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절반 이상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
고용 불안이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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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과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원회’가 4월 3일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간제 교사 성희롱,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보고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실태조사는 기간제교사노조가 3월 15일부터 23일까지 진행했고, 기간제 교사 112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비율이 응답자 중 40.2퍼센트, ‘성폭력(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행해지는 성관계 또는 심각한 수준의 성추행)’을 당했다는 응답자도 14.3퍼센트나 됐다. 기간제 교사의 절반 이상이 성희롱·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기간제교사노조 박혜성 위원장은 이런 현실이 “구조적인 차별 문제”임을 강조했다. 설문조사 결과 가해자의 73.6퍼센트는 교장, 교감, 부장교사 등 관리자들이었다. 기간제 교사 고용에 권한이 있거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과 성폭력이 만연한 것이다.
그런데 ‘재계약 등 불이익 때문에 그냥 참고 넘어갔다’는 응답이 60.9퍼센트에 달했다. 고용 불안과 차별 등 때문에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거나 문제 해결에 나서기 쉽지 않은 것이다.
박혜성 위원장은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무엇보다 기간제 교사들이 겪는 고용 불안과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차별을 없애야 한다”며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봉혜영 부위원장은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이 설립돼 [성희롱, 성폭력이] 개인적인 사례로 치부되지 않고 노동조합을 통한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며 “기간제 교사들에게 일어나는 성희롱·성폭력 문제는 비정규직이라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 발생한다.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는 당연한 요구”라고 말했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이빈파 회장도 여러 차별에 시달리는 기간제 교사의 현실을 생생하게 폭로하면서 “기간제 교사에게 안전하지 않은 학교는 학생들에게도 안전한 곳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차별적] 처지 때문에 재임용을 빌미로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강제로 말 못하는 그들을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학부모들은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해 교사를 확충하고 모든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기간제교사노조와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원회는 대안으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와 기간제 교사 임용권을 교육감이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용권만 교육감이 회수해도 학교 관리자가 고용을 빌미로 부당한 요구를 하는 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내 고충심의위원회를 외부 전문단체와 연계한 독립신고 기관으로 운영해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 계획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