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실버센터 파업 승리, 해고자 전원 복직:
정치 상황을 잘 이용해 승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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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하며 싸워 온 도봉실버센터 노동자들이 파업 2주 만에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말 해고된 노동자들이 복직됐고 노조 사무실과 전임자 활동 시간 등 노조 활동도 보장받았다.
그동안 사측과 도봉구청이 노동자들에게 해 온 갑질을 생각하면 이번 파업으로 거머쥔 승리는 매우 값진 것이다. 노동자들은 온갖 탄압과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하게 파업 대열을 유지했다. 어르신들을 볼모로 파업한다는 압력에도 꿋꿋하게 싸웠다.
민간 위탁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알렸고, 민간 위탁 기업을 감싸고 도는 구청의 문제도 폭로했다. 도봉실버센터는 구립요양시설인데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무기계약직이다. 도봉구청은 지난해부터 민간업체인 휴먼재단에 센터를 위탁 운영해 왔다. 그런데 휴먼재단이 운영을 맡으면서 고용을 전원 승계하지 않아 노동자들은 해고를 막기 위해 노조를 만들어 싸워 왔다.
조합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탄압을 받았다. 휴먼재단은 조합원을 부당징계, 부당전직시키면서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 비조합원들에게만 장기근속수당 등을 지급하면서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이간질했다. 결국 지난해 말 재단 측이 조합 활동에 열성적이던 조합원 4명을 해고하자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것이다.
진짜 사용자인 도봉구청은 노동자들의 절절한 호소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지노위 판결을 기다리자며 사측 편만 들었다. 노동자들은 도봉구청 앞에서 수차례 집회를 열면서 진짜 사용자인 구청이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지역공대위는 곧 지방선거 시기라는 점을 이용해 도봉구 주민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매일 출근시간 홍보전을 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현 도봉구청장(민주당 소속)은 이런 압력에 적잖은 부담을 느낀 듯하다. 민주당 내 경선 출마자가 파업 현장에 찾아오기도 했고, 출근시간 홍보전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구청과 사측이 협상하자며 찾아왔다.
“파업은 노동자들의 학교”
도봉실버센터 노조 정숙희 분회장은 “조합원들이 자랑스럽다. 힘들 때 서로 잡아주고 이끌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또, “그리고 우리를 지지해 주는 지역공대위와 많은 사람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지 방문, 인증샷, 후원물품과 투쟁기금 지원, 출근시간 홍보전 등 지역공대위의 연대 활동은 노동자들의 사기를 북돋는 든든한 버팀목 구실을 했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으로 단결과 연대가 중요함을 배웠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이제는 파업하는 사람들의 절실한 마음을 알겠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는데 파업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파업이 학교라는 말이 공감이 간다. 많이 배웠다.”
지난해 말 해고됐던 노동자는 조합원들이 같이 싸워 줘서 고마웠다며 투쟁이 조직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너무 든든했다. 같이 모일 기회가 없었는데 파업으로 돈독해졌다. 나중에라도 다른 사람이 이런 일이 생기면 나도 같이 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처럼 없는 사람들은 뭉쳐야 한다.”
도봉실버센터 노조 쟁의부장은 이번 투쟁이 노동자들의 의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지적했다. “우리 조합원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조합원들 간에 믿음과 신뢰가 생겼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한 목적을 갖고 같이 하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에 또 할 수 있겠다. 원장실 항의 방문을 가는데 그 사람들이 낮게 보이더라.”
최저임금이 인상됐다지만 노동자들의 실제 임금은 이전과 거의 다를 바 없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주의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덜어 주려고 올해부터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개선비를 사측의 재량에 맡겨 버렸기 때문이다. 도봉실버센터는 처우개선비를 아예 폐지했다.
노동자들은 이번 기회에 휴먼재단을 아예 몰아내고 도봉구청이 직접 운영해야 자신들의 처지가 개선되고 복지가 향상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승리로 자신감을 얻은 노동자들이 더욱 전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