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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박사학위 수여 저지는 정당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과 절규를 차갑게 외면하던 자들이 “이건희 삼성회장님의 명예 철학박사 학위수여식장에서 발생한 불상사”(어윤대)에 세상이 무너진 듯이 법석을 떨고 있다.

고려대 총장 어윤대는 노동탄압과 탈세범죄의 ‘박사’인 이건희에게 생뚱맞은 ‘철학박사’ 학위를 주면서, “충심으로” “깊이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렸다. 그리고 부총장과 9명의 처장단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학생 50명에 대한 징계 검토’ 얘기도 흘러나온다.

주류 언론들은 주식 재산만 2조 원이 넘는 이건희 ‘박사’의 마음을 상하게 한, “예의가 없”(〈조선일보〉)고 “‘열린 사고’와 거리가 먼”(〈동아일보〉) 학생들에게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지난해 참여연대는 ‘한국 사회 상류층 혼맥도’를 발표하며 “삼성을 중심으로 조·중·동 언론 3사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혼맥”을 지적한 바 있다.

2003년에 삼성전자 주가 급등으로 4개월 만에 1백억 원을 챙긴 삼성전자 출신의 정통부 장관 진대제도 ‘회장님’을 방어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 때 삼성에게서 3백85억 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여야 정당과 청와대도 ‘회장님’을 외면할 리가 없다.

이미 검찰과 법원과 국회는 삼성에 대해 “열린 사고”의 ‘모범’을 보여 준 바 있다. 검찰은 삼성SDI 전·현직 노동자 등 12명이 휴대전화 불법복제를 통한 위치 추적을 당한 사건에 대해 “수사 결과 고소인들의 휴대전화를 불법복제한 ‘누군가’를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누군가’를 기소 중지했”다. 그리고 “‘누군가’를 밝히지 못해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는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삼성SDI 명예훼손 혐의로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에게 3년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성환 위원장은 최근 감옥 안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했다.

국회 환경노동위는 삼성SDI를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서 끝내 제외했고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국회까지 좌지우지하는 삼성의 힘을 실감했다”고 한다. 지금도 ‘오일게이트 특검’은 말이 나와도,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삼성SDI 특검’은 다들 못 들은 척한다.

달랑

어윤대 총장은, 학생들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선을 넘어선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단지 스크럼을 짜고 항의했을 뿐, 폭력을 사용한 바 없다.

또한 고대 자유게시판에서 한 학생은 “한 마디 논의도 해보지 못한 채 단지 ‘학위 수여식 자리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 달라’는 공문 한 장만 달랑 받은 철학과 교수의 심정을 당신들은 생각해 보았는가?” 하고 항의했다.

어윤대 총장은 이건희가 “신경영을 전개함으로써 사고와 인식의 패러다임을 한 단계 높였으며 … 더불어 사는 사회공동체 실현에 앞장서 왔다”고 학위 수여 이유를 밝혔다.

물론 증여세를 16억 원만 내고 네 자녀에게 무려 1조 5천억 원의 재산을 물려준 수법, 남들은 ‘차떼기’할 때 무기명 채권 한 권으로 1백50억 원의 비자금을 전달한 수법, 미행·감금·위치 추적까지 일삼으며 무노조를 유지한 수법 등은 노동탄압의 ‘패러다임을 한 단계 높였다.’

‘더불어 사는 사회공동체 실현’을 위한 이건희의 노력은 어떤가?

이건희는 8백억 원을 들여 1천6백 평의 땅에 4개 동의 건물이 들어가는 ‘가족타운’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의 임원과 직원의 임금 격차는 무려 1백25배나 된다.

올해 초 이건희 가족의 일주일 간의 독일 관광 때는 국내외 삼성 직원 50여 명이 2개월이나 ‘황제 휴가’를 준비했다.(‘나는 이건희 회장 영업팀의 알바였다’, 〈오마이뉴스〉 1월 17일치.)

1995년에 삼성의 비즈니스 컨설팅을 맡았던 홍콩대 리처드 웰포드 교수는 “삼성의 경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자임하고 있지만 실제로 환경, 노동, 복지와 관련된 법규를 무려 2백38건이나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내일신문〉).

〈동아일보〉는 “극소수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이 100년의 역사를 가진 모교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고 썼다. 하지만 악랄한 노동탄압을 일삼은 탈세범죄자에게 항의해 저지한 행동은 고려대 학생들의 명예를 드높인 것이다.

재벌과 소수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 대다수 노동자 민중의 대의를 따른 이번 행동은 전적으로 정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