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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학노조 간부이자 사회주의자 로라 마일스 방한 강연: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대학 교육을 망가뜨렸는가

영국 대학노조(UCU) 전국집행위원이자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오랜 활동가, 《트랜스젠더 차별과 해방》(책갈피)의 저자인 로라 마일스(사진)가 7월 19~22일 방한해 노동자연대가 주최한 ‘맑시즘2018’에서 연설했다. 이 글은 7월 21일에 로라 마일스가 한 강연을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1부와 2부로 편집한 것이다. 2부는 온라인 기사로 실리는데, 영국 대학 노조 투쟁의 경험과 교훈을 다룬다.

제 강연의 초점은, 주되게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고등교육이 어떻게 공격받고 있고, 이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이며, 이를 통해 대안적인 고등교육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있습니다.

맑시즘2018에서 연설하는 로라 마일스 ⓒ이미진

그래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께 영국 대학에서 파업이 벌어지던 당시의 영상을 잠깐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영상 상영] 영상을 보면 느껴지겠지만, 이렇게 영국 대학 파업 때 사람들이 활력이 넘쳤습니다. 그들이 부른 노래는 퀸의 노래를 개사한 것이었는데 “Don’t stop me now”가 아니라 “Don’t dock our pay”라고 해서 우리의 임금을 깎아먹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고등교육을 쟁취하려면 이것보다 더 많은 투쟁과 피켓 라인과 파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 좋은 상황에 대해 먼저 얘기해 보겠습니다.

바로 지난주에 일어난 일인데요. 영국의 어느 유명 대학에서 교수가 잘리게 생겼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충분한 연구 지원금을 유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랍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고등교육 시장화의 한 단면을 보여 줍니다.

교육 제도가 자본주의에서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 잠시 짚어 보겠습니다. 19세기에는 무상 초등교육이 크게 확대되는 시기였습니다. 20세기는 무상 중등교육이 크게 확대된 시기였죠. 이 모든 것들은 노동자, 노동조합, 또 사회주의자들이 싸워서 얻어 낸 결과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이렇게 무상 초등·중등 교육이 확대된 것은 자본가 계급 입장에서도 좀 더 교육받은 노동계급을 양성할 필요가 있었던 것의 반영이기도 했습니다.

자본가 계급은 우리가 어느 정도는 교육받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교육받지는 않길 바랍니다. 그들이 보기에 ‘지나치게’ 교육받은 노동계급은 지배계급에게 위협이 된다는 것이 명백했던 것입니다.

애당초 기대대로라면 21세기는 고등교육이 무상으로 제공되고 확대되는 시기여야 했습니다.

우리 사회주의자들은 항상 고등교육이 특권이 아닌 권리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또한 우리는 이윤을 위한 지식이 아니라 지식 그 자체를 위한 지식 추구가 옳다고 말해 왔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지식 그 자체를 위한 지식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와 긴축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연금 개악에 맞서 벌어진 영국 대학노조 파업 이 파업을 통해 1만 4000명이 신규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영국 등지에서 정부들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직접 부과하지 않고서는 더는 교육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이건 거짓말입니다. 교육을 위한 재원이 있느냐 없느냐는 언제나 정치적 우선순위의 문제입니다.

교육에 재정을 대는 대신 그들은 항상 전쟁 비용과 핵무기에, 그리고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 주는 데 재원을 쏟아붓습니다. 또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거의 빈사 상태에서 비틀거리는 좀비 은행들과 기업들을 살리는 데 엄청난 재원을 쏟아부었습니다.

또 대학 총장들과 고위 관리자들의 보수는 엄청나게 올려 줬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국에서는 대학 총장들이 영국 총리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고, 많은 경우 민간 기업 CEO들과 연봉이 비슷한 수준입니다.

대학 직원들이 이에 불만을 느끼는 건 당연하죠.

언제나 그렇듯 자본가 계급은 이윤 창출을 위해 교육받고 숙련된 노동자들이 필요하지만 그 노동자들을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려 하지 않습니다.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공격

그래서 지난 20여 년 사이에 우리는 지배계급이 고등교육 일반에 대해서 어마어마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공격을 해 온 걸 봤습니다.

영국에선 이 공격이 칼리지에서 시작해 이제는 종합 대학으로 옮아가고 있습니다.[영국 고등교육은 칼리지와 대학으로 나뉘는데, 칼리지는 중등교육의 연장이라고도 할 수 있고 직업 교육 학교로도 볼 수 있다.] 고등교육 기관은 원래 학술 기관이고 직원들이 학술적 자유와 고용 안정을 누리는 기관인데 지배계급은 이를 바꿔 놓으려 합니다. 지식 그 자체를 위한 지식 추구가 가능한 환경을 바꾸고 싶은 것이죠.

또, 대학을 학생들이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교육적인 경험을 하고 양질의 강의와 지원을 받는 공간이 아니라, 고도로 위계적인 관료적 이윤 창출 조직으로 바꿔 놓으려 합니다.

이미 영국의 많은 대학들이 외국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높은 등록금을 받으면서 엄청난 이윤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동시에 대학 직원들은 연구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대학 직원들은 갈수록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격무에 시달리고 또 사사건건 업무에 간섭을 받고 있습니다.

