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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청년구직지원금 제도 지원 경험에서 선별적 복지의 한계를 절감하다

10월 30일은 경기도 일자리재단의 청년구직지원금 대상자 발표날이었다. ‘청년구직지원금’ 제도는 경기도에 거주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중 1900명에게 월 50만 원씩 6개월간 총 300만 원을 지원하는 일자리 정책이다. 청년 1만 1646명이 이 사업에 몰리면서 6.1: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나도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처지이기에, 경기도의 청년 지원 정책이 안정적으로 공부에 집중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신청했으나 선정되지는 못했다. 경기도 일자리재단이 요구한 구직 활동 계획서 양식이 임용고시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는 했으나, 탈락 후에 ‘계획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쓰지 못해서 탈락한 걸까’ 하며 스스로를 탓했다. 하지만 이 정책이 애초에 선별적 복지이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으로서는 지원자들을 떨어뜨리는 눈으로 봐야 했을 것이고, 구직 활동 계획서를 성실하게 잘 쓴 대다수 역시 탈락했을 것이다.

소수가 선별되는 것이고 일시적인 복지라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대다수 취업준비생에게는 청년구직지원금 제도가 상당히 반가웠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이 제도를 신청해 보고 나니, 오히려 선별적 복지제도의 불합리성과 한계를 절감하게 됐다.

우선, 이 제도는 여러 신청 제한 조건이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를 수급하고 있거나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로 정기 소득이 있는 경우도 신청을 못 한다. 전자는 복지정책 중복 수혜를 막겠다는 이유로, 후자는 구직자를 거른다는 취지로 둔 것 같다.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로는 기본적 생활을 누리기도 어려우므로 생활보호대상자인 청년이 구직 활동 비용을 부담하기는 어려울 텐데, 중위 소득의 청년들이 받는 구직 지원금을 이들은 신청조차 하지 못한다. 또 주 36시간의 노동으로는 2017년 최저임금(6470원) 기준 93만 1,680원의 월 소득을 얻게 되는데, 이 돈 역시 한 달 치의 방세와 생활비만 근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금은 주는 액수도 쩨쩨하지만, 주고 나서도 청년들을 구차하게 만든다.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마찬가지로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금도 구직 활동에만 사용할 수 있고 질병 치료를 포함해 생활비 명목으로는 사용이 제한된다. 밥을 먹고 적절한 옷을 사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사용하는 일이 구직 활동과 무관한 것이 전혀 아닌데도 말이다. 국가가 산업예비군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나중에 노동시장에 편입될 수 있도록 생존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인데, 경기도는 청년들을 물질적 토대를 딛고 있는 생물체로 보기는 하는 걸까.

경기도 청년구직지원금은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정말 가난한 청년들은 저임금에 노동조건이 열악한 곳에서라도 어쩔 수 없이 일할 것이다. 이 제도에 지원한 청년들 중에는 안정되고 괜찮은 일을 구하고 싶어서 구직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적절한’ 일자리를 제의받았으나 ‘특별한’ 사유 없이 거절한 경우에도 지원금을 삭감하거나 중단한다. 사실 청년실업률이 높은 이유는 청년들이 교육을 덜 받아서라기보다 질 좋은 일자리가 적어서이기 때문인데, 청년구직지원금 정책은 일자리의 질이 어떻든 간에 청년들을 욱여넣어서 지표상의 취업률을 올리려고 설계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 6개월간 지급하는 청년구직지원금은 총 57억 원이다. 1년간 지원한다고(114억) 계산해도 경기도의 2017년 예산 19조 5941억 원의 0.058퍼센트밖에는 되지 않는다.

청년들의 삶은 고액의 대학 등록금과 높은 물가로 조각났는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받는 복지를 얻는 것 또한 취업과 마찬가지로 바늘 구멍을 뚫는 경쟁을 해야 한다. 경기도가 주는 돈은 대단히 큰 액수도 아닌데 짜게 주면서도 청년들을 서럽게 한다. 너무 가난해서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거나 일정 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는 처지여도 안 되고, 그러면서도 구직 활동 이외의 생활비로 사용해도 안 되며, 구직 활동 내역을 매달 입증하고 매주 상담사를 만나야 한다.

경기도지사 남경필은 청년들도 감정을 가진 인간이고 최소한의 사회적 인간관계에도 돈이 든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경기도 청년들에게는 월 50만 원의 지원금을 주면서 유학 준비, 저축, 대출 상환, 취미 활동, 질병 치료, 사행성, 유흥 주점은 사용 불가라며 온갖 제약을 걸었는데, 그의 아들은 얼마 전 필로폰 4그램을 1300만 원이나 주고 밀반입하고, 마약 복용과 성관계를 같이 할 여성을 구하다 현장 검거되지 않았던가. 취업 준비 중인 청년들을 비참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청년구직지원금은 보편적으로 지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