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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파업:
실적급(포인트제) 폐지하고 생활임금 보장하라

8월 29일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노동자들이 부분 파업을 지속하다 하루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8월 31일에도 청와대 앞에서 전 조합원이 상경해 파업 집회를 열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7월 100퍼센트 자회사인 ‘홈앤서비스’를 만들고, 협력업체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이 자회사로 고용하며 정규직 정책인냥 생색을 냈다. 문재인 정부는 “SK브로드밴드를 벤치마킹하라”고까지 칭찬했다.

SK브로드밴드는 기존의 서비스뿐 아니라 “새롭게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신성장 서비스도 맞춤형으로 제공”하려 했기 때문에, 그것을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노동력과 효율적인 노무관리가 필요했다.

자회사 전환 이후 임금 등 노동조건에서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심지어 일부 노동자들은 센터에서 받던 실적급이 없어져 임금이 하락하기도 했다. 그래서 사측의 자회사 전환 이후 추가 비용이 거의 늘지 않았다.(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정희태 교수)

자회사 고용 1년 만에 노동자들은 “자회사는 덩치 큰 하청회사”라며 투쟁에 나섰고, 90.9퍼센트라는 높은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노동자들은 실적급(포인트제)을 폐지하고, 최저시급 1만 원 수준의 기본급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또 안전한 일터, 유연근무제 폐지 등의 요구를 내걸었다.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158만 원에 불과해, 수당을 받아야만 생활이 가능하다. 개통 기사의 경우 110포인트 이후부터 수당을 받는데, 50퍼센트 가까운 노동자들이 그 포인트를 넘기지 못한다. 그래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야간·휴일 근무 수당으로 임금을 벌충하고 있다. 한 포인트라도 더 따내기 위해 과로와 산재 위험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

또 포인트제는 노동자들을 길들이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조합원에게는 일감을 적게 주거나, 포인트가 적은 일감을 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6월 29일 파업 출정식을 마치고 SK본사로 행진 중인 노동자들 ⓒ조승진

SK브로드밴드 사측은 지난해 순이익이 304억 원이어서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기본급 인상을 감당할 수 없다고 엄살을 떤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의 상품 상당 부분은 SK텔레콤의 휴대폰과 결합돼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SK텔레콤은 2017년 순이익이 무려 2조 6576억 원이었다. 따라서 SK브로드밴드 수익의 상당 부분이 SK텔레콤으로 이전되고 있다고 의심할 수 있다.

최근 사측은 노조와의 협상을 외면하더니, 갑자기 ‘임금체계통합(안)’을 내놓고는 이에 대한 전 직원 투표를 8월 24일부터 27일까지 강행했다. 이 안은 포인트제는 유지하면서 포인트를 조금 인상해 임금이 일부 오를 수도 있는 안으로, 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안보다 터무니없이 낮다.

사측은 조합원이 전체 노동자(4716명)의 과반이 안 된다는 것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투쟁을 약화시키려 한 것이다. 심지어 임금체계에 영향을 받는 것은 거의 현장직군인데, 임금체계와 전혀 상관없는 노동자들까지 포함시켜 전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에는 ‘임금인상 효과가 있을 수 있는’ 포인트제를 받을 것인지, 기존의 포인트제를 유지할 것인지만 선택하게 했다. 투표 기간에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 투표를 강요했다.

사측의 압박으로 불공정한 투표가 진행된 끝에 사측 안은 과반의 동의을 얻었지만, 전체 노동자 중에 반대표를 던지거나 투표를 보이콧을 한 노동자 수는 조합원 규모보다 많은 2000명 가까이 된다. 사측이 제시한 임금 안에 영향을 받는 현장직군 상당수가 반대하거나 보이콧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사측의 일방적인 투표 강행에 항의해, 노동자들은 “오른빰을 때렸는데, 가만히 있으면 왼뺨도 때릴 겁니다”라며 8월 29일 항의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설 때마다 SK브로드밴드는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인 홈앤서비스가 수탁 업무 일부를 반납하면, SK브로드밴드가 대체 인력을 고용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대체인력 투입은 진짜 사장이 SK브로드밴드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할 뿐이다.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는 자회사 전환 이후 신규 조합원이 많이 늘었다. 그리고 그 조합원들은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고 투쟁에 참가하고 있다. 그 힘으로 노동조합은 3년 만에 파업에 나섰다.

파업과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 노동자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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