영국 지배자들은 입법을 통해 대학들이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듦으로써 이것을 달성했습니다.

대학 입학 정원이 없어져 강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그래서 대형 강의를 하는 교원들은 강의를 준비하고 채점하느라 일주일에 50~70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놀라시겠지만 이제 영국 학생들은 등록금을 냅니다. 제가 대학교 다닐 당시에는 등록금이 없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얘기죠. 오늘날 학생들은 1년에 최소 9000파운드[약 1300만 원]를 내야 하고, 생활비까지 스스로 마련해야 합니다. 막대한 등록금을 내면서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뛰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학자금 대출 금리는 인플레율의 세 배 정도 됩니다.

그래서 오늘날 대학을 졸업하는 영국 대학생들은 평생 자신을 따라다닐 학자금 빚을 최소 4만 파운드나 지는데[약 5700만 원] 이것은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이후에 모기지 대출을 받거나 다른 용도의 대출을 받기도 어렵게 만듭니다.

2010년 당시 정부가 등록금을 인상했을 때 분노가 폭발한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대학을 점거하고 행진을 벌이면서 경찰들과 싸운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등록금 인상이 결국 관철되고 말았습니다.

학생들과 교원들의 삶이 이렇게 팍팍해진 것에 덧붙여서, 대학 내의 서비스들이 민영화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지원서비스 중에 도서관이나 청소 서비스까지 외주화되고 있죠. 이는 대학들을 직접 민영화하기 위한 준비 단계임이 명백합니다.

또 영국에서는 드러내 놓고 영리를 추구하는 대학들의 설립이 허용됐습니다. 이런 학교들은 주로 경영학 같은 직업 교육성 과목들을 제공합니다. 싼 게 비지떡인 코스들입니다. 주로 인터넷 강의에다가 일부 학습 지원 같은 것들이 제공되는 수준이죠. 그리고 그 코스를 마친다고 해서 일자리를 얻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의 결과 중 하나로, 영국 명문 대학들은 돈이 아주 넘쳐납니다. 영국의 어느 대학을 가 보더라도 대규모 공사 현장을 볼 수 있습니다. 대학의 외형을 더 화려하게 해 줄 허세성 건설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죠.

그리고 대학 내 고위 관리들과 총장들은 서로 월급을 높여 주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오늘날 평균적으로 대학 총장은 대학 교수보다 연봉이 열 배나 됩니다.

많은 비정규 직원들은 연 소득 8000파운드 또는 1만 파운드 [약 1150만 원 ~ 1450만 원] 정도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대학 직원들 사이에서 병가율이 급격하게 치솟았습니다. 과도한 업무로 무기력증이 와 일을 못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고요. 매년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둬서 이직률이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많은 대학 기관들이 병가에 관한 새로운 규칙을 도입했는데요. 병가 이용 내역을 검토해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이런 제도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된 많은 직원들을 노동조합에서 대변한 바 있습니다.

1980년대 대처와 레이건이 추진한 신자유주의 공격의 함의는 모든 것을 상품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식도 그렇게 상품화할 수 있는 것이 됐고 그래서 지식 경제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죠. 이런 공격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더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자본가들은 이제 드러내 놓고 고등교육을 자본주의의 기업 활동, 자본 축적 활동에 더 깊이 통합시키는 방향으로 가져가자고 말합니다. 그들의 목표는 대학 기관을 직접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관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고등교육의 시장화·민영화에 맞서 싸우는 싸움은 국제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는 싸움이기도 합니다.

정리발언

영어 강의에 대해서 누군가 흥미로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제가 어제 한 강사랑 대화를 나눴는데 그 사람도 영어로 강의 요청을 받은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영어 교육 강의가 아니었고 완전히 다른 주제의 강연인데도 영어로 해 달라고 했던 겁니다.

흔히 영어 사용자들이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영어를 사용할 거라 지레짐작하는 경향들이 있긴 한데요. 제가 대화한 그 강사는 그럼에도 영어로 강의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짐작하기로, 지배자들이 이렇게 영어에 꽂히는 것은 국제 학술계와 재계의 공용어가 영어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 어떤 동지가 어떤 과목은 학생들한테 강요되고 어떤 과목은 거의 인기가 없는 상황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 영국에서도 똑같습니다.

왜냐하면 영국에서도 대학뿐 아니라 일반 학교들에서도 미술이나 음악, 사회과학 또는 역사와 같은 과목들은 이제 더는 인기가 없습니다. 반면에 수학이나 과학 그리고 영어 과목들은 거의 필수죠.

그리고 교육의 목적은 결국 배우는 것이 아니라 취업이라는 생각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대안적 교육은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많은 말씀을 안 드렸는데,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은 원칙에 입각한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일단 그것은 무상이어야 하고, 누구에게나 제공되며, 평생 받을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하고, 교육 주체들이 교육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자본의 필요가 아니라 우리의 필요에 복무하는 교육이라는 의미에서 인본주의적 교육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는 그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죠. 지금의 추세는 고등교육을 엘리트들에게 국한시키고 노동계급 출신 자녀들에게는 접근을 막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대학과 학교는 우리에게 투쟁의 현장이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교육은 계급 투쟁 자체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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