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바른정당 대표로 당선한 이혜훈을 만나 덕담을 건넸다. “평소 합리적이고 소신 있는 정치를 해 오셨기 때문에 개혁 보수의 문을 활짝 여는 강단 있는 리더가 되실 것이라 믿는다.”
누군가는 원내정당의 대표들끼리 으레 하는 인사말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이혜훈은 심 대표가 표방한 “노동이 당당한 나라”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정치 인생을 시작해 2007년 박근혜 캠프 대변인,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최고위원 등을 지내는 등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요직에 있었다.
이혜훈은 박근혜의 불도저식 방식이 비효과적이라 판단해 이따금 볼멘소리를 냈을 뿐 박근혜의 노동자 공격을 줄곧 지지해 온 인사다. 2013년 철도노조 파업을 두고 “정부 흔들기 목적”이라고 비난하고 성과연봉제는 “좋은 방향”이라고 찬성했다.
그뿐 아니라 이혜훈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면서 집회 연단에서 동성애자들을 비난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런 자의 “소신”과 “강단”이 노동자와 천대받는 집단 모두에 해롭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무엇보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퇴진 운동이 청산하길 바랐던 적폐의 일부다. 퇴진 운동이 정점에 오르자 침몰하는 배에서 뛰어내린 생쥐같이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했을 뿐, 바른정당 인사들은 모두 박근혜 집권을 도와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민주적 권리를 공격해 온 장본인들이었다. 지금도 이 당은 추경예산 문제를 두고 약간의 이견이 있을 뿐 정견이 자유한국당과 별반 다르지 않아 ‘자유당 2중대’라는 조롱마저 받는다.
이런 세력을 “개혁 보수”라며 애써 수구 보수와 구분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마도 심상정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 성공을 위해 말이 좀 통하는 ‘개혁적 보수’와는 공조할 수 있음을 열어 놓으려는 듯하다. 심 대표는 “촛불 시민이 원하는 개혁의 정치”를 위해 “문재인 정부 2중대” 소리를 들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촛불 시민이 원하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그나마도 부르주아 우파 정당과 협력할 수 있는 수준의 ‘개혁’이라면 보잘것없거나 노동계급에게 해악적일 것이다. 당장에 이혜훈은 최저임금 1만 원을 두고 속도 조절 운운하며 “지금처럼 윽박질러선 안 된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지금 당장 인상하라고 외치는데 말이다.
정의당은 이 점을 대체로 지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협력의 정치”를 앞세운다.
정의당이 촛불 정신을 말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지나치게 온화한 태도를 보이고, 대결의 정치를 끝내자면서 모자만 바꿔 쓴 보수 정당을 두고 괜한 포장을 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투쟁을 준비하도록 정치적 무장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상정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큰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의 편에 선 정치인임을 선명히 내세운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심상정 대표와 정의당은 이런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