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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조 선거:
본사본부에서 민주파가 승리하며 돌파구를 열다

얼마 전 치러진 KT노동조합선거에서 기존 친사측 후보가 68.3퍼센트를 득표해 중앙위원장에 당선했다. 아쉽게도 KT전국민주동지회(이하 KT민동회) 소속 이상호 후보는 30.4퍼센트를 득표했다.

그러나 함께 치러진 12곳 지방본부 위원장 선거에서는 다른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조합원이 4700여 명에 달하는 본사본부(서울 광화문 사옥과 분당본사, 우면동연구소를 포괄하는)에서 민주파 후보인 정연용 후보가 당선했다.

조합원 규모가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데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본사본부에서 민주파 후보가 당선한 것은 쾌거다. 〈한겨레〉는 KT노조 선거를 두고 ‘대통령은 여당이지만 서울 시장에는 야당이 당선된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정연용 본사지방본부위원장 당선자

민주파 후보가 본사본부 위원장이 된 것은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다. 2002년 완전 민영화 이후 KT 지방본부위원장에 민주파가 단 한 번도 당선하지 못했다. 사측의 불법 선거 개입과 친사측 집행부의 불공정한 선거 관리 때문에 당선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지곤 했다. 이런 비관 때문에 “새노조”를 만든 활동가들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본사본부 민주파 당선은 철옹성같이 보였던 KT의 노무 관리에 파열구를 낸 것이고 KT조합원들의 자신감 회복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달라진 정세의 영향

이번 선거는 예전과 다른 정치 상황에서 치러졌다. 박근혜를 끌어내린 촛불 운동이 있었고 정권이 교체됐다. 박근혜 비리에 협조했던 KT황창규 회장은 퇴진설이 나오는 등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런 정세 때문에 이번 선거에 대한 KT 안팎의 기대감이 있었다.

본사본부에서 민주파가 승리한 것은 이런 예상이 어느 정도 들어맞은 결과였다. 본사본부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조합원이 많은데, 이들 중 상당수가 광화문 사옥에 근무하면서 촛불 운동을 가까운 거리에서 경험했다.

30곳이 넘는 단체가 모여 결성한 KT민주화연대가 광화문사옥 앞에서 여러 차례 집회를 하고 매주 수요일마다 규모 있게 팻말 홍보전을 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줬을 것이다. 광화문 사옥에서 민주파 후보가 특히 큰 격차로 승리한 것이 시사적이다.

또한 본사본부는 광화문 사옥같이 큰 곳에 노동자들이 집중돼 있어 다른 곳처럼 사측이 투개표소를 잘게 쪼개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측의 개입이 판치다

중앙위원장 선거에서 민주파 후보의 득표율은 3년 전 선거보다 4.2퍼센트 올랐다. 사측의 불법적 선거 개입이 여전한 상황을 고려하면 선전한 결과다.

2008년 선거에서 민주파 후보가 40퍼센트 넘게 득표하며 약진했는데, 당시에는 회장이 구속돼 노무 관리가 거의 마비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KT회장 황창규가 '낙점'하는 방식으로 후보가 결정됐다는 폭로가 있었다.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친사측 후보 지지를 요구하고, 민주파 후보 추천 서명을 취소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이 드러나 고발되기도 했다. 사측이 조합원들을 개별 면담해 친사측 후보에 대한 투표를 강요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런 불법 개입이 판치는데도 정부는 오불관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엄단 의지가 못 미더운 이유이다.

여기에 더해 중앙위원장 선거에는 투개표소를 잘게 쪼개는 방식이 적극 사용됐다. 이렇게 하면 사측이 더 쉽게 개입할 수 있다. (전체 435개 투개표소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300개소가 40인 이하 투개표소였다. 심지어 4인짜리 투개표소도 있었다.)

한편, 친사측 후보는 기존 집행부와 다른 척하려고 '노조를 노조답게'를 강조하고, 삭발하고서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다녔다. 그동안 KT민동회가 요구했던 '대학학자금 부활, 임금피크제 재협상'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좀 더 투쟁적인 척해야만 온건한 조합원들조차 지지자로 붙잡아 둘 수 있었다는 뜻이다.

과제

KT민동회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본사본부에서 기존 친사측 집행부와 다른 행보를 보여 줘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민주파 활동가들은 본사본부를 중심으로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서 투쟁을 조직하면서 KT 전체 조합원의 의식과 자신감을 성장시키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민주파 후보에게 투표한 30퍼센트 넘는 조합원들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박근혜 퇴진 촛불이 KT 내 변화에 영향을 준 것을 고려하면, KT민동회가 선거 운동 기간에도 반트럼프 운동에 적극 동참했던 것처럼 정부에 맞선 정치적 투쟁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

KT민동회는 본사본부의 승리를 출발점 삼아 KT민주화 연대와 함께 KT 적폐 청산, 황창규 퇴진, 통신 공공성 강화 투쟁도 지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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