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퀴어 퍼레이드 훼방 놓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난동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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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토), 보수 기독교 단체 등 우익들이 동인천 북광장에서 열린 제1회 인천 퀴어 퍼레이드(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에 난입해 행사를 무산시키고 수 시간 동안 행진을 가로막았다. 성소수자들이 단 하루 자신을 맘껏 표현하고 약간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마저 앗아가 버린 것이다.
성소수자 혐오 우익들은 수년간 퀴어 퍼레이드를 방해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우익들의 방해로 행사 자체가 무산되다시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의 퀴어 퍼레이드는 1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이지만, 이제 막 지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퀴어 퍼레이드들은 수백~수천 명 규모로 아직 작다. 우익들은 이런 점을 파악하고 이번 행사를 무산시킬 수 있다고 계산한 듯하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자 우익들의 사기가 더욱 올랐을 것이다.
이날 보수 기독교 단체 등 우익 1천여 명은 아침 일찍부터 퀴어 퍼레이드 행사장 주변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퀴어 퍼레이드 행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행사를 방해했다.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하려 하자, 우파들은 행진 차량을 가로막고 연좌했다. 이들은 퍼레이드 행진 차량 바퀴에 구멍을 내는 무도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참가자들의 깃발을 뺏고 깃대를 부러뜨리며 폭력적으로 위협했다.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사랑하니까 반대합니다’, ‘기다릴게 돌아오렴’ 등 팻말을 앞세워 마치 성소수자들을 위하는 양 위선을 떨었지만, 실제론 행진 참가자들에게 욕설과 고성, 조롱을 쏟아냈다. “여기서 지랄하지 말아라”, “미친년들, 하지 말라는데 왜 자꾸 하는 거야” 등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 이들이 내세운 ‘사랑’이란 자신들의 편협함을 가리려는 위장막일 뿐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과 조금도 닮은 구석이 없다.
우익들이 경찰에 신고된 합법적인 집회와 행진을 가로막으며 훼방을 놓는 동안, 경찰은 한참 동안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잠깐 퀴어 퍼레이드 측을 돕는 듯하다가 길바닥에 드러누운 혐오 세력을 수수방관했다. 이 때문에 참가자들은 해가 질 때까지 길거리에서 오도가도 못한 상태로 혐오 세력들의 욕설과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밤 8시가 넘어서야 경찰은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와 우익들 모두에게 깃발과 팻말을 내리라고 요구하며 행진을 보장했다. 황당하게도 퀴어 퍼레이드를 방해하는 우익들 눈치를 보며 성소수자들에게 양보하도록 압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성소수자들은 자신이 여기 있다고 알리는 깃발조차 올리지 못하고 행진을 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늦은 시간까지 수백 명의 행진 참가자들이 자리를 지키며 꿋꿋이 버텼다. 참가자들은 치미는 분노와 씁쓸함을 삼키며 행진을 마무리했다.
인천시 동구청의 퀴어 퍼레이드 장소 불허도 우익들의 기세를 올리는 데 한몫했다. 동구청장은 허인환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성소수자 혐오 우익들이 압력을 넣으면 눈치를 보다 굴복하는 민주당의 패턴이 여기서도 반복된 것이다.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이하 조직위)가 인천시 동구청에 동인천역 북광장 사용 승인 신청서를 냈지만, 동구청은 24시간 만에 안전요원 3백 명과 주차장 1백 면을 마련해 오면 승인해주겠다는 황당한 조건을 내세웠다. 이는 조례에도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행정으로 명백히 성소수자 행사에 편파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었다. 조직위와 동구청 면담에서 동구청 담당자는 ‘관내 노인 인구가 많고 보수적인 지역이라 퀴어문화축제 개최는 부담스럽다’는 식의 속내를 털어놨다고 한다. 이것이 우익들의 기를 더 살려 줬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익들이 더욱 기세등등해져서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을 확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성소수자 운동은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노동·사회단체들과 개인들의 연대를 폭넓게 조직해야 할 것이다.