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토) 전교조 대의원대회: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지지 여부 안건, 뜨거운 감자로 심의 무기한 연기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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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토) 제78차 전교조 대의원대회가 긴장감 속에서 치러졌다. 전체 대의원의 64퍼센트인 270여 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해 새벽까지 회의를 했다.
이날 대의원대회의 단연 초미의 관심사는 전교조가 기존 입장을 바꿔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을 지지할지 여부였다. 지난해 9월 2일 대의원대회는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에 대한 사실상의 반대를 결정했었다.
지난해 9월 2일 제77차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는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의 결정이 보고로 처리됐고, 논란 끝에 승인되지 않았다. 당시에 중집은 “현재 근무 중인 기간제 교원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한 상태였다.
기존 입장과는 다른 결정이 이번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내려지기를 바라는 성명서들이 회의장에 전시됐다.
기간제교사노동조합과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원회는 물론이거니와,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동조합들 등 73개 노동조합·시민·사회·노동·학생 단체들이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고 손잡아 주길 촉구합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대자보를 부착했다.
세월호 참사로 순직한 기간제 교사 고(故) 김초원 교사 부친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지지 호소문도 볼 수 있었다.
또, 전교조 조합원들이 서명한 “전교조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지지해야 합니다”는 입장 발표문도 볼 수 있었다.
회의장에서는 일부 대의원들이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지지한다”는 (전교조 방침 변경) 별도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한 대의원이 ‘심의 무기(한) 연기 동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전교조 방침 변경) 별도안을 제출한 대의원들은 이번에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정부는 (4만 7천여 명이나 되는) 기간제 교사들이 상시지속업무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고 현재 대량해고 사태를 맞고 있다.
다른 많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공공·교육 부문” 정규직 전환 상황을 “파행”이라고 규정했고, 공공운수노조는 3월 3일 집회를 개최해 이에 항의할 계획이다.
이렇듯 상반기에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대한 항의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그와 직결된 안건의 심의를 무기 연기한다는 것은 이 문제를 애써 회피하고 도망가겠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238명의 대의원 중 184명의 찬성(77퍼센트)으로 심의 무기 연기 동의안이 통과됐다. “만약 안건이 상정돼, 가결이든 부결이든 결정될 경우 전교조에 미칠 파장이 너무 크다”는 심의 연기 주창자들에게 찬성한 다수 대의원들의 고육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잖은 소수의 대의원들이 심의 연기에 반대해, 이번에 조합 방침을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게다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지지로 조합의 입장이 바뀌어야 하지만 조합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심의 연기에 찬성했던 대의원들도 적잖았을 것이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고 결국 해고로 내몰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정규 교사들이 진정한 연대를 계속 회피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정규직 조합의 입장을 빌미 삼아 기간제 교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려 할 수 있다.
그리 되면 그 (나쁜)효과는 바로 그 정규 교사들에게도 미칠 수 있다. 조합의 경계에 갇히지 않은 계급적 단결만이 이런 부메랑을 물리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