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영화제 기간 중 4월 12일에는 ‘아시아 지역 성매매 현실과 비디오 액티비즘’이라는 주제로 국제 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에서는 몇 가지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무엇보다 대중 포럼에서 ‘성노동자’에 대한 논의가 한국 여성계에서 개진되기 시작한 첫 계기였다. 성매매 여성을 윤리적인 잣대로 낙인찍거나 혹은 피해자나 필요악으로 간주하여 여성단체와 정부, 국가가 구해주거나 지원해야 한다는 탈성매매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주체로서 성매매 여성들의 존재와 이들의 생존권을 바탕으로 한 ‘성노동자’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둘째, 여성계와 성매매 여성종사자 간에 공개적인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한터 여성종사자의 목소리는 업주를 대변하는 목소리에 불과하다고 일축되어 그간 여성계와 소위 현장의 여성들 간에는 대화의 장이 마련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 포럼을 계기로 한터 여성종사자와 함께 논의하는 장이 마련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여성계가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작점이 만들어졌다.
셋째,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태국, 인도를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성매매 여성관련 논의와 현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의견도 공유할 수 있었다. 특히 공창제가 1997년 폐지된 대만의 사례나, 15년 넘게 지속된 태국의 성노동자 조직 EMPOWER, 인도의 자치공동체 DMSC의 경험을 통해 직업의식을 갖는 여성 성노동자들의 권리 운동의 현황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포럼에서는 어떤 결론이 내려지기보다, 일종의 ‘성노동자 선언’이 시작되는 분위기였다. 선언을 어떻게 실천으로 연계하느냐는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겠지만, 성매매방지특별법을 기점으로 탈성매매의 방향으로만 초점이 모아지지 않고, 대안적인 혹은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게 하는 맥락에서 이 포럼은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