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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당국이야말로 반지성적이고, 삼성재벌이야말로 폭력적이다

지난 5월 2일 1백50여 명의 학우들이 이건희가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항의하자, 학교 당국과 보수 언론, 청와대와 장관까지 나서서 시위 학생들을 비난하고 있다. 이는 소위 ‘사회지도층’이 얼마나 기업에 종속돼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풍경이다.

시위 학생들에 대한 비난에는 “반지성주의”, “폭력적”이라는 수식어가 난무하고 있다. 어윤대 총장은 앞장서서 시위 학생들을 “비민주적·폭력적”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완전한 마녀사냥이다. 학생들이 무슨 폭력을 저질렀는가. 이건희에게 목소리 높여 항의하고, 더 가까이에서 항의하려고 이건희를 쫓아간 것이 폭력인가?

이건희야말로 “폭력적” 방식으로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대표적 기업가다. 이번 시위 현장에서도 삼성은 경호원을 동원해 학생들을 다치게 했고, 학교 측도 체육부 학생들 30여 명을 동원해 시위 학생들을 위협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노조를 모조리 박살내 노조를 만들 수 없게 만든 ‘피의 경영’이었다. 폭행, 납치, 감금, 핸드폰 위치 추적 등의 방법이 동원됐다. 학생들은 삼성이 저지른 노동 운동에 대한 비열한 탄압을 폭로했다.

학생들은 또한 4백여억 원이라는 돈으로 박사 학위를 사려는 것에 분노했다. 대학 학문에 대한 기업의 지배를 우려했다.

일부 학생들은 기업이 대학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것 아닌가 하고 의아해할 수 있다. 물론 기업이 획득한 이윤은 평범한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었으므로, 당연히 교육과 의료 등에 환원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기업의 대학 투자는 기업의 이윤을 늘리기 위해 대학 학문을 종속시키는 것이다. 기업 이윤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닌 상황에서 기업의 대학 투자는 분명히 어떤 대가를 노린 것이다.

실제, 이건희는 명예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교육을 “전쟁”에 비유했다. 교육을 기업의 이윤 경쟁이라는 목표에 맞춰 재편해야 한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많은 대학들에서 기업이 대학에 침투하면서 교육 내용이 단기적 이윤 획득 목적에 종속되고, 토익 졸업 제한제, 상대평가제 등의 경쟁 강화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기업이 대학에 기부하는 것을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항의 시위로 이건희의 이미지가 실추되자, 총장은 앞장서서 이건희에게 “회장님”을 연발하며 굴욕적으로 사과했고, 부총장 이하 보직 교수 전원이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동안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불만을 제기할 때는 꿈쩍 않던 학교가 이건희라는 재벌총수에게는 벌벌 떠는 풍경은 학교가 과연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의문스럽게 만든다.

더불어, 이번 보직 교수 전원 사퇴가 시위 참가 학생들에 대한 징계 조치 수순 밟기가 돼서는 안 된다. 실제, 학생처장은 사퇴하면서 학생들에 대한 징계 조치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시위 학생들은 전혀 징계받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학생들의 시위는 그 동안 환상에 가려 있던 삼성 기업의 본질을 알리고, 기업의 대학 지배에 항의한 정당한 행동이었다.

돈 받은 대가로 이건희에게 명예 박사 학위를 수여하려 한 학교측이야말로 고대의 명예를 실추한 데 대해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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