영화의 형식에 불만을 표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형식이 노동계급이 적군뿐 아니라 자기 상관에 의해서도 죽음을 당한 제1차세계대전의 참혹함을 잘 전달해 주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두 편의 독립된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틸드의 온화하고 따뜻한 평온함은 침울하고 숨막히는 참호와 극단적으로 대조된다. 그럼에도, 〈인게이지먼트〉는 꼭 한 번 볼 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