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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문재인 ‘노동 존중’ 파탄에 분개한 노동자 8만 명이 거리로 나오다

민주노총이 6월 30일 오후 ‘최저임금개악법 폐기,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 선포, 2018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고 있다 ⓒ조승진

6월 30일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큰 규모의 노동자 집회가 열렸다. 이날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개악법 폐기!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 선포! 2018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는 노동자 8만여 명이 집결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전국에서 대절한 상경버스만 900대가 넘었다.

이날 집회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규탄이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연단과 대열 모두에서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1년 만에 ‘노동 존중’을 내팽개치고 친자본으로 돌아섰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은 지난 5월 최저임금 삭감법 강행에 이어, 지방선거 전후로 신자유주의 노동 착취(규제 완화와 노동 유연화) 공격에 나섰다. 노동시간 단축 유예, 유연근무제 확대, 호봉제 폐지와 임금체계 개악 예고, 전교조 법외노조 행정처분 취소 거부 등이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부 사이에 얕은 샛강만 흐르는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문재인 정부가) 지방선거 이후 급속히 친자본·친재벌로 선회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날 집회는 또, 문재인 정부하에서도 노동자 운동이 저항의 주축이라는 점을 보여 줬다. 특히 지난 1년간 크고 작은 투쟁을 지속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회 대열의 상당수를 차지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체 대열의 절반 가까이를 이뤘다. 발전·가스·현대모비스·청호나이스 등 새롭게 조직을 만들고 투쟁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많았다. 파업을 하고 집회에 참가한 SK브로드밴드와 한국마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열에서 큰 환대를 받았다.

“노동자 삶은 바뀐 게 없다”

전국노동자대회 본집회와 그에 앞서 열린 8개의 사전 집회들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최저임금 삭감법 통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약속 파탄에 대한 규탄이 이어졌다.

안명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이 “허울뿐인 정책으로 전락”했다고 신랄하게 폭로하며 투쟁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노동 존중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는 이제 노동 무시, 노동 배제로 급선회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보여 주기식 노동 정책은 집권 1년 만에 파탄 났습니다. 더 이상 기댈 것 없는 문재인 정부에 이제 투쟁으로 화답해야 할 때입니다!”

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 삭감법 때문에 17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월급이 매달 19만 원씩 줄어들게” 됐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정부가 추진하는 무기계약직 임금체계 개편(표준임금제)도 비판했다. “평생을 일해도 최저임금에서 20만 원 오르는 임금제입니다. 평생 최저임금만 받아라, 근속수당이니, 호봉제니, 임금 인상이니 이딴 건 꿈도 꾸지 마라 이겁니까?”

김수억 기아자동차 화성 비정규직지회장은 말했다.

“우리는 바로 얼마 전 정리해고로 고통 받던 또 한 명의 쌍용차 동지를 떠나 보내야 했습니다. 기아차 비정규직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은커녕 강제 전적을 당하고, 식당·청소 노동자들이 이중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인천공항, 민간부문 첫 직접고용이라고 했던 SK브로드밴드에서 처우는 나아진 게 없었고 가짜 정규직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하에서 비정규직의 삶이 바뀐 게 무엇입니까?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 탄압 없는 세상은 오로지 우리의 투쟁으로 쟁취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 보장에서도 진전이 없다고 성토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 인정 요구는 아직도 외면받고 있다. 청와대는 전교조 법외노조 행정 조처 폐기 불가를 표명했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1년만 기다려 달라’는 말은 촛불의 명령을 지우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꼬집었다.

노동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하반기 총력 투쟁

장시간 노동에 신음해 온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희병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장은 주 52시간제 시행조차 유예한 정부를 규탄하며 말했다.

“(가스공사 사측과) 문재인 정부는 필요 인력의 절반도 안 주겠다고 합니다. 노동강도를 높이고 자체적으로 인력을 조절하라고 합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라는 것입니다. 온전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인력 충원을 위해 투쟁합시다!”

돌봄, 재가요양, 보육, 장애활동보조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사회서비스 공단을 촉구하며, “국가가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공동행동은 예멘 난민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리플릿을 반포하고 모금 운동을 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하반기 투쟁을 선언했다.

“오늘 민주노총은 ‘노동 존중’이라는 현란한 말잔치로 국민 전체를 현혹하고, 최소한의 약속마저 저버리는 문재인 정부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80만 민주노총 조합원의 힘과 결의로 만들어 갈 2018년 하반기 총파업·총력 투쟁을 선언합니다.”

노동자들은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방향, 삼청동 총리공관 방향, 종로 도심을 지나 안국동 방향으로 나눠 대규모 행진을 벌이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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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조승진
청와대 앞에 모인 노동자들이 정리 집회를 열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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