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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자본주의 도시 파리의 탄생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데이비드 하비, 생각의 나무

낭만과 예술의 도시, 영화 〈물랑루즈〉에서 보이는 화려한 배경들, 몽마르뜨 언덕과 쎄느 강 … 이런 것들이 파리라는 도시에서 떠오르는 단상들이다. 이런 단상들은 19세기에 만들어진 파리의 모습을 기초로 하고 있다.

역사지리학자이며 마르크스주의자인 데이비드 하비는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에서 19세기에 이뤄진 파리의 개조과정이 자본주의 도시화의 가장 대표적 사례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파리 노동계급의 혁명적 분위기가 근대 파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한다.

19세기 파리는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이후 1830년 7월혁명, 1848년 2월혁명, 그리고 1871년 두 달 간 노동자 자치정부를 세웠던 파리코뮌 등 혁명적 분위기로 온통 휩싸여 있다. 필자는 특히 1848년과 1871년 혁명 사이에 일어난 도시 변화를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관점에서 아주 세밀히 다루는데, 그 중심에는 도시계획가인 오스망이 있다.

그는 도시의 중세적 요소를 완전히 없애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파리를 만든다. 재미있는 것은 오스망이 1848년 2월 혁명이 분쇄당한 후 제2제정기 전제왕권의 핵심 지지자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도시계획작업은 부르주아적 자본주의 경제에 엄청난 성장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한편 사회주의적 분위기 형성에도 영향을 끼침으로써 ‘오스망’ 자신은 결국 몰락한다.

그럼에도 필자는 오스망 이전에도 근대화 계획안이 조금씩 추진됐음을 보여줌으로써 오스망이 파리의 근대화를 ‘창조’했다는 신화를 비판한다. 남한의 근대화가 ‘박정희’ 한 명이 이루었다는 신화를 듣고 살아 온 우리가 눈여겨볼 만하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 근대성은 그 이전 시대와 단절된 무엇이 아님을 이 책은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오스망의 도시계획 사업의 긍정적인 면까지 모두 무시하지는 않는다. 도시공간의 변형이 경제와 산업구조에 영향을 주고 이것은 각 계급의 의식에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예컨대,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공장을 도심에서 외곽으로 옮기는 계획은 지배계급과 노동자계급의 주거를 분리하고, 이것은 두 계급의 의식을 단절시키면서 노동계급의 의식을 성장시켰다. 그리고 이것은 파리코뮌으로 발전한다.

필자는 예술에서 나타난 파리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는데, 특히 발자크의 《인간희극》과 도미에의 풍자적 삽화가 책 전반에 나타난다. 파리라는 도시의 인간 군상들을 다룸으로써 부르조아 계급과 노동계급이 도시의 모습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명쾌히 알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것은 마르크스의 상부구조와 토대에 대한 알기 쉬운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책의 코다(종결부)에서는 파리코뮌의 생생함을 노동계급의 입장에서 볼 수 있다. 독자들은 몽마르뜨 언덕에서 자신들이 직접 만든 대포를 지키며 최후까지 저항하던 파리 노동자들의 정신과 그 곳에 건설된 건축물인 사크레쾨르 바실리카의 참된 의미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